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이주의 미오픽] ‘64세 박모씨’ 기사 쓴 이유
[이주의 미오픽] ‘64세 박모씨’ 기사 쓴 이유
남형도 머니투데이 기자… 박원순 이름 지우고 보니, 사건이 보였다

“‘성추행 혐의’로 고소된, 64세 박모씨가 숨졌다”

안타깝고 분한 기사. ‘하루에도 숱하게 쏟아지는’ 성폭력 기사. 가해자로 지목된 박모씨에게 분노할 수밖에 없는 사건 보도. 끊이지 않는 성폭력에 또다시 분개하게 되는 그런 기사.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의 12일자 기사 제목이 독자들에게 준 인상이다.

남 기자는 다음과 같이 썼다. “서울시청서 근무하던 전직 비서 A씨가 상사 박모씨(64)를 성추행 혐의로 8일 밤 고소했다. A씨는 ‘2017년 이후 성추행이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 그러나 상사 박씨는 10일 오전 12시1분쯤 서울 성북구 소재 삼청각 인근 산 속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사를 읽다 보면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이라는 걸 알 수 있다. 맞다. 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죽음과 성추행 의혹을 ‘익명화’해 보도했다. 남 기자는 이후 문단에서 “쉬이 짐작할 수 있듯, 5문단으로 구성된 이 짤막한 기사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성추행 혐의와 이후 극단적 선택에 이르기까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다소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 ‘서울시장’이란 부분을 철저히 배제한 채 기술해서다”라고 설명했다.

기사 반응은 뜨거웠다. “피해자 입장에서 이런 기사를 볼 수 있다니 다행이다”, “이런 기사가 있어야 사회를 공정한 시선에서 바라볼 수 있다”는 지지 댓글에서부터 “머니투데이 기자는 하나님인가? 자기가 직접 보지도 않았으면서 일방적으로 유죄로 몰고 있다”, “제목으로 이목 끄는 데는 성공하셨네요”라는 비난 댓글까지. 남형도 기자와 14일 통화했다.

▲ 남형도 머니투데이 기자. 사진=남형도 제공.
▲ 남형도 머니투데이 기자. 사진=남형도 제공.

- 기사를 어떻게 쓰게 된 것인가?

“서울시청을 2014년 여름부터 2016년 말까지 출입했다. 박원순 시장 일을 접하고 정말 많이 놀랐다. 사망 소식이 전해진 지난 10일 새벽부터 나온 보도와 전반적 분위기를 우려했다. 보도 초점이 박원순 시장 개인과 그의 업적에만 맞춰져 있었다. 그러한 ‘서사’를 배제하면 성추행 혐의로 고소를 당한 사건과 이어진 사망이었다. 고인에 대한 추모와 애도는 자유로울 수 있지만 한편으로 본질을 잊은 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피해자는 정말 버티기 어려운 시간을 감내하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서사를 배제한 스트레이트 기사를 써보면 어떨까 싶었다.”

- 피해자 여성 측 기자회견이 있었다.

“4년이라는 시간 동안 피해를 겪었다고 했다. 그가 고소에 나서기까지 정말 적지 않게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사건 초기 이에 대해 너무 다뤄지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박 시장 개인에 초점을 맞춘 보도가 나오면 나올수록, 피해자에 대한 우리사회 고민과 논의는 축소됐던 게 아닌가 되물었다. 기사 이후 공격도 많이 받았지만 피해자를 한번 생각해보자는 차원에서 보도했다. 성추행 사건이 발생했을 때 보도되는 스트레이트 형식을 차용했다. 박 시장 업적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그것대로 평가하되 성추행 의혹 사건은 다른 각도에서 다뤄야 할 문제였다.”

- 전 서울시 출입기자로서도 이번 소식에 많이 놀랐을 것 같다.

“정말 놀랐다. 출입할 때도 비판할 것은 비판했지만 박 시장 지지도 많이 했다. 박 시장이 어떤 부분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인권 문제에선 다른 지자체에 비해 선구적 역할을 했다고 평가할 정도로 시스템을 구비했던 그였다. 그래서 더더욱 ‘설마’ 싶었다. 서울시를 출입하면서 봐왔지만, 비서실 직원이 시장을 고소한다는 건 굉장한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 남 기자는 과거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가해자를 모범생으로 표현해 사과하기도 했다. 가해자에게 서사를 부여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 일이 저에게는 큰 배움이 됐다. 내가 독자분들이 인지하고 있는 감수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자성을 하게 됐다. 나중에 유사한 사건을 보도할 때 반드시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생각했다. 박원순 시장 보도를 하면서 다시 느낀 것은, 여러 반응이 나오긴 했지만, 피해자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인식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언론이 독자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피해자가 어떤 심경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어떤 시스템을 마련해야 하는지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면 양질의 보도가 나올 수 있지 않을까.”

▲ 머니투데이 12일자 기사 “‘성추행 혐의’로 고소된, 64세 박모씨가 숨졌다”
▲ 머니투데이 12일자 기사 “‘성추행 혐의’로 고소된, 64세 박모씨가 숨졌다”

- 제도 차원에서 되짚어야 할 것은?

“출입기자를 하면서도 시장이 성범죄를 저질렀을 때 시가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가에 깊은 고민을 못했던 것 같다. 서울시뿐 아니라 권위 있는 기관의 장이 성범죄를 저질렀을 때 이를 막을 수 있는 시스템을 우리사회가 구비하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죽음으로 인해 수사가 ‘공소권 없음’으로 종결된 후 무엇을 어떻게 밝힐 것인지 논의가 필요하다.”

- 독자들에게 남기고 싶은 말은?

“피해자에게 ‘4년 전에는 뭐하다가 이제 이야기하는 거냐’는 말을 너무 쉽게 던지고 있다. 서울시에서 박원순 시장 위치를 생각해보면, 사건이 있었다고 해서 곧바로 문제를 제기할 사람이 있을까? 바로 위 선임이 그렇게 해도 이야기를 터놓는 건 결코 쉽지 않다. 피해자의 감정을 함께 공유했으면 좋겠다. 그렇지 못한 기사에는 비판도 필요하다. 기자들은 그래도 댓글에 신경을 쓰니까. 목소리를 내주시면 더 좋은 보도를 접하실 수 있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이 기사는 논쟁 중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4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바람 2020-07-15 20:57:33
"~겪었다고 했다. ~생각했다." <<< 나도 드라이하게 댓글을 달아보겠다. 이런 가정을 담은 문장을 민심을 움직이며 사회적 공기인 기자가 써도 되는가. 사회적 파장 큰 사건이다. 사자 명예훼손도 달려있다. 아직 수사기관은 발표(핵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기자는 이미 재판을 끝냈고, 드라이하게 기사를 썼다. 민심은 반응했고, 환호했다. 큰 이슈가 되면 그것이 정의인가. 법과 합리적인 판단은 무엇일까. 왜 우리가 사실도 중요하지만, 총체적 사실을 강조하는 것일까. 민심이 크게 반응했다면 그만큼 책임감(이후에 모든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끝까지 보도하라)도 느껴야 한다. 그 책임에 무게를 모른다면, 그대는 평생 이슈(사실보다 사회적 파장이 중요)만 따라다닐 것이다.

무너진 헌법 2020-07-15 19:43:04
헌법에 명시된 무죄추정의 원칙은 항상 짓밟히고
유죄추정의 원칙만 남은 중세식 마녀사냥 세상이 되었군
거짓인지 진실인지 가리지도 않고선
최초 보도 시점에서부터 일관되게 '피해자'라는 호칭을 사용하고
재판도 미리 한 셈 취급하는 암흑세상이네
논쟁이 끝나지도 않았는데도 '2차 가해'라며 어떠한 반박도 봉쇄되어 인권이 짓밟히고.
헌법은 뭐하러 존재하냐?
무고로 밝혀진 박진성 시인 사건 때
박진성 시인을 자살 시도하게 만든
기자 포함 몰이꾼들 사과했냐?
오히려 또다시 같은일 반복하잖아

진실 2020-07-15 19:36:50
https://m.yna.co.kr/view/AKR20200326085151053?
시의원 질의중 퇴장 대구시장 "몸이 한계…제정신 아닐 때 많다"
https://m.yna.co.kr/view/AKR20200327127500001?
이해찬, 과로로 입원…"주말 휴식 후 다음주 일정 정상 소화"
https://m.yna.co.kr/view/AKR20200406139700054?
공직사회 피로감도 켜켜이…"공무원 일이란 이런 것" 서로 격려

연초에 코로나 터져셔 다들 이런 시기였는데
정체불명의 2월 6일자 텅빈 텔레그램 화면만 내놓은 무고가해자들은 이걸 생각못했다.
다들 코로나 대응한다고 쓰러지고 숨넘어가는데 박원순은 여유롭게 텔레그램으로 놀면서 살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