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제1회 시청자주간 핵심 행사로 지난 1일 ‘KBS 시청자포럼’을 개최한 가운데, 재난이 일상이 된 ‘위험사회’에선 KBS가 재난방송 상설전담 인력을 배치하는 등 공영방송으로서 막중한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이날 KBS 아트홀에서 열린 포럼(‘변화된 미디어 생태계, 공영미디어 KBS의 지속가능성과 공적 책무’)에서 △재난방송과 KBS 역할 △KBS의 사회적 책무 △시청자 참여 활성화 △KBS의 재정안정화 방안 등을 주제로 토론이 진행됐다. 

전문가들은 KBS가 특화된 재난방송을 통해 타매체와 차별화되는 공영성을 구현하고, 사업자보다는 이용자 관점에서 책무를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세션 ‘코로나19-재난 방송의 중요성과 KBS의 역할’에서 김태일 영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KBS 이사)는 “(코로나19와 기후변화 등) 더 이상은 안전사회가 아니라 위험사회가 현실이고 일상이라면, 재난방송도 특별하고 예외적인 것이 아니라 일상적 과업이 돼야 한다”며 “재난방송은 상설기구를 갖고 있어야 하고 상설전담인력을 배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재난방송에서 중요한 것은 ‘신속성’보다 ‘정확성’이라며 BBC가 과거 런던 지하철 테러 사건이 발생했을 때 타 방송사보다 조금 늦게 보도했다며 사실 확인을 하느라 시간이 걸렸기 때문이라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재난보도 역시 ‘피해자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며 “재난방송을 조금이라도 피해자 관점에서 보도한다면, 겨우 목숨을 건지고 나온 피해자에게 카메라를 들이대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재난은 공평하지 않고 ‘재난약자’에게 더 가혹한 피해를 준다”며 “재난약자란 장애인, 노인, 어린이 등 재난이 일어났을 시 스스로 대피하거나 대응할 수 있는 신체적 능력이 부족한 사람, 외국인처럼 재난에 대피하는 데 유용한 메시지를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워 기본적 안전이 보장되지 못하는 곳에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1일 KBS 시청자포럼.
▲1일 KBS 아트홀에서 열린 KBS 시청자포럼.

김 교수는 “재난방송은 예방, 대비 대응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복구’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현대사회는 위험이 일상이고 안전이 예외라면, 재난방송을 주관하는 KBS 역할은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1세션 토론자였던 KBS PD 출신 홍경수 아주대 교수는 “KBS 1TV를 재난방송 중심 채널로 삼아야 한다”며 “최근 KBS가 재난 보도량을 늘렸지만 이는 비난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한 ‘강박적 시간 늘리기’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에 임장원 KBS 보도본부 시사제작본부장은 “KBS 구성원들의 ‘재난 감수성’이 높아졌으며 재난보도준칙도 일상적으로 살펴본다”고 답했다. 

이어진 2세션에서는 ‘시청자가 요구하는 KBS의 사회적 책무’란 주제로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가 발제를 펼쳤다. 이 교수는 KBS의 가장 큰 위기로 공정성 논란을 꼽으며 고품질 공영방송 콘텐츠를 제공하지 못하면 수신료 등 공적 재원 확보를 위한 주장이 신뢰를 얻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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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션에서는 ‘시청자 참여 활성화를 위한 새로운 방안’을 주제로 최은경 전남과학대 교수가 발제를 맡았다. 최 교수는 “시청자 참여 활성화를 위한 새 시각이 필요하다”며 △기본 원칙에 충실한 공영방송으로서 신뢰 회복 △세대, 국적, 언어, 직업, 장애, 젠더극복 등 시청자 공감대 확장 △시청자가 전문가임을 의식할 것 △유익하고 재미있는 방송을 언제 어디에서나 쉽고 빠르게 볼 수 있도록 할 것 등을 제언했다. 

최 교수는 “양질의 콘텐츠 생산을 위해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교육과 투자에 인색하지 말아야 한다”며 “살아있는 시대정신을 제시하고 실천해야 하며 외부 권력으로부터는 독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채널, 플랫폼, 사업자 경계를 허물고 소통 채널을 강화해야 한다”며 “시청자 피드백, 민원 등 상시 접수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사무처장은 “권력으로부터 KBS가 거리두기를 하기 위해 노력한 만큼 시청자와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했는지 묻고 싶다”며 김 처장 본인이 KBS 앞에서 청각 장애인들과 함께 KBS 메인뉴스 수어통역 실시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KBS 관계자들과 면담하려 했던 사례를 설명했다. 

김 처장은 “당시 KBS 측에 면담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고 의견서 전달도 원활치 않았다”며 “KBS가 진정성을 가지고 대화에 임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전했다. 

▲KBS.
▲KBS.

4세션 ‘KBS 지속가능성을 위한 재정 안정화 방안’에서 주정민 전남대 교수는 KBS의 경영 상태와 재무상태 등을 분석하면서 “수신료 수입은 안정됐으나 광고수입이 급감했고, 반면 기타수입은 증가했다. 기타수입 비중이 큰 것은 공영방송인 KBS 재정이 불완전하다는 간접증거”이라고 말했다. 

주 교수는 “특히 KBS 주요 경영 성과 가운데 성장성 측면에서 매출액 증가율이 –5.1%라는 것은 성장 동력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는 수준”이라며 “사업 외 수익을 통한 당기순이익 균형을 맞추고 있는데 재무구조의 근본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다만 주 교수는 KBS 수신료 인상 논의에는 “KBS 정체성, 독립성, 경영에 대한 불신이 수신료 인상 걸림돌로 작용하고 찬반 대립으로 수신료 인상 논의가 진전되지 못한 채 반복되고 있다”며 “공영성 확보, 지배구조 개선과 독립성 확보, 경영 합리화와 구조 개선 등이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주 교수는 수신료의 법적 성격을 프랑스, 영국, 북유럽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처럼 ‘조세’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현재 한국의 수신료는 특별부담금 성격이다. 

김대식 KBS 공영성 강화프로젝트팀 박사는 “특히 염려스러운 점은 KBS가 적자를 메꾸기 위해 사내에 쓰는 자산을 긴축하고 있는데 지속가능성이 매우 어렵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이번 포럼은 방송의 날인 3일 오후 2시30분 KBS 1TV를 통해 1시간 동안 방송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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