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도 평등하고 안전하게 노동할 수 있는 방송 제작 현장 만들기 운동이 시작됐다. 차별과 혐오 정서가 지배적인 문화를 바꾸고 궁극적으로 모든 미디어 산업에 적용될 가이드라인을 제정하겠다는 움직임이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이하 한빛센터)와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이하 연분홍치마)는 이달부터 공동 프로젝트 ‘스탠바이큐’(STANDBY-Q) 활동에 돌입했다. Q는 성소수자를 뜻하는 영어 단어 퀴어(Queer)의 앞글자를 땄다. 취지는 “존재하지만 계속 존재가 가려져 온 퀴어(성소수자) 미디어 노동자 문제를 적극 알리고, 차별과 혐오가 없는 노동 현장을 만들기 위함”이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와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가 9월부터 활동에 돌입한 공동 프로젝트 ‘스탠바이큐’(STANDBY-Q) 포스터. 사진=한빛센터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와 ‘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 연분홍치마’가 9월부터 활동에 돌입한 공동 프로젝트 ‘스탠바이큐’(STANDBY-Q) 포스터. 사진=한빛센터

 

한빛센터는 이와 관련 “한국 미디어 산업은 상대적으로 남성 중심적 문화가 강하며 퀴어에 대한 혐오와 차별이 공공연히 발생하는 한국 사회 문화도 자유롭지 않다”며 “미디어를 보는 사람도, 만드는 사람도 카메라 뒤에 퀴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못한다”고 실태를 짚었다. 

프로젝트팀은 먼저 ‘스탠바이큐 홈페이지’를 개설해 상담과 제보 창구를 열었다. 또 신상 공개 우려가 없는 ‘대나무숲’ 콘셉트의 익명 고충 제보 페이지도 마련했다. 

오는 25일에는 ‘퀴어 프렌들리(친화적)한 미디어 제작환경을 위한 토크쇼’도 연다. 시민들에게 성소수자 미디어 노동자 존재를 알리는 홍보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첫 번째 행사다. 페미니스트 문화평론가 손희정씨, 여성 래퍼 슬릭씨, 배우 홍석천씨, 영화 ‘종로의 기적’을 연출한 연분홍치마 소속 이혁상 감독 등이 패널로 나온다. 토크쇼 개최를 위해 오는 16일까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텀블벅’에서 후원금 모금 중이다. 

제작사나 방송사 등에 적용될 가이드라인 제정도 목표 중 하나다. 이들은 “해외 사례나 국내 유사 사례를 참조해 최대한 국제적 기준에 맞추고, 성소수자가 주체적이고 당당한 미디어 제작 현장이 될 수 있도록 만들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 발의된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에도 적극 동참할 계획이다. 

▲넷플릭스 직원들이 구성한 모임. 여성, 성소수자, 장애, 인종 등 다양한 정체성에 기반한 모임이다. 사진=넷플릭스 홈페이지 갈무리
▲넷플릭스 직원들이 구성한 모임. 여성, 성소수자, 장애, 인종 등 다양한 정체성이나 특정 관심사가 기준이다. 사진=넷플릭스 홈페이지 갈무리

 

이들은 일례로 OTT 플랫폼 넷플릭스 지침을 들었다. 넷플릭스는 ‘포용과 다양성’을 인사 지침으로 두고 다양한 정체성을 기반으로 한 직원들 내부 모임 활동도 독려한다. 넷플릭스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성별 고용 현황은 ‘남성(48%)’, ‘여성(47%)’ ‘비공개(4%)’ ‘그밖에 성 정체성(1%)’ 등이다.

직장 내 괴롭힘 방지 및 평등한 고용 준칙도 두고 있다. 넷플릭스는 준칙에서 “어떤 직원이나 지원자도 ‘보호 대상’이라는 이유로 다르게 대하지 않는다. 보호 대상이란 인종, 종교, 피부색, 혈통, 출신 국가, 성, 성적 지향, 성별, 성적 정체성 또는 표현, 연령, 장애, 질병, 임신, 출산, 유전 형질, 결혼 여부, 병역 및 현지 법률에 따른 기타 특성을 말한다”며 “채용, 고용, 배치, 직무 할당, 보상, 승진, 발령, 복리후생, 트레이닝, 강등, 징계, 고충 처리, 해고 등을 포함한 제작 모든 측면에서 이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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