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3세 이상 국민에게 통신비 2만원을 일괄 지급하는 쪽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안했고 10일 문 대통령이 주재하는 비상경제회의에서 최종 결정했다. 원래 17~34세와 50세 이상에게만 지급하는 안을 검토한다는 보도 이후 비난이 쏟아지자 수정한 것이다. 재난지원 성격에 적합한지, 정부의 재난지원 기준이 있는지 등을 두고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왜 정부는 지원을 해주면서도 비판을 받을까?

▲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8차 비상경제회의 모습. 사진=청와대
▲ 1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8차 비상경제회의 모습. 사진=청와대

 

재난지원 취지에 맞나 

첫째로, 통신비 지원이 재난지원 성격에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다. 10일자 한겨레 사설 제목은 “재난지원용으로 통신비 2만원 할인, 쌩뚱맞다”였다. 이 신문은 “코로나 사태로 타격을 받은 계층을 선별해 집중 지원하기로 한 2차 재난지원금 취지와는 맞지 않고 엉뚱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이날 오전 상무위원회에서 “1조원 가까이 되는 이 돈은 시장에 풀리는 게 아니고 고스란히 통신사에 잠기는 돈”이라며 “받는 사람도 떨떠름하고 1조원이 적은 돈도 아닌데 소비진작 경제효과도 전혀 없는 이런 예산을 정의당이 그대로 승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두터워야 할 자영업자 지원은 너무 얇고, 여론무마용 통신비 지원은 너무 얄팍하다”며 “통신비 2만원 지급의 재고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했다. 

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을 반대하는 주장의 근거 중 하나는 1차 재난지원금에 대한 소비진작 효과가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런데 통신비 지원은 1차 지원금보다 소비진작 효과가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이날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돈이 직접 통신사로 들어가니 승수효과가 없어 동네골목 매출을 늘리는 효과를 기대하기 아렵다”고 말했다. 승수효과란 확대재정으로 풀린 돈이 유효수요와 소비로 이어져 몇배에 이르는 총수요를 창출하는 효과를 말한다.

통신비는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주장해온 것처럼 통신비용 원가공개, 통신비 적정성 분석 등 정부가 이동통신사를 규제하는 방식으로 시민의 부담을 덜 수 있다. 

독과점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이통사들에게 재정을 투입하는 것에 대한 비판도 있다. 참여연대는 10일 “전국민이 코로나로 신음했던 상반기 이통3사의 영업이익은 1조6834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9.7% 늘었다”며 “통신비 지원을 한다면 지원금 전부를 정부재정으로 지출할 게 아니라 지원금의 최소 절반은 이통3사가 부담하고 자체적으로 감면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 이동통신사 대리점. 사진=연합뉴스
▲ 이동통신사 대리점. 사진=연합뉴스

 

야당과 협의한 선별지급 취지 무색

이낙연 대표가 기획재정부·국민의힘 지도부 등과 선별지급에 공감대를 이루며 선별지급으로 입장을 모은 명분은 더 취약한 이들에게 두텁게 지원하자는 것이었다. 

이번 통신비 지원은 이 취지에 맞지 않는다. 재난지원금 관련 입장을 같이 했던 국민의힘도 비판했다. 김은혜 국민의힘 대변인은 10일 논평에서 “언제는 재정상 선별지급이 불가피하다더니, 이제는 사실상 전국민 통신비 지원인데 ‘그때 그때 달라요 재난지원금’인가”라며 “효과가 불분명한 ‘전국민 2만원 통신비’를 위해 7조 나라빚을 지겠다는 것인지, 한계 상황의 국민을 대하는 인식과 접근에 깊은 고민을 요청한다”고 주장했다. 

35-49세 뺐다 넣어, 선심성 지적도 

지난 6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35~49세는 제외한 채 통신비 지원을 논의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조롱과 비판이 나왔다. ‘35~49세는 정부 지지층이라 지원 없어도 되는 거냐’부터 35세 기준이 만 나이인지를 문의하는 움직임까지 혼란이 가중됐다. 그러자 3일 만에 전국민 지원으로 바꿨다. 

한겨레는 사설에서 “지원 대상에서 중간 연령대를 빼려다가 도로 집어넣는 과정을 보면서 선심성 지원이라는 의심이 들 뿐 아니라 코로나 사태라는 엄중한 재난 상황을 희화화하지 않을까 우려마저 든다”고 지적했다. 조선일보도 이날 사설에서 “선별 지원에서 빠진 국민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또 공짜 돈 수천억원을 뿌리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부, 재난지원 기준있나 의심 

정부는 선별과 보편 중 어떤 판단이든 내릴 수 있다. 그 과정에서 이견을 가진 정치세력이나 국민을 설득하고 정책 효과를 설명해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통신비 지원 대책뿐 아니라 2차 재난지원금 결정과정에서 보인 ‘오락가락 행보’는 정부가 어려움에 대한 진단이나 정부재정에 대한 평가를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심상정 대표는 재난지원금 전국민 지급을 주장하며 “추석 전 신속한 지급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인데 과연 이게 가능할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소득을 파악해 지원을 결정할 경우 이를 선별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어서다. 

▲ 추석 대목을 앞둔 가운에 손님들 발길이 끊긴 광주의 한 시장 모습. 사진=노컷뉴스
▲ 추석 대목을 앞둔 가운에 손님들 발길이 끊긴 광주의 한 시장 모습. 사진=노컷뉴스

 

정부는 2차 재난지원금의 경우 자영업자들의 소득이 아닌 매출을 기준으로 지원을 결정하겠다고 했다. 한겨레가 보도한 한 예시를 보면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로 문을 닫은 PC방과 코로나 타격을 받지 않는 온라인 쇼핑몰을 운영하는 사업자의 경우 전체 소득이 증가했더라도 PC방 매출이 급감했기 때문에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1차 재난지원금 지급 이후 추가 지원방식에 대한 고민과 준비가 부족했다는 증거다. 통신비 지원정책도 이런 맥락에서 황당한 정책 아니냐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선별과 보편 논쟁에 가려진 면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원재 LAB2050 대표는 페이스북에 “재난지원금 쟁점은 모두의 착각(또는 의도적 오해)처럼 ‘선별지급이냐 보편지급이냐’가 아니라 ‘얼마나 거둬 얼마나 나눌 것인가’였다”며 “14조원이던 1차 재난지원금 총액이 2차 때는 7조원 규모로 작아질 전망이다. 필요한 사람에게 두텁게 지급하자는 말이 공허한 이유”라고 주장했다. 이어 “덜 거둬 덜 나누자는 사람들이 승리했고, 더 거둬 더 나누자는 사람들이 패배했다”는 말이다. 

정부가 재정건정성을 우려하는 이들을 설득한 재원 대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2차 지원금에서 규모를 줄여놓고 마치 ‘선별지원이 취약층을 더 두텁게 보호한다’는 주장을 폈다는 지적이다. 이래저래 주고도 비판받는 정책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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