“의사 면허증이 많아지면 그만큼 내가 벌 돈이 줄어들기 때문일까요. 의대 정원을 늘리는 정부 정책이 마음에 안 든다면서, 의사들이 오늘 하루 집단으로 휴진합니다. 사실상 파업입니다. 파업은 돈 못 받고 부당한 대우 받는 노동자들이 하는 건 줄 알았습니다. 환자들을 인질로 삼는 거나 마찬가지인데, 서울대병원에 기자가 있습니다.”

대한의사협회 집단 휴진 관련해 보도한 MBC 보도의 앵커멘트다. 민원인은 MBC 보도에 대해 “대한의사협회의 집단 휴진에 대해 앵커가 감정적이고 편파적인 발언을 했다”며 심의 민원을 제기했다.

▲MBC ‘뉴스데스크’가 지난 8월14일 보도한 “오늘 의료계 총파업…이 시각 서울대병원” 제목의 리포트. 사진=MBC 보도화면 갈무리.
▲MBC ‘뉴스데스크’가 지난 8월14일 보도한 “오늘 의료계 총파업…이 시각 서울대병원” 제목의 리포트. 사진=MBC 보도화면 갈무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방통심의위 방송소위·위원장 허미숙)는 21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MBC ‘뉴스데스크’(8월14일)가 방송심의 규정 ‘공정성’ 조항을 위반했는지 심의한 결과 행정지도 ‘의견제시’를 결정했다. 의견제시는 가장 약한 수위의 제재다.

MBC는 “오늘 의료계 총파업…이 시각 서울대병원” 제목의 리포트에서 코로나19 시국에 의료진이 파업을 강행하기로 했는데, 그 이유가 돈 때문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며 집단 휴진하는 의료진들을 비판했다.

▲MBC ‘뉴스데스크’가 지난 8월14일 보도한 “오늘 의료계 총파업…이 시각 서울대병원” 제목의 리포트. 사진=MBC 보도화면 갈무리.
▲MBC ‘뉴스데스크’가 지난 8월14일 보도한 “오늘 의료계 총파업…이 시각 서울대병원” 제목의 리포트. 사진=MBC 보도화면 갈무리.

심의위원 4인(강진숙·박상수·이소영 위원, 허미숙 소위원장)은 행정지도 ‘의견제시’를, 이상로 위원은 홀로 법정제재 ‘경고’를 주장했다.

강진숙 위원은 “해당 방송의 앵커가 대한의사협회 집단 휴진 동기를 좀 더 복합적으로 접근했어야 했는데, 비판적인 소견이 앞서면서 전반적인 요인을 진단하지 못한 건 문제”라고 짚은 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의료진이 파업해 제대로 역할 못 한 부분도 있다. 앵커멘트를 부정적으로만 여기긴 어렵다. 공정성이 완전히 벗어난 방송이라고 보기도 어렵다”고 밝혔다.

이소영 위원도 “이날 앵커 멘트 발언은 2가지가 문제다. 정부의 의료 정책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을 가지고 의료진들이 휴진을 결정했다는 동기를 알리지 않았고, 집단 휴진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주는 발언을 했다”면서도 “하지만 의료인에게는 파업이란 게 존재하지 않는다. 의료법상 진료 거부는 정당한 이유 없이 할 수 없다. 다만 파업의 이유가 돈 때문이라고 연결한 건 위험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상로 위원은 홀로 법정제재를 주장했다. 이상로 위원은 “MBC는 공영방송이다. 공영방송 앵커는 중립적 위치에 서야 한다. 그래서 공영방송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너무 관대한 결정을 내려주면 계속 이런 수준의 방송을 하게 된다. MBC가 비판적인 생각을 하더라도 여러 의견을 전달해 국민이 판단하게 해야 하는 게 공영방송의 의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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