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가 지난 28일 언론 보도에 따른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 책임을 지우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담은 상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하자 한국기자협회·한국신문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가 28일 공동성명을 내고 “법무부는 언론 자유 유린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즉각 중지하라”고 요구했다. 

이들 3단체는 해당 법안을 “헌법상 기본권인 언론의 자유와 국민의 알 권리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악법”이라고 규정하며 “법안 개정을 즉각 중지하라”고 경고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는 사회적 강자에 의해 다수의 약자가 피해를 입었을 때 이를 시정하는데 적합한 제도”라며 “권력의 감시가 본연의 역할인 언론을 상대로 제조물 책임을 묻는 것은 위험천만한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미국에서도 언론을 상대로 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언론의 자유 침해 등을 이유로 극히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는 언론의 감시 기능과 국민의 알 권리를 위축시키려는 과잉규제이자 위헌적 소지 등의 문제점이 있어서다”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과거 국회에서 언론 보도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을 담은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폐기된 사례를 언급하며 “언론의 위축으로 우리 사회가 입게 될 부작용과 폐해가 크다는 이유로 무산됐다”고 주장한 뒤 “현 정부가 이 제도를 이번엔 정부 입법으로 강행하려는 데 대해 도저히 납득 할 수 없다”고 밝혔다.

3단체는 무엇보다 “악의적 가짜뉴스라는 모호한 잣대로 언론에 징벌적 처벌을 가하겠다는 것은 민주국가 정부의 발상이라고는 믿기 힘들다”며 “현 정부는 거대 여당을 등에 업고 언론에 대해 사전 검열을 하겠다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이들은 “허위 보도에 대해 언론이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다. 언론사는 자체적으로 독자위원회나 시청자위원회를 두고 오보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자정 활동을 하고 있다. 불만이 있을 경우 언론중재위원회나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정정 보도·반론 보도를 청구할 수 있으며 언론사 등에 대한 소송도 가능하다”며 현재 제도로도 충분히 허위 보도에 따른 피해구제가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우리 사회의 근간인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입법은 최대한 신중을 기해 접근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하며 “정부가 사회적 합의도, 명분도 없는 언론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독단적으로 강행할 경우 모든 수단을 동원해 적극 저지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법무부가 지난 23일 발표한 상법 개정안은 19개 법률에 흩어져 있던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아예 상법으로 규정해 일반 분야로 확대·도입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이에 따르면 상법상 회사인 언론사도 징벌적 손해배상 적용 대상이다. 오보에 대한 고의·중과실이 인정되는 경우 보도에 따른 손해의 5배 범위 내에서 배상 책임을 져야 한다. 

박철우 법무부 대변인은 미디어오늘에 “언론사를 겨냥한 법안이 아니다”라고 밝히며 “주요 사실관계를 확인하지 않거나 악의적으로 왜곡된 보도를 한 경우에 한해서만 적용될 여지가 있기 때문에 언론 자유의 위축으로 연결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금도 오보에 대해서는 악의성 등을 판단해 손해배상 판결이 이뤄지고 있는데, 언론이 과도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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