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력 피해자 김지은씨를 댓글로 수차례 비방해 기소된 안 전 지사 측근이 벌금 100만원을 구형받았다.

검찰은 2일 서울서부지법 형사3단독 진재경 재판장 심리로 열린 공판에서 안 전 지사의 수행비서였던 어모씨에게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 벌금 100만원을 구형했다.

어씨는 김지은씨가 JTBC ‘뉴스룸’에 피해 사실을 폭로한 후인 2018년 3월 관련 사실을 다룬 기사에 악성 댓글을 수차례 달았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는 문제 댓글을 선별해 어씨를 명예훼손 및 모욕 혐의로 고발했고 검찰은 이 가운데 댓글 2개를 공소사실에 포함했다.

어씨는 ‘김씨가 피해자답지 못하다’는 내용의 다른 댓글에 “게다가 이혼도 함”이라는 답글을 달아 김씨의 이혼 사실을 적시했고, 욕설을 연상시키는 ‘ㅁㅊㄴ’ 등의 댓글을 작성해 지난 5월 약식기소됐다. 검찰은 당시 벌금 100만원 약식명령을 청구했으나 어씨가 이에 불복해 정식재판이 진행됐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비서성폭행 관련 강제추행 등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법정구속이 되어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비서성폭행 관련 강제추행 등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법정구속이 되어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어씨는 댓글을 단 사실관계는 인정하나 혐의는 모두 부인했다. 어씨 측은 ‘이혼’ 댓글의 경우 사실적시가 아닌 의견 표명이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사실적시가 인정된다 해도 “김씨가 ‘공적인물’이기 때문에 위법성이 조각된다”고도 밝혔다.

어씨 변호인은 ‘ㅁㅊㄴ’ 댓글엔 “초성만으로 모욕 표현이라 단정할 수 없다”며 “당시는 피고인(어씨)을 포함해 정무직 비서들이 일거에 일자리를 잃었고, 피해자가 주변 도움을 받지 못했다고 했지만 자신에게 왜 도움을 청하지 않았는지 납득할 수 없었다. 피고인이 성폭력 사건을 방조했다는 잘못된 의혹도 제기돼 이런 의견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쓴 표현에 불과하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유명인=공인? 폭력 피해자 ‘공인 만들기’

검찰은 이날 피고인신문에서 김씨가 공인이라는 어씨 주장의 허점을 짚었다. 어씨는 공인을 규정한 대법원 판례를 근거삼는다. “공론장에 나선 전면적 공적 인물은 자신에 대한 비판을 감수해야 하고 비판에 대해선 해명과 재반박을 통해서 극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씨는 “일반 상황에선 사생활 정보가 널리 퍼지는 게 바람직하지 않지만 피해자는 유명인”이라며 자신이 쓴 댓글이 무죄라고 밝혔다. 검찰이 ‘유명인’ 개념을 묻자 그는 “공직에 있거나 사회적 책임을 가진 위치에 있거나, 사회 문제에 적극 나서는 사람을 포함한다”고 답했다. ‘그럼 피고인도 유명인이냐’는 물음엔 “실명을 걸고 운동을 하지 않는다”며 부인했다.

‘ㅁㅊㄴ’ 댓글에 관해선 처음엔 “자음만 쓴 거니 여러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솔직히 말하면 미쳤다는 표현을 염두에 둔 건 사실”이라고 밝혔다.

김씨 대리인단의 서혜진 변호사는 방청 후 “‘이혼’ 댓글은 명확히 사실적시다. 또한 공인이론 관련해서도 판례가 말하는 공인은 대부분 공직자나 선거출마자 혹은 이에 준하는 인물”이라며 “피해자는 (삶의) 모든 걸 걸고 JTBC에 출연했다. 가해자가 유명인이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피해자가 공적 관심사 대상이고, 공인이고, 공론의 장에 나가야 한다는 건 (판례와) 결이 다르다”고 반박했다. 또 “이 논리라면 피해자에게 모든 명예훼손을 감수하고 공론장에 나오라는 것으로, 앞으로 이런 (성폭력 피해자 고발) 사례는 없어질 것”이라며 “추후 재판부에 의견서를 제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판장은 공판 종료 전 “첨언하겠다”며 “피고인이 ‘그때(댓글을 쓸 당시)로 돌아갔다면’이라고 돌아보는 것도 좋지만, 더 좋은 건 내가 피해자 입장이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해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선고 공판은 오는 10월7일 오전 9시50분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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