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3일 방송의 날을 맞아 개정된 KBS 방송제작가이드라인에 방송규범이 대폭 강화된 것으로 나왔다. 문재인 정부 들어 정확성과 공정성 시비 논란이 있었던 보도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성차별적 보도 유의점을 명시하고 소수자 차별 방지 대상도 확대했다. ‘차별 혐오’와 ‘가짜뉴스’라는 단어도 등장했다. 지난 2016년 3차 개정안과 비교하면 변화가 크다.

2020년 KBS 방송제작가이드라인에 따르면 ‘KBS 방송규범’이라는 카테고리 중 ‘정확성’ 단락에 “정확성은 단지 사실을 확보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관련된 사안에 대해 시청자의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충분한 사실을 전달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2016년 개정안에는 없었던 내용이다.

또한 ‘균형성’ 단락에는 “특정 사안에 대해 사회 내 존재하는 다양한 의견의 폭과 비중을 고려하여 그 의견들이 적절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인다. 특히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되는 사안을 다룰 때에는 관련 당사자의 의견을 균형 있게 반영하여야 한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다양성’ 단락에는 “사회적으로 논쟁적인 사안이나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복잡한 사안의 경우 서로 다른 입장과 관점을 종합적이고 심층적으로 전달하여 사안의 전체적인 맥락을 보여준다”고 내용을 넣었다.

‘인권의 존중’ 단락엔 “범죄사건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피해자의 이름, 주소, 얼굴, 음성 또는 그 밖에 본인임을 알 수 있는 내용 공개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특히 청소년 관련 범죄나 성범죄 피해자, 재난 피해자를 대상으로 할 때는 더욱 신중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사회통합과 민주적 여론형성’ 단락에는 “차별은 혐오를 조장하고 사회통합을 저해하는 요소이므로 방송에서 철저히 배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 KBS. 사진=KBS 제공
▲ KBS. 사진=KBS 제공

‘차별방지 대상’에 ‘여성’에 대한 내용을 대폭 신설했다. “전체 프로그램의 맥락과 상관없이 방송에 등장하는 인물의 외모를 평가하지 말아야하며 이를 조롱, 혐오의 대상으로 삼지 않아야 한다”, “성희롱,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등을 정당화 할 우려가 있는 표현을 사용해서는 안 된다. 특히 성범죄를 피해자의 탓으로 돌리는 표현을 사용하거나 성폭력 피해를 순결이 훼손된 일 또는 수치스러운 일로 다루지 않아야 한다” 등이다.

차별방지 대상에는 이주민도 포함됐다. 2016년 3차 개정안에 아예 없었던 내용이다. 2020년 방송제작가이드라인은 “이주민을 한국의 관점이나 기준으로 평가해 동정의 대상으로 삼지 말아야하며, 어눌한 한국어 표현 및 행동 등에 주목한 구경거리의 대상으로 묘사하지 말아야 한다”, “이주민에 대해 희박한 근거나 부정확한 추측으로 ‘잠재적 범죄자’, ‘전염병 원인제공자’ 등으로 몰아갈 수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조장하는 표현을 삼가야 한다”고 명시했다.

2016년 3차 개정안에 있었던 ‘역차별에 의한 차별’ 대목은 삭제됐다. “소수자의 권익을 보장해야 한다는 방송의 사명감 때문에 다수가 피해를 받지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방송은 사회적 관계에서 열세에 놓여 있는 소수자를 다루는 경우에도 사회의 모든 대상을 공정하게 대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2016년 3차 개정안에서 “공적인 인물의 공적인 사실과 관련된 내용이거나, 자신의 의사와 무관하게 국민적 관심을 받게 된 중대 사안의 피의자의 경우에는 피의자가 조사받는 장면이 방송되는 것을 제한적으로 허용할 수 있다”고 명시했는데 2020년 개정안에선 “공인이라고 하더라도 질병, 가족사 등 내밀한 사적 영역은 공개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추가됐다.

선거방송의 주의사항에 “가짜뉴스의 유통을 막기 위해 기자회견과 방송·지면·온라인·모바일·SNS 등을 통한 특정 후보에 대한 폭로성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 관계를 확인한 후 보도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는 내용도 넣었다. 허위조작 정보의 확산을 막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가짜뉴스’는 2016년 개정안에 없었던 단어다.

가장 큰 변화는 2016년 개정안 당시 별도로 존재한 재난보도준칙을 ‘재난방송’이라는 카테고리로 신설해 내용을 대폭 강화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감염병 보도’ 단락이 눈에 띤다. “불확실한 감염병의 경우 기자를 매개로 한 전파의 우려가 있으므로 감염인을 직접 대면 취재하지 않는다”, “감염인은 취재만으로도 차별 및 낙인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감염인과 가족의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사생활을 존중한다” 등 내용이 담겼다.

양승동 사장은 방송제작가이드라인 발간사에서 “코로나19 팬데믹 현상에서 볼 수 있듯이 현대 사회의 재난 가운데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큰 영향을 주는 질병을 ‘재난’에 추가했다”며 “감염병의 취재·보도시 제작자가 기준으로 삼아야 할 준칙을 제시함으로써 유사한 감염병 현상에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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