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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반시장과 반기업은 다르다
[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반시장과 반기업은 다르다
[이상민의 경제기사비평]

지난주 가장 뜨거운 경제 뉴스는 단연 집단소송법 제정과 상법 개정안이다. 법무부는 지난 9월28일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뉴스를 이해할 수 있도록 기초적 개념을 설명하고자 한다. 

첫째, 집단소송법은 집단으로 제기하는 소송일까? 법을 개정(改正)하는 것이 아니라 제정(制定)한다는 것은 없는 법을 처음 만든다는 의미다. 그동안 한국은 집단소송법이 없어서 집단소송을 할 수 없었다. ‘증권집단소송법’을 통해 오로지 증권관련 사건만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상하다. 뉴스 지면을 보면 ‘집단소송’이 진행된다는 뉴스를 며칠에 한번씩 만나곤 한다. 생리대 소비자도, 위치정보 수집에서도 ‘집단소송’을 진행해왔다는데 이제와서 ‘집단소송’을 도입하겠다는 것은 무슨 소리일까?

이러한 혼동은 그동안 언론이 ‘집단소송’이라는 개념을 잘못 써온 결과일 뿐이다. 집단소송(class action)은 소송을 제기한 사람의 판결효과가 소송을 제기하지 않는 사람에도 미치는 소송을 뜻한다. 그러나 위에 언론이 든 ‘집단소송’의 예시에는 소송을 제기한 사람만 기판력이 적용된다. ‘집단소송’이라고 부르면 안 된다. 그동안 많은 언론은 ‘집단소송’이라는 특정 법률용어를 그냥 집단적으로 제기하는 소송처럼 일반 명사화해서 기사를 쓰곤 했다. 법률용어를 어감에 따라 표현하면 이런 개념상 혼란이 발생한다. 앞으로는 집단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풀어서 쓰거나 그냥 단체소송이라고 표현하자. 

▲ 집단소송이라는 개념을 잘못 사용한 사례
▲ 집단소송이라는 개념을 잘못 사용한 사례

 

일부 언론에서는 집단소송이 도입되면 남소 우려가 있다고 한다. ‘집단소송’이라는 용어를 언론에서 잘못 쓰다 보니 집단소송이 많이 제기되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한다. ‘증권집단소송’ 이 도입될 때도 비슷한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2005년에 증권집단소송이 도입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그동안 소송허가를 법원으로 받은 경우는 6건뿐이다. 집단소송제가 없는 현재는 가습기살균제로 피해를 봤어도 건강상·시간상 여유가 없어 소송에 직접 참여하지 않으면, 명백히 피해자여도 배상을 받을 수 없다. 법률 행정적 절차에 따른 시간과 돈이 있는 사람만 배상을 받을 수 있는 비효율을 막자는 게 ‘집단소송’의 존재 이유다.

둘째, 징벌적 손해배상은 회사가 실수했다고 징벌적 벌금을 부과할까? 그렇지 않다. 징벌적 배상은 고의 또는 고의에 가까운 중과실에만 적용된다. 펀드, 보험을 잘 못 파는 등의 실수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고의로 한 위법행위가 있다면 엄격한 책임을 물어야 고의적 위법행위의 반복을 피할 수 있다. 이는 사전규제를 사후적 규제로 전환한다는 측면에서 더욱 시장 친화적인 규제 방안이다.  

▲ 지난달 29일 매경 기사
▲ 지난달 29일 매경 기사

 

셋째, 집단소송제, 징벌적 손해배상 등을 강화하는 것이 반시장적 정책일까? 일부 언론에서 상법 규제는 반(反)기업·반시장 정책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반기업과 반시장은 전혀 다른 말이다. 시장과 기업은 다르다. 비효율적인 기업은 끊임없이 퇴출되는 것이 시장원리라면, 어떻게 하든 계속기업을 유지하고자 하는 것이 기업원리다. 상법 개정안은 경영인 입장에서는 부담되는 법일 수도 있으니, 반(反)경영인 정책이자 친시장정책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옳다. 시장참여자는 경영인 말고도 소비자, 노동자 등 무수히 많다. 시장참여자의 일부만을 차지하는 경영인을 규제하는 법안을 시장을 규제하는 법안이라고 말하면 안 된다. 친시장을 위해서는 경영인을 규제할 필요도 있다. 최소한 반기업과 반시장에 가운뎃점을 넣어 묶어서 표현하지는 말자. 

▲ 반기업과 반시장을 묶어서 표현한 언론보도
▲ 반기업과 반시장을 묶어서 표현한 언론보도

 

언론은 집단소송, 실수, 친기업, 친시장 등의 개념을 다룰 때 주의해야 한다. 단어의 느낌적 느낌을 어감으로만 표현하면 안 된다. 정확히 법적, 경제적 의미를 파악해서 써야 한다. 마지막으로 TMI(지나치게 자세한 정보) 하나. 많은 언론에서 법의 제정과 개정을 가운뎃점을 넣어 묶어서 법률의 제·개정이라고 표현하는 일이 자주 있다. 그러나 위에서 말한 대로 제정과 개정에서 정은 각각 다른 단어다. 재·개정이라고 묶어 말할 수가 없다. 정확한 단어와 개념을 모르기 때문에 발생하는 실수 아닐까? 물론 이는 고의나 중과실은 아니니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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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20-10-10 16:49:08
"집단소송제가 없는 현재는 가습기살균제로 피해를 봤어도 건강상·시간상 여유가 없어 소송에 직접 참여하지 않으면, 명백히 피해자여도 배상을 받을 수 없다. 법률 행정적 절차에 따른 시간과 돈이 있는 사람만 배상을 받을 수 있는 비효율을 막자는 게 ‘집단소송’의 존재 이유다." <<<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