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모든 앱의 결제를 앱마켓에서(In-APP) 하고 수수료를 30%로 올리겠다고 밝히면서 국내 업계와 당국은 물론 소비자단체까지 반발하고 있다. ‘인앱결제’ 강요가 불공정거래라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여야 국회의원들도 관련 법안을 연이어 발의하고 있다.

한국 앱시장은 ‘구글플레이’ 종속성이 심화되고 있다. 2019년 기준 앱마켓별 매출 점유율은 구글플레이 63.4%, 애플 앱스토어 24.4%, 원스토어 11.2%(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모바일산업연합회 ‘2019 모바일콘텐츠 산업현황 실태조사’) 순이다. 가장 비중이 높은 매출 유형은 45.3%에 이르는 ‘인앱결제’로 나타났다. 인앱결제 매출액은 전년 대비 10.6% 늘었다.

업계에서는 시장에서 지배적지위를 가진 구글의 외부 결제시스템 차단은 위법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지난달 24일 구글의 결제방식 강제가 전기통신사업법 위반이라고 방송통신위원회에 신고했다. △다른 전기통신서비스 선택∙이용 방해 △정당한 사유 없이 전기통신서비스 이용 제한 △정당한 사유 없이 이용계약 중요 사항 변경 또는 이용계약 해지 △과금∙수납대행 수수료 등 거래조건의 부당 설정∙변경을 통해 적정한 수익배분 거부∙제한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등을 신고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달 31일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법률 검토 보고서에서 “수수료가 증가되면 이용자의 지불 비용도 증가하기 때문에 전기통신이용자의 이익을 현저히 해치는 방식으로 전기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또 “앱 다운로드는 주로 휴대폰에서 이뤄지는 만큼 전파법에서 할당받은 주파수를 사용하는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해 디지털콘텐츠인 앱을 제공하기 위한 거래에서 적정한 수익배분을 거부하거나 제한되는 행위에 해당될 수 있어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 구글플레이 결제 화면.
▲ 구글플레이 결제 화면.

한준호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4일 인앱결제 여부에 따라 디지털콘텐츠 가격이 다르다며 몇가지 사례를 들었다. 이미 수수료 30%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애플과 구글의 디지털콘텐츠 가격을 비교한 것이다. 한 의원실은 △ ‘구글유튜브 프리미엄’ 안드로이드 8690원, 애플 1만1500원 △ ‘웨이브’ 안드로이드 7900원, 애플 1만2000원 △ ‘네이버클라우드’(100GB) 안드로이드 3만원, 애플 4만4000원 △ ‘멜론스트리밍서비스’ 안드로이드 1만900원, 애플 1만5000원 등 예를 들었다.

금융정의연대∙민생경제연구소∙올바른통신복지연대∙한국YMCA전국연맹 등 소비자단체들은 지난달 공동 성명을 내고 “(구글이) 정당한 사유 없이 정책을 변경하는 것은 기만적인 시장지배력 남용행위가 아닐 수 없다”며 “정부와 국회는 이에 대처하기 위한 장기 정책을 수립해야 하며 현행 공정거래법과 전기통신사업법을 모바일 생태계에 맞도록 개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행법엔 앱마켓사업자에 대한 의무가 구체화돼있지 않다. ‘앱 마켓사업자’와 관련해 신설된 전기통신사업법이 올해 12월부터 시행되지만 말 그대로 정의를 추가한 수준이다. 관련 조항은 ‘앱 마켓사업자’를 “부가통신역무를 제공하는 사업 중 모바일콘텐츠 등을 등록∙판매하고 이용자가 모바일콘텐츠 등을 구매할 수 있도록 거래를 중개하는 사업을 하는 자”로 보고 있다.

여야 의원들은 인앱결제 강제를 막기 위한 법안들을 발의했다.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달 11일 기존 금지행위 조항(제50조)에 “앱 마켓사업자가 특정한 결제수단을 강제 또는 불합리하거나 차별적인 조건 또는 제한을 부과하는 행위”를 추가하는 법안을 냈다.

다만 기존 50조는 전기통신사업자 등에 대한 조항이기에, 새로운 사업주체에 대해서는 별도 조항을 만들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더불어민주당 홍정민∙조승래 의원은 각각 ‘앱 마켓사업자의 의무’ 조항을 신설하는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지난 7월30일 홍정민 의원의 대표발의안(이하 ‘홍정민안’)은 앱 마켓사업자가 △정보통신망법상 불법정보가 포함된 모바일 콘텐츠 등록∙판매 △모바일콘텐츠 게발자에게 불리한 계약 체결 △모바일콘텐츠 개발자 간 공정한 경쟁 또는 이익 저해 행위 등을 금지하도록 했다. 

지난 8일 발의된 조승래 의원안은 △우월한 지위를 이용한 특정 결제방식 강제 △부당하게 모바일콘텐츠 심사를 지연시키거나 해당 콘텐츠를 삭제 △다른 앱마켓사업자에게 모바일콘텐츠를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는 행위 △거래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두 법안은 각각 정부 당국의 규제 권한도 명시했다. 홍정민안은 방통위가 앱마켓 운영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규정을 위반한 사업자에게 시정명령 등 조치를 취하도록 했다. 조승래안은 방통위의 조사 및 자료제출 권한에 더해 방통위 뿐 아니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도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관련 법안 심사는 이달 안에 이뤄질 전망이다. 현재 정부, 국회 뿐 아니라 업계와 소비자단체 등 주요 이해관계자들이 인앱결제 부당함을 주장하고 있어 입법 추진에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도 관련 법제화에 이견이 나오지 않고 있다. 향후 해외사업자에 대한 규제와 관련해 늘 제기되는 실효성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가 하나의 관건이다. 방통위나 과기부 등 관련 부처의 권한 행사가 합당한지도 심사 과정에서 충분히 검토돼야 한다.

학계에서는 어느 방향으로든 규제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최근 미디어경영학회 세미나에서는 인앱결제 강제가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불러올 거라는 우려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10일 미디어오늘에 “시장지배력을 이용해 이익을 극대화하고 소비자에게 피해를 줄 요소가 있다면 당연히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한 규정을 만들어야 한다”며 “구글 같은 곳이 인앱결제를 강제하면 다른 서비스사업자들과는 절대 경쟁이 안 된다. 우리나라 기업이 역차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다른 나라에서 사업을 하려면 그 나라의 제도∙규제에도 대상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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