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아넬카-문제적 저니맨’은 프랑스 축구스타 니콜라 아넬카 이야기다.

그는 대표적 저니맨(자주 팀을 옮기는 선수를 뜻하는 스포츠 용어)이었다. 지난 축구선수 생활 22년 동안 12개 팀을 옮겨 다녔다. 전성기 시절 이탈리아, 일본, 프랑스, 독일, 중국 등으로 무대를 바꿔가며 활약했던 안정환도 아넬카 앞에선 한 수 접어야 할 ‘떠돌이’ 이력이다.

다큐 원 제목은 ‘아넬카: 오해’(Anelka: Misunderstood)다. 아넬카는 현역 시절 각종 구설이 끊이지 않았던 선수다.

2013년 경기 중 골을 넣고 반유대주의 세리머니 논란으로 벌금과 출전금지 징계를 받기도 했다. 아넬카는 다큐에서 자신과 불화를 빚고 있던 감독에게 “엿이나 먹어라”는 의미로 한 손동작이었을 뿐 반유대주의를 뜻하는지 몰랐다고 해명했다. 대중과 언론의 ‘오해’였다는 것이다. ‘문제적 저니맨’의 일거수일투족은 극성스러운 영국·프랑스 언론의 좋은 먹잇감이었다.

▲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아넬카-문제적 저니맨’은 프랑스 축구스타 니콜라 아넬카 이야기다. 사진=넷플릭스.
▲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아넬카-문제적 저니맨’은 프랑스 축구스타 니콜라 아넬카 이야기다. 사진=넷플릭스.

정점을 찍은 사건은 2010년 남아공 월드컵 때였다. 프랑스 국가대표팀은 매우 부진했다. 감독 레몽 도메네크와 개성 강한 선수들의 불화뿐 아니라 선수들 사이에서도 ‘왕따설’이 불거지는 등 한마디로 막장 콩가루 집안이었다.

직전 대회에선 국내 팬들에게도 잘 알려진 지네딘 지단이 각종 불화설 속에서도 팀을 준우승으로 이끌었지만 2010년 상황은 많이 달랐다. 감독으로 상징되는 축구협회와 선수들의 갈등과 불만, 분노가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멕시코와 프랑스의 조별 예선 2차전 전반전이 무득점으로 마무리된 후 라커룸. 아넬카와 감독 도메네크 사이 언쟁이 있었고, 다음날 프랑스 일간 스포츠신문 레키프(L'Équipe)는 아넬카가 도메네크에게 퍼부었다는 욕설로 1면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엿이나 먹어 매춘부 아들놈아!”

프랑스 축구협회는 감독에게 욕하고 사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아넬카를 대표팀에서 퇴출했다. 선수들은 협회 조치에 항의 의사표시로 대회 훈련에 참가하지 않는 등 ‘남아공 쇼크’가 프랑스를 뒤흔들었다. 레키프(L'Équipe)는 구하지 못할 정도로 잘 팔렸다. 

프랑스 국가대표팀 불화는 프랑스 정치로까지 비화됐다.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프랑스 축구대표팀 상황에 깊은 우려를 표하며 대표팀 관계자들을 만나 사태 수습을 당부했고 야당은 정부에 대표팀 사태 책임을 물으며 사르코지 탓을 했다. 도메네크는 프랑스 축구협회장과 국회 청문회에 출석하기도 했다. 축구대표팀이 프랑스의 다민족·다문화를 훌륭히 통합한 사례로 국민 자랑거리였던 걸 생각하면 이해 못할 극성은 아니다. 

▲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아넬카-문제적 저니맨’ 예고 영상. 사진=넷플릭스 예고 영상 갈무리.
▲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아넬카-문제적 저니맨’ 예고 영상. 사진=넷플릭스 예고 영상 갈무리.

레키프 보도는 진실이었을까. 아넬카는 레키프 측을 고소했는데 법원은 2011년 7월 레키프 1면에 대해 “명백히 극적이며 충격적”이라면서도 “언론 표현의 자유 범주에 포함된다. 어느 정도 과장이나 도발이 동반될 수 있다는 점을 용인한다”고 했다.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넬카가 ‘매춘부 발언’을 한 적 없다는 건 도메네크 입으로 확인된다. 도메네크는 2018년 다큐멘터리 ‘감독들’에서 “라커룸에서 선수들과 열띤 대화를 할 때가 있다. 단지 그뿐”이라며 “신문에 실린 발언은 절대하지 않았다”고 했다. 

도메네크는 “하프타임 때 나는 ‘니코(아넬카의 애칭) 네가 깊이 들어가’라고 말했고, 그말을 듣고 니코가 뒤돌면서 손에 들고 있던 신발을 내동댕이치고는 ‘망할 팀 혼자 이끌어보쇼’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언론 속성은 국적을 가리지 않는달까. 선정적 언론 앞에 진실이 밝혀지기까지 무려 8년이 걸렸다. 다큐는 레키프가 다큐 인터뷰를 거부하고 당시 신문 1면 발췌도 불허했다고 밝혔다. 아넬카는 다큐에서 말한다. “(도메네크가 다큐에서) 8년이 지나서야 내가 한 말이 아니라니까 사람들이 좀 많이 놀랐다. 그러나 도메네크가 축구연맹에 제출한 보고서에도 (이 내용은) 나온다. 언론도 이미 그 사실을 알았지만 아무 말 안 했을 거다.” 저니맨을 문제적으로 따라다녔던 여러 언론도 확인해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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