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등 흉악범 신상정보를 공개한 사이트 ‘디지털 교도소’에 ‘접속차단’을 해달라는 민원이 접수됐지만 현재 사이트가 접속되지 않는 등의 이유로 ‘의결보류’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들은 “허위 정보가 발견됐지만, 사이트가 접속되지 않는 상황에서 섣불리 접속차단을 내리는 것은 권한 남용이 우려된다”며 “접속차단은 유해 및 허위 정보 등이 한 사이트 내에 70% 정도 돼야 차단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방통심의위 통신심의소위원회(통신소위·소위원장 박상수)는 10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디지털교도소 사이트가 정보통신심의규정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 위반 등’, ‘범죄 기타 법령 위반’ 조항을 위반했는지 심의한 결과 ‘의결보류’를 결정했다.

▲지금은 접속되지 않는 디지털 교도소 사이트 페이지 화면.
▲지금은 접속되지 않는 디지털 교도소 사이트 페이지 화면.

미디어오늘 취재 결과 10일 기준 방통심의위에 디지털교도소를 접속차단 해달라는 심의 민원은 총 41건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방통심의위가 심의 안건으로 상정한 건은 명예훼손 9건, 성범죄자 신상공개 11건, 개인정보 게재 1건 등 총 21건이다.

명예훼손 9건은 피해당사자인 피해자 신고로 안건이 상정됐다. 성범죄자 신상공개 11건은 경찰청이 민원을 접수한 것이다. 경찰청은 “‘성범죄자 알리미’ 사이트에서 공개한 성범죄자 사진 및 신상정보 등은 아동청소년을 성범죄자들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성범죄 우려가 있는 자를 확인할 목적으로만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개인정보 게재 1건 역시 경찰청이 접수한 민원이다. 경찰청은 “특정 인물에 대해 전화번호 등 신상정보를 게재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7월1일 공개된 디지털교도소는 흉악범의 사진·실명 등 신상정보를 공개하면서 화제가 됐다. 성범죄자(디지털·소아성애·지인능욕), 아동학대 범죄자, 살인자 등의 이름, 범죄 내용, 생년월일 등이 사진과 함께 게시됐다. 일부 게시물은 연락처까지 공개됐다.

디지털 교도소 사이트가 출범하자 긍정적 평가도 있었다. 흉악범들에 대한 사법기관의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3일 최근 이 사이트에 신상이 공개된 한 대학생이 숨지고, 불법을 저지른 적도 없는 한 의과대학 교수의 신상이 공개되면서 ‘사적 응징’에 대한 사회적 논란과 우려가 커졌다.

▲(위쪽부터) 지난 5일 보도된 KBS 리포트화면 갈무리. 지난 8일 보도된 SBS 리포트화면 갈무리.
▲(위쪽부터) 지난 5일 보도된 KBS 리포트화면 갈무리. 지난 8일 보도된 SBS 리포트화면 갈무리.

경찰은 서버를 해외에 두고 있는 운영진을 해외 수사기관과 공조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후 지난 8일부터 디지털 교도소 사이트는 접속되지 않고 있다. 운영자가 사이트를 폐쇄해 접속되지 않는 게 확실하다면 심의 요건을 갖추지 못해 ‘각하’ 처리되지만, 이 사이트는 가끔 접속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심의위원 5인은 전원 의견으로 ‘의결보류’를 결정했다. 심영섭 위원은 “운영자가 적발되지 않기 위해 동유럽에 있는 서버를 이용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 일시적으로 접속이 안 되긴 하지만, 접속이 안 된다고 판단하긴 어려워서 각하하긴 어렵다”며 “저희가 확인을 못 하는 상황이다. 각하 요건은 아닌 것 같다. 접속차단을 하려면 사이트가 있어야 하는데 없는 상태다. 의결보류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심 위원은 “최근 이런 유사한 사이트가 많다. 주홍글씨라는 사이트. 마녀사냥식의 개인 명예를 훼손하는 개인정보가 담겨있다. 전체 사이트에서 지금 디지털 교도소, 주홍글씨 등에서 적시한 정보가 어디까지가 허위고 진실인지 판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가급적 이런 사이트 위법성을 좀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전체 사이트 URL 차단에 대해서도 신중한 입장이다. 이 사이트가 표명한 공익적 목적이 일부 있을 수도 있다. 이런 부분까지 전반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재영 위원은 “디지털 교도소가 현재 사회적으로 공공의 적이 됐다. 국민 정서에 비춰볼 때 악질적인 범죄행위에 양형기준이 낮고 처벌도 약한 것에 문제를 가진 사람들이 환호했다. 하지만 점점 확인되는 부작용이 있다”며 “인격권을 침해할 수 있는 소지가 큰 점이 있다. 시급하게 조치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유통되지 않는 사이트에 접속차단 결정을 하는 것도 어렵다”고 밝혔다.

김 위원은 다음 회의 전까지 유관기관과 통신자문특별위원회 등 여러 관계자 이야기를 좀더 경청할 것을 제안했다. 김 위원은 “그동안 한 사이트를 접속차단 하려면 70% 이상이 불법 정보여야 한다. 무리하게 접속차단 조치하는 것도 권한 남용 소지가 있다. 그런 점을 감안해서 의결보류가 적절하다”며 “사무처가 이 안건을 계속 고민하고 유관기관에 법률해석을 의뢰했던 것으로 안다. 아직 통신자문특위에는 검토해달라고 요청하지 않았다. 특위를 포함해 여러 곳에 의견을 물어달라”고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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