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려를 끼쳐드려 사과드린다. 바로 잡아가도록 하겠다. 깊이 반성한다. 콘텐츠 선도 기업으로서 더욱더 열심히 중소콘텐츠업계와 상생하면서 나아가겠다. 정말 큰 물의를 일으켜서 죄송하다.”(임형찬 CJ ENM 부사장)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위원장 허미숙)는 22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Mnet ‘프로듀스 101’(2016년 2월19일) ‘프로듀스 101 시즌2’(2017년 5월5일, 16일) ‘프로듀스48’(2018년 8월31일) ‘프로듀스X 101’ 등이 방송심의규정 ‘객관성’ 조항을 위반했는지 심의했다.

▲엠넷 프로듀스 시즌별 포스터 CI.
▲엠넷 프로듀스 시즌별 포스터 CI.

심의위원 5인은 전원 의견으로 4개 프로그램에 대해 각각 법정제재 ‘과징금’을 의결했다. ‘과징금’은 방송법상 최고수준의 징계다.

과징금 액수는 2000만원을 기준으로 1000만원을 가중하거나 감경할 수 있다. 논란이 컸던 프로그램인 만큼 심의위원들이 프로그램마다 1000만원을 가중한다고 결정하면 최대 1억2000만원의 과징금이 예상된다.

Mnet 제작진은 ‘프로듀스’ 시즌 1부터 4까지의 시청자 투표 결과를 조작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부장판사 김미리)는 지난 5월29일 투표 조작 혐의로 구속기소된 안준영 PD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3700여만원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김용범 CP(총괄 프로듀서)에게도 징역 1년8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했다. 피고인들도 자신들의 혐의를 일부 인정했다.

본격적인 의견진술 시작 전 이날 의견진술자로 출석한 임형찬 CJ ENM 부사장은 “불법행위가 확인됐다. 하지만 CJ ENM은 몰랐다.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내부적인 시스템이 없었다는 것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그러자 허미숙 소위원장은 “제작진이 수년간 이런 조작을 벌이고 있었는데 방송사는 아무것도 몰랐다고 해명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냐”고 지적한 뒤 “심의규정 위반의 정도가 상식을 뛰어넘는다. 시청자를 기만한 객관성 위반이다. 시청자를 기만한 국민사기극이다. 우리나라 방송 역사가 100년을 앞두고 있는데, 초유의 사기 행위였다”고 비판했다.

임 부사장은 “정말 몰랐다”고 반복해 말했다. 임 부사장은 “당사는 조작하는지 정말 몰랐다. 개선책 마련 중”이라고 말하자, 허 소위원장은 “2016년부터 지금까지 방송되는 동안 몰랐다는 게 이해가 안 된다”고 답했고, 임 부사장은 “매우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소영 위원은 “시스템 밖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탈 행동이다. 이런 문제들이 수년에 거쳐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것에 대한 근본적 문제의식을 느끼고 접근해 다신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유죄 받은 3명이 아닌 다른 사람이 그 자리에 가도 같은 일이 발생했을 것이다. 근본적인 조직문화가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심의위원들은 전원 의견으로 법정제재 ‘과징금’을 주장했다. 강진숙 위원은 “해당 방송 제작진은 공정한 여론 수렴을 표방했지만, 결과적으로 객관성을 위반했다. 방송사 책임이 막중하다”고 말했다. 이소영 위원도 “방송사가 피디들을 업무 방해죄로 고발했기 때문에 피디들이 가해자, 방송사가 피해자인 것처럼 형사 절차가 풀렸지만, 방송사 책임을 강하게 볼 수밖에 없다. 회사의 잘못된 조직문화, 실적주의 등을 이유로 묵인한 정황은 없었는지 의문이다. 시즌별로 문제점이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차별적으로 판단할 자료는 없다”고 밝혔다.

허미숙 소위원장은 “방송이라는 매체를 통해 대중을 속이고 선량한 참가자들의 노력을 헛되게 했다. 제작진의 사리사욕 때문이다. 지금까지 심의해온 단순 객관성 조항 위반이 아닌 시청자를 기만하는 객관성 조항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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