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B청주방송 대주주가 고 이재학 PD 사망 사건 관련 이행 과제에 합의한 지 불과 23일이 지난 상황에 합의 정신을 정면 위배하는 입장을 밝혀 논란이다. 이재학 PD 사망에 대한 회사 책임을 부인하면서 20년 전 직장폐쇄 등 노사 파국 사태의 책임자를 새 경영이사로 선임한다는 입장이다.

이두영 두진건설 회장(청주방송 이사회 의장)은 지난 13일 오후 청주방송 이사회실에서 장원석 언론노조 청주방송지부장을 따로 면담하며 이 같이 밝혔다. 이 회장은 자신이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주식회사 두진(29.6%)과 두진건설(4.6%) 지분을 합해 총 36.22% 가량 청주방송 지분을 가진 대주주다.

이 회장은 “청주방송 노조가 이재학 PD 사망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전임 노조가 이 PD 소송을 돕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검찰 고발까지 언급했다. 이날은 청주방송이 회사의 사망 책임을 인정한 합의서에 서명한 지 불과 23일째였다. 이 회장은 지난달 28일 유족을 만나 공식 사과까지 했다.

이 회장의 발언과 행보는 지난 6월 발표된 ’청주방송 이재학 PD 사망 사건 진상조사위원회‘ 조사 결과와도 배치된다. 진상조사위는 이 PD 사망 원인이 2018년 4월 회사의 부당해고와 2018년 9월부터 2020년 1월까지 이어진 회사 측의 소송 방해 행위라고 밝혔다. 청주방송이 이 PD가 정직원처럼 일한 사실관계를 고의 은폐했고, 이 PD 소송(근로자지위 확인소송 1심)을 도운 직원을 회유·협박해 이들을 괴롭혔다고 결론을 내렸다.

▲ 충북 청주시 청주방송 사옥. 사진=손가영 기자.
▲ 충북 청주시 청주방송 사옥. 사진=손가영 기자.

이 회장은 사태 해결을 위해서라며 경영이사를 도입한다고도 밝혔다. 노조에 따르면 이 회장은 이사회가 선임한 외부 인사를 사내 경영이사에 임명할 의사를 보였다.

이 회장은 이 자리에 청주방송 전 경영국 간부였던 황아무개씨를 선임한다고 언급했다. 황씨는 1998년 청주방송 구조조정 사태 때 노조를 탄압한 책임자로 알려졌다. 당시 청주방송은 경영난을 이유로 직원 25명에 대한 정리해고 계획을 밝혔고, 노조는 일방 구조조정이라며 반대하며 1998년 9월1일부터 파업했다. 이에 청주방송은 14일 직장폐쇄까지 단행했다.

노조는 이 PD 사망 사태를 둘러싼 사회적 합의를 파기한 데다 소유·경영 분리 원칙도 어겼다며 반발했다. 언론노조 청주방송지부는 18일 성명에서 “진상조사위는 죽음 원인이 노조와 아무런 연관이 없음을 보고서에서 분명히 밝혔다”며 “사태 원인을 조합으로 전가하는 것은 엄연한 노동탄압”이라고 밝혔다.

경영이사에 대해 노조는 “다시 정리해고를 하겠다는 ‘선전포고’로 들린다. 지난 3월 노사가 합의서로 약속한 소유와 경영 분리 원칙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이어 “노사가 옥상옥 구조를 해결하겠다며 이사들을 정리하고 국장 중심 체제로 변경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며 “‘신규인력 하나 뽑지도 못하는 형편에 사원들에게 미안하지도 않은가’라고 반문하고 싶다”고 밝혔다.

노조는 특히 “(이 회장이) 그간 수차례 언급했던 ‘직장폐쇄’까지 결심하겠다고 엄포를 놨다”며 “직장폐쇄의 법적 요건을 아는지 되묻고 싶다. 장기간 분규나 파업도 없었다. 경영이사가 없으면 회사가 망한다고 생각하는 구성원은 단 한 명도 없다”고 반박했다. 내부에선 황씨가 건설회사 근무 경력이 길어 방송사 경영 전문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반발도 나온다.

이 회장이 지난 3월 청주방송 회장을 사퇴할 때 ‘이사 임명권’을 이사회에 이관했다고 알려졌다. 이 회장은 현재 청주방송 이사회 의장이다. 이와 관련 노조가 사측에 이사회 회의록 공개와 사실관계 확인을 요구했지만 사측은 “공개할 수 없다. 확인도 부인도 해줄 수 없다”고 답했다.

노조는 18일부터 요구조건 3가지를 걸고 청주방송 사옥 1층 농성에 돌입한다. 노조는 △외부 경영이사 채용 즉각 철회 △정리해고·직장폐쇄로 위협했던 1998년로의 회귀 포기 △노동자 죽음을 핑계로 한 노조 탄압 중단 등을 요구했다.

이두영 회장은 1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경영국장이 공석이 된 지 2개월이 지났다. 외부 인사를 찾던 중 청주방송을 모르는 사람보다 근무했던 사람이 낫겠다는 생각에 과거 기획팀장을 했던 황씨를 제의했고 승낙을 받은 것”이라며 “경영 책임자는 이사회에서 임명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어떤 점에서 소유 경영 분리 원칙을 위배했느냐. 노조가 계속 반대한다면 주주총회를 열어서 이사로 선임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노조에 책임을 물은 것과 관련 “노조가 사망에 책임이 있다는 게 아니라 노조도, 그 누구도 이 사태에 책임이 있다는 식으로 말한 것”이라 해명했다. 왜 검찰 고발을 언급했느냐는 물음에 그는 “아직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