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이재학 PD 사망을 계기로 약속한 구조 개선 과제를 이행 중인 CJB청주방송이 정규직 노조, 비정규직 노동자 대표와 인권 보호를 골자로 한 ‘존중 일터 선언문’을 발표했다. 지난 7월 이행을 약속한 21개 과제 중 하나다. 

청주방송은 4일 오후 2시 ‘함께 웃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청주방송 화합의 날’ 행사를 내부 스튜디오에서 열고 ‘CJB청주방송 종사자 일동’ 명의의 존중 일터 선언문을 발표했다. 행사엔 이성덕 대표와 장원석 언론노조 청주방송지부장 및 비정규직 대표로 황준구 조연출이 참석했다.

▲4일 오후 2시 청주방송 사옥 내 스튜디오에서 ‘함께 웃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청주방송 화합의 날’ 행사가 열렸다. 왼쪽부터 장원석 언론노조 청주방송지부장, 비정규직 대표인 황준구 조연출, 이성덕 대표, 황수동 아나운서. 사진=청주방송
▲4일 오후 2시 청주방송 사옥 내 스튜디오에서 ‘함께 웃는 일터를 만들기 위한 청주방송 화합의 날’ 행사가 열렸다. 왼쪽부터 장원석 언론노조 청주방송지부장, 비정규직 대표인 황준구 조연출, 이성덕 대표, 황수동 아나운서. 사진=청주방송

선언문은 총 7개 조항이다. △모든 종사자가 인격을 존중받고 안전하게 일할 권리 △인권 침해 금지와 회사의 피해자 보호 의무 △회사의 종사자 신체·정신적 건강을 보호할 의무 △직원 간 무례한 행동 및 부하 직원에 부당 지시 금지 등이 담겼다. 

선언문은 특히 “회사는 직급·직책에 따른 어떤 차별도 허용하지 않고 구성원들 역할에 맞는 임무를 부여한다”고 명시했다. 또 “종사자들은 자기 업무를 남에게 떠넘기지 않고 맡은 임무를 성실히 수행할 것”과 “회사는 종사자 간 인격 침해에 눈감지 않고, 수시 점검해 건전한 근무환경을 조성한다”는 조항도 있다.

이는 청주방송이 지난 7월22일 언론노조·유족·시민사회(고 이재학 PD 사망 대책위) 등 3자와 합의한 이행과제다. ‘조직문화 및 시스템 개선’ 부분의 7개 과제 중 ‘존중·배려하는 일터 선언문 채택과 공동체 회복 프로그램 마련’ 안이다. 이행기한은 지난달 31일이나 일부 임직원들 여름휴가 등 내부 사정으로 며칠 미뤄졌다. 

▲CJB청주방송이 4일 발표한 '존중 일터 선언문'. 사진=청주방송
▲CJB청주방송이 4일 발표한 '존중 일터 선언문'. 사진=청주방송

4자가 합의한 27개 이행안 중 청주방송의 직접 이행 과제는 21개다. 4일 기준 이행이 끝난 과제는 일터 선언문을 포함해 6개다. ‘회사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 입장 표명’, ‘이 PD 명예복직과 추모’는 지난 7월23일 완료됐다. 

7월31일까지 구성키로 한 ‘작가 직접고용 및 고용안정 방안 마련 TF’은 기한을 지켰다. ‘노조 추천 전문 단체에 의뢰해 종사자 심리 치유 지원’ 과제에 대해 청주방송 관계자는 이행 마감일인 지난달 31일 “(노사) 논의를 거쳐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나머지 1개 과제 ‘유족 보상’은 이행 기한을 지키지 못했다. 합의 후 1주일 이내(7월29일)였으나 8월11일 이행됐다. 

이행 기한을 넘긴 과제는 1개 더 있다. 이 PD 사망에 영향을 준 ‘책임자 조치’는 지난달 21일까지 마쳐야 했다. 청주방송은 아직 인사위 구성에 돌입하지 못했다. 시민대책위에선 가해자 처벌이 이 PD 유족과 대책위가 요구한 핵심으로 최우선 해결 과제인데도 '합의 타결 후 47일이 지나도록 시작도 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청주방송 관계자는 이와 관련 “2차로 작성된 진상조사 보고서만 인사위 회부 근거로 삼을 수 없어 이 사건 진상조사위원회 측에 관련된 원본 조사 자료를 요청했다. 이 과정에서 시간이 걸렸고 다음 주께 조사위로부터 자료를 받을 예정이다. 받는 즉시 신속히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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