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지침을 따르지 않고 동선을 숨겼다가 2억원대 구상권이 청구된 ‘넋 나간 가족’. 서울시가 코로나19 방역 협조를 강조하기 위해 만든 홍보 영상이 화제와 논란을 부르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시 유튜브 채널에 게시된 이 영상은 ‘재연 드라마’ 형식으로 코로나19 확진자 가족의 이야기를 담았다. 중장년으로 보이는 남성에게 배우자, 딸, 사위의 질책이 이어진다. “다단계 불법인 거 몰랐어? 마스크 벗고 침 튀기면서 노래하고 허가도 안 받은 꽉 막히고 밀폐된 공간에 모여서...” “건강용품, 화장품, 홍보관, 체험행사, 설명회 등록 안된 데는 다 불법이야” “요즘은 휴대폰 추적 다 되는데” “역학조사 방해로 고발 당한 거랑 구상권 2억 어떡할 거냐” 등이다.

2억원대 구상금을 마련하기 위해 가족들이 머리를 싸매기도 한다. ‘시골 선산’, ‘보험’, ‘사위 차량’ 등이 거론된 끝에 확진자가 결국 “집을 내놓자”고 말한다. 넋이 나간 가족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을 짓는 가운데, “딱 한번 간 건데”라고 말하는 확진자 배역의 얼굴이 클로즈업 된다.

▲ 서울시 유튜브 채널 갈무리.
▲ 서울시 유튜브 채널 갈무리.

이후 영상은 실제 일어난 일들을 자막으로 전한다. “7월20일 기준 방문판매 확진자 488명, 50대 이상 고령층 358명, 2019년 말 기준 다단계 방문판매업체 약 1만7000곳, 정식등록 140곳 외 모두 불법”이라며 “코로나19 확진 시 동선을 거짓 진술하는 경우 고발조치되며 치료비, 방역비, 자가격리비 등에 대해 구상권이 청구된다”는 내용이다. “서울 ○○번 확진자의 경우 2억2000만원이 청구된 사례가 있다. 무허가 방문판매 등 불법 소모임에 가지 말라. 딱 한번으로도 감염될 수 있다”는 자막도 이어졌다.

해당 영상은 공개된 뒤 다수 언론 매체를 통해 소개됐다. 일부 언론은 해당 영상의 실제 주인공이 서울시의 확진자 A씨 사례를 기반으로 했다고 전했다. 확진 판정을 받은 A씨가 광주 방문 사실을 숨긴 사이 해당 지역에서 감염이 확산됐고, 결국 광주시가 A씨에게 2억2000만원 구상권을 청구한 일이다.

유튜브 댓글창에서는 난데없는 ‘성별 논란’이 불거졌다. 실제로 구상권을 청구 받은 확진자는 50대 여성인데 왜 영상 속 등장인물은 남성이냐는 지적이다. 일부 유튜브 이용자들 사이에서 비난 대상 성별을 남성으로 설정한 ‘의도’가 불순하다는 주장과 이에 동조하는 의견들이 댓글로 이어졌다.

▲ 서울시 유튜브 채널 갈무리.
▲ 서울시 유튜브 채널 갈무리.

서울시 측은 25일 미디어오늘에 “코로나19 관련 방역수칙들을 설명하기 위해 여러 사례를 섞은 것”이라며 “의도적으로 여성을 남성으로 변경한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영상을 제작할 즈음 불법 다단계나 방문판매 방면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다보니 어르신이나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허가·등록되지 않은 불법 다단계 시설에서 감염될 수 있고, 역학조사에서 동선을 거짓으로 말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니 조심하자고 전하는 취지로 영상을 제작한 것”이라며 “동선을 숨긴 확진자에게 광주광역시에서 구상권행사를 검토했다는 언론 보도를 참고했고, 불법 다단계로 인한 코로나19 확진자 수 증가라는 현상을 엮었다”고 설명했다. 애초에 의도적으로 누군가를 특정해서 제작하는 것 자체가 곤란하다는 설명도 전했다.

‘실제 처벌 사례’를 부각한 이유에 대해서는 “드라마 형식으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 영상을 제작하다보니 그렇게 된 부분”이라고 답했다. 서울시 측은 “영상을 제작한 취지대로 봐주셨으면 좋겠다. 생각하지 못했던 성별 부분으로 문제제기가 있으니 조금 그렇긴 하지만 시민들에게 필요한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도록 주의 깊게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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