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 감사원장이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 폐쇄 경제성 평가 감사 과정에서 한 발언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특히 월성원전 1호기 폐쇄는 경제성 판단 뿐 아니라 수명연장 결정도 위법하다는 법원의 판결도 나온 상태다. 감사원이 문재인 정부 뿐 아니라 사법부의 판단까지 뒤집으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있다. 감사원이 친원전 측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증언도 나온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이 같은 무리수를 두는 배경이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3년 전쯤인 지난 2017년 10월22일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결과 건설재개 결정 발표 관련 입장문에서 “더 이상의 신규 원전 건설계획을 전면 중단하고, 에너지 수급의 안정성이 확인되는 대로 설계수명을 연장하여 가동중인 월성 1호기의 가동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 2018년 6월 경제성이 없다면서 조기폐쇄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친원전 세력과 보수변호사단체 등은 경제성 평가가 조작됐다며 한수원 이사 등을 고발하는 등 끊임없이 뒤집기에 나섰다. 하지만 서울 서초경찰서는 배임 혐의로 고발된 김해창 한수원 이사 사건을 그해 8월29일 각하의견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미래통합당도 경제성 평가가 잘못됐다며 감사원에 감사청구를 했다. 그런데 감사원과 최재형 감사원장은 경제성 평가를 잘못했다는 결론을 정해놓고 감사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28일자 경향신문과 인터뷰에서 “(감사원의) 7월 2차 조사에서는 조사관들이 친원전 측의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았다”며 “2차 조사에서는 ‘원전이 이렇게 싼 에너지원인데 왜 없애려고 하느냐’고 묻는 식의 질문이 집중됐고, 에너지전환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들으려고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조사받고 온 실무자들 가운데서는 같은 질문을 50번 이상 듣는 등 강압적 조사를 받은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고 경향신문은 전했다.

▲최재형 감사원장이 지난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재형 감사원장이 지난 27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해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 전 장관은 “지난 4월 감사원장 주재 감사위원회 직권심리에서 최 원장이 ‘대선에서 41% 지지밖에 받지 못한 정부의 국정과제가 국민적 합의를 얻었다 할 수 있느냐, 대통령이 시킨다고 다 하느냐’고 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는 이 같은 최재형 감사원장의 발언을 부인하지 않고 있다. 회의 당시 발언의 맥락과 차이가 있다면서도 구체적으로 어떤 발언을 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무엇보다 서울행정법원은 2017년 2월 월성 1호기의 수명연장을 한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처분이 위법하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월성1호기 계속운전(수명연장 운전)을 위해 2007년부터 2015년까지 이루어진 설비교체 등의 운영변경허가가 원자력안전위원회 심의 없이 사무처 과장 전결로 이루어져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즉 5000억원 넘는 돈을 들여 설비교체한 것 자체가 불법이라는 판단이다. 이밖에도 재판부는 안전성 평가도 제대로 하지 않았고, 결격사유가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들이 참여한 수명연장 결정이라는 점도 위법했다고 판단했다.

또한 에너지전환포럼은 지난 4월14일 내놓은 감사원 감사 관련 입장문에서 “수명 연장된 월성 1호기는 가동 중에 자주 멈춰섰다”며 “2016년에는 계획예방정비 후 가동한 지 한 달 만에 불시정지됐고, 재가동한 지 2개월 만에 고장으로 멈추기를 반복해 이용률이 53.3%밖에 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이어 “그러다 보니 월성 1호기 수명연장 후 경영실적은 매년 적자를 기록했다”며 “2017년까지 5년간 월성원전 1호기 경영실적은 5272억원 적자를 기록했는데 연평균 1000억원이 넘는 적자 수준”이라고 했다.

한편, 탈핵단체들은 27일 최재형 감사원장의 사퇴와 탄핵소추 의결을 촉구하는 성명을 냈다. 기장인권사회문제연구소, 녹색당, 부산녹색당, 부산환경운동연합, 부산에너지정의행동, 탈핵경주시민공동행동, 탈핵에너지교수모임,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등은 공동으로 내놓은 입장에서 최 원장의 발언을 들어 “직권심리 과정에서 단순히 회의를 주재하는 것을 넘어서서 친원전 논리를 강요하면서 지극히 편파적이고 강압적인 심리를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규정했다.

이들은 “우리는 최재형 감사원장이 월성1호기 조기폐쇄가 잘못됐다는 결론을 정해놓고 끼워 맞추기 식으로 감사원 감사를 이끌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이는 감사원의 공정성을 침해하는 지극히 중대하고 심각한 사건”이라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6월19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7년 6월19일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여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들은 최 원장이 대통령의 대선 득표율을 거론하며 월성1호기 폐쇄결정을 비난한 것을 두고 “민주주의와 선거제도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했고, ‘최재형 감사원장이 직권심리 과정에서 친원전의 일방적 논리로 심리를 70~80% 이끌었다’는 백운규 전 장관의 발언과 관련해 “객관성, 공정성, 독립성,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최 원장이 직권심리 이후 이례적으로 3일 연속 감사위원회를 열어 4·15 총선 직전 감사 결과를 확정하려고 시도했다는 것을 들어 이들은 “감사 결과로 총선에 영향을 주려고 한 것으로 해석되고 이는 정치적 중립에 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 “감사관 등이 월성1호기 조기폐쇄 결정 관련 피감사인을 조사하는 과정 등을 볼 때, 최 원장이 월성1호기 조기폐쇄가 잘못되었다는 결론을 이끌어 내기 위해 감사원 내부에서 직권을 남용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혹이 제기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이들은 “최재형 감사원장이 사퇴할 것을 촉구하고, 스스로 물러나지 않을 경우 최 원장이 국가공무원법 제59조에 규정한 공정하게 직무를 수행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한 책임을 물어 국회가 최 원장에 대한 탄핵소추를 의결할 것을 요구한다”며 “이러한 결정이 이루어질 때까지 최 원장은 당장 월성1호기 조기폐쇄결정 감사에서 직무배제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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