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영뉴스통신사 뉴시스 경기남부취재본부(대표 왕정식)가 최근 기자로 일하던 취재국장을 비기자직군인 사업국장으로 발령을 내 논란이다. 해당 사업국장은 ‘부당전보’라며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독립채산제로 운영 중인 경기남부본부가 본사와 다툼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본사를 비판했던 책임을 묻는 조치라는 해석도 나온다. 

지난 2018년 뉴시스 본사(대표 김형기)와 경기남부본부는 취재 자율성 보장 등을 이유로 갈등했다. 경기남부본부에서 작성한 당시 남경필 경기지사 교통정책 비판기사를 본사에서 출고하지 않는 등의 이유로 경기남부본부 기자들이 본사와 대주주인 머니투데이그룹을 비판했다. 뉴시스 본사는 당시 이 사안을 다룬 미디어오늘 보도 등으로 뉴시스의 브랜드 가치가 훼손됐다며 경기남부본부에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 민영뉴스통신사 뉴시스 로고
▲ 민영뉴스통신사 뉴시스 로고

 

계약해지를 받아들일 수 없던 경기남부본부는 본사와 법적다툼(계약해지무효확인소송)을 시작했다. 본사에서 기사 입력 권한과 이메일 계정을 차단했기 때문에 경기남부본부에서 가처분을 신청했고 이는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1심에서 법원은 경기남부본부의 뉴스 편집권이 본사에 있다며 본사 손을 들어줬다. 경기남부본부는 불복했다. 최근 항소심에서 양측이 조정에 합의했는데 이 과정에서 임기가 아직 남은 취재국장을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사업국장으로 발령낸 것이다. 

김경호 전 취재국장이 지노위에 제출한 ‘부당전직 구제신청서’를 보면 취업규칙을 위반해 인사위원회 결정없이 “있지도 않았던” 사업국을 신설하고 역시 인사위원회나 노동자 동의없이 취재국에서 사업국으로 보낸 것을 문제 삼았다. 그는 지난 5월 취재국장 연임을 시작해 2년 임기 중에 있었다. 

김 전 국장은 왕 대표가 지난 2012년 뉴시스 경기남부본부를 인수할 때 도움을 줬고, 2018년 본사가 계약해지를 할 때 이를 막아달라는 요청에 응해 싸웠다. 당시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 수원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민주노총 경기지역본부·언론노조 등 각계에서도 경기남부본부 기자들의 투쟁을 도왔다. 

▲ 뉴시스 경기남부취재본부 사무실 내에 있는 회의실에 만든 사업국장 자리. 사진=김경호 전 취재국장
▲ 뉴시스 경기남부취재본부 사무실 내에 있는 회의실에 만든 사업국장 자리. 사진=김경호 전 취재국장

 

김 전 국장에 따르면 왕 대표는 지난달 본사에 다녀와 계약연장이 가능하다며 ‘앞으로 기사를 쓰지 말고 사업국을 맡아 돈을 벌 수 있게 도와달라’고 요청했다. 김 전 국장은 왕 대표가 본사 임원과 만나고 온 뒤 사실상 자신을 회사에서 내보내려 한다고 생각했다. 

또한 지난달 30일 뉴시스 사내게시판에 ‘뉴시스 경기남부 임직원 일동’ 명의의 사과문이 게시됐는데 이는 왕 대표가 임직원들의 동의를 얻지 않고 올린 글이었다. 

왕 대표는 사과문에서 “경기남부본부는 지난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전후해 본사의 고유권한인 편집권과 출고권을 부정하는 한편 SNS 등을 통해 본사 임직원을 비방해 뉴시스의 일체성을 깨뜨리는 것은 물론 대외 이미지를 떨어뜨렸다”며 “법원은 1심 재판에서 ‘계약해지는 정당하다’는 판결을 내렸지만 본사는 소송을 마무리한 후 경기남부가 다시 뉴시스 지방본부의 일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관용과 배려를 배풀었다”고 썼다. 

김 전 국장은 “이제까지 (왕 대표가) 도와 달라고 해서 열심히 싸웠고 이겨왔는데 싸운 것을 모두 부정하고 굴욕적인 자세로 백기 선언한 내용”이라고 이를 비판했다. 또 “시민단체, 노동단체들이 도왔는데 이럴 거면 왜 2년 넘게 비용 낭비하며 싸웠느냐”고도 했다. 

▲ 뉴시스 경기남부취재본부 기자들이2018년 8월 뉴시스 본사의 대주주인 머니투데이 본사 앞에서 본사의 분사계약해지 등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기남부취재본부
▲ 뉴시스 경기남부취재본부 기자들이2018년 8월 뉴시스 본사의 대주주인 머니투데이 본사 앞에서 본사의 분사계약해지 등을 비판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경기남부취재본부

 

왕 대표는 1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기자들 동의 안 받고 사과문을 쓴 것에 대해 구성원들에게 미안하다고 얘기했다”며 “김 전 국장과 따로 만나서 계속 설득하고 있다”고 말했다. 

1심 재판부가 본사 손을 들어주면서 경기남부본부 쪽에선 수세에 몰린 분위기였다. 본사가 조정에 응하자 이에 합의했고, 경기남부본부는 기사 출고권이 본사에 있음을 인정하면서 계약을 연장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경기남부본부의 취재국장은 본사 전국부장의 지시 하에 있어야 한다. 즉 경기남부본부에 기사 출고권이 있다고 주장하는 김 전 국장을 취재국장 자리에 놓을 수 없다는 판단에 무리하게 사업국장으로 발령을 낸 것으로 풀이된다. 

[관련기사 : 뉴시스 본사, 경기남부취재본부에 계약해지 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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