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카카오·벤처협회 출신 의원들이 공동대표를 맡은 디지털경제혁신연구포럼(디지털혁신포럼)이 출범했다. 여야 의원들과 정부 및 관련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첫 공식 행사에서 카카오·네이버 등이 해외 업체들과의 ‘역차별’을 해소해달라고 촉구했다. 출범식 및 토론회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진행됐다.

디지털혁신포럼은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네이버 부사장 출신 윤영찬 의원과 카카오뱅크 대표이사 출신 이용우 의원, 미래통합당 소속의 한국벤처협회 회장 출신 이영 의원과 같은 협회 이사를 맡았던 허은아 의원 등 4명이 공동 대표다. 준회원까지 총 35명의 여야 의원이 이름을 올린 가운데 한나라당(통합당 전신) 디지털정당 자문단이었던 통합당 김병욱 의원이 연구책임의원을 맡았다.

공동대표로서 발언대에 선 이용우 의원은 “우리 규제는 과거의 틀에 머물러 있고 추격형 경제에 머물러 선례를 따지고 있다. 이런 환경을 벗어나지 못하면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으로 발생하는 아이디어, 기존 기업 질서에 대한 도전은 언제나 장려돼야 하고 박수쳐줘야 할 도전”이라며 “규제혁신 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규제혁신은 공정한 경제와 공정한 질서가 바탕이 돼야 한다. 새로운 아이디어에서 창출된 과실을 누군가 공정하지 못한 질서를 통해 전유하는 구조가 생기면 누구도 도전하지 않을 것이다. 그 도전에 대한 책임도 같이 가야 한다”고 밝혔다.

▲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윤영찬 의원, 미래통합당 이영, 허은아 의원 등 공동대표들과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여민수 카카오 대표이사,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이사 등이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디지털경제혁신연구포럼 주최로 열린 국회디지털경제혁신연구포럼 출범식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이용우, 윤영찬 의원, 미래통합당 이영, 허은아 의원 등 공동대표들과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 여민수 카카오 대표이사,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이사 등이 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국회디지털경제혁신연구포럼 주최로 열린 국회디지털경제혁신연구포럼 출범식에서 기념촬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포럼 회원이 아닌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도 축사로 포럼에 힘을 실었다. 그는 “흔히 국회 연구단체는 어느 정당 의원들이 주도하고 상대 정당은 연구모임에 필요한 두 분 정도만 모아 발족하는데 오늘은 특이하면서 바람직하게도 양당 의원들이 골고루 들어가 있어 보기 좋은 실질적인 국회 연구모임”이라며 “냉소적인지 모르겠지만 민주당 의석이 너무 많아서 마음먹은 대로 다 할 수 있으니까 통합당이 좋은 정책 많이 만들어서 여기 계신 민주당 의원들께 넘겨주시면 많은 성과가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포럼 목표가 “AI, 게임, 전자상거래, 웹툰, OTT 등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디지털 경제 활성화”인 만큼 관련 분야 기업·협회들은 포럼 자문단 등으로 총출동했다. 카카오, 네이버, 우아한형제들, 직방 등 주요 ICT 기업 경영진은 이 자리를 빌려 업계가 바라는 국회 역할을 촉구했다. 국내법상 국내기업에 적용되는 법·제도 등 규제가 해외기업에는 해당되지 않는다는 관련 업계의 ‘역차별론’ 역시 제기됐다.

여민수 카카오 대표는 “규제에 노출되는 방식, 규제를 위반했을 때 가해지는 벌칙이 동일하지 않은 것 같다. 굳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까지 얘기하고 싶지 않지만 예를 들면 너튜브(유튜브), 에프북(페이스북)이 국민 생활에 네이버나 카카오 이상으로 스며들어 있는데 다 외산 플랫폼”이라고 불만을 내비쳤다.

소셜커머스(SNS 전자상거래) 분야에 대해서도 “쿠팡처럼 커머스도 외산 플랫폼이 장악한 형국”이라며 “그런 쪽과 국내 플랫폼 간의 건전한 경쟁을 위한 부분은 다듬어질 필요가 있을 것 같다”고 강조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도 “페이스북이나 중국 알리바바 같은 기업들과 1대1 맞붙어서 우리가 다 이기겠다고 말하면 좋겠지만 개발자나 자금 규모가 20~30배 큰 기업이 대상”이라며 “국내에서 (국내기업과) 글로벌기업 간 법 조항 적용이 같은 기준으로 시행되면 좋겠다”고 같은 맥락의 주장을 펼쳤다.

한편 디지털 뉴딜 정책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정부 구상과 관련해 ‘일회성 일자리’ 양산에 그쳐선 안 된다는 우려도 나왔다. 인공지능 데이터를 생산하는 직업은 의료·통번역 등 일부 전문분야 외에는 단순 반복 업무가 대부분이며 미국·중국 등에서도 수많은 개인과 계약하고 수시로 동원할 뿐 ‘상시 고용’ ‘안정적 일자리’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시각이다.

▲ 6일 국회 디지털경제혁신연구포럼 출범식이 시작되기 전 여야 의원들이 한 스타트업체의 시연을 보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 6일 국회 디지털경제혁신연구포럼 출범식이 시작되기 전 여야 의원들이 한 스타트업체의 시연을 보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김광수 성균관대 소프트웨어학과 교수는 “단기적 일자리에 그치지 않게 하려면 사업 참여인력에 대한 전문 교육을 병행함으로써 결과적으로는 기존 AI 산업계에서 데이터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신규 채용과 연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업에 참여하는 기업이 인력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이들을 장기고용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교육을 받은 인력들이 창업을 할 수 있도록 창업지원프로그램을 병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교수는 “얼마 전 기사를 보니 과거 공공근로사업 흑역사 중 하나가 ‘황소개구리 잡기’였던 것 같다. 궁극적으로 황소개구리 1마리 잡는 데 1만원 정도가 들었을 뿐 고용이 크게 일어나지 않았다”며 “우리가 생각하는 디지털뉴딜 사업이 많은 성과를 내고 기대했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여기 참석한 전문가 여러분 토론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토론 좌장인 이영 통합당 의원은 이어 “정부가 디지털 뉴딜을 표방하면서 안정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표방한 건 굉장히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며 “‘디엔에이’(D·N·A), 데이터·네트워크·AI 부분이 일회성 일자리 창출로 그칠 수 있다는 위험은 간과해선 안 될 부분인 거 같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이밖에 “정부의 재정 투자를 통해 우선 추진해야 할 분야를 명확히 선정하고 최종적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 데이터 구축 뿐 아니라 관련 규제 개선, 산업 생태계 육성, 핵심 인력 양성 등 모든 요소들이 함께 추진돼야 한다”며 “AI 데이터 구축 대상과 활용 방법,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 방법 등 많은 부분에서 민간이 주체가 되고 민간의 수료를 최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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