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전국단위 종합일간지 9개 1면은 북한에 강경 대응으로 선회한 한국 정부의 격앙된 반응이 장식했다. 아래는 9개 일간지 1면 헤드라인이다.

<경향신문> “청와대 감내 않겠다… 남북 '강대강 대치' 예고”
<국민일보> “靑 “北 몰상식 감내 않겠다”… 강대강 남북 시계제로“
<동아일보> “靑 “北 몰상식 감내않겠다” 강경 선회”
<서울신문> “北 “문재인 철면피” 靑 “김여정 몰상식”… 강대강 대치”
<세계일보> “北 ‘문재인 철면피’… 靑 ‘김여정 무례·몰상식’”
<조선일보> “文 ‘북한 도 넘었다, 매우 실망… 인내하겠다’”
<중앙일보> “폭파·막말에도, 문 대통령 대답은 인내”
<한겨레> “‘강 대 강’ 치닫는 남북, 돌파구가 안보인다”
<한국일보> “‘연락사무소 폭파’ 사흘 전 알고도 못 막았다”

▲18일 한국일보 1면
▲18일 한국일보 1면
▲18일 한국일보 3면
▲18일 한국일보 3면

 

한국일보는 정부가 개성 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겠다는 북한의 의지를 폭파 ‘사흘 전부터’ 직간접적으로 받았다고 확인했다. 정부·대북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은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13일 오후 9시 19분 ‘머지 않아 쓸모 없는 남북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볼 것’이라는 담화를 낸 뒤 같은 내용을 남측에 전달했다”는 것이다. “북한이 연락사무소에 폭약을 설치한 이후 메시지를 청와대에 전달한 것으로 안다”는 정부 소식통 말도 인용했다.

한국은 “같은 날 밤부터 개성 연락사무소 일대에서 폭약 운반 차량을 이동시키고, 용접 작업 등으로 불꽃이 튀는 등 이상 징후를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개성은 군이 군사분계선(MDL) 이남 지역에서 TOD(열상감시장비) 등으로 24시간 주시하고 있는 지역이기 때문에 특이 동향은 곧바로 확인된다”며 “또 14일쯤부터 북한이 최전방 지역 일부 부대에서 전투모 대신 철모를 착용하거나 총에 착검을 하는 등 완전 무장한 모습도 군 감시장비에 포착됐다”고 전했다.

한국은 정부 대북정책 라인이 안일하게 대응했다는 비판에 힘 실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15일 메시지를 승부수로 삼은 듯” 하지만 “오판이었다. 문 대통령의 남북 독자적 협력 메시지는 안보 불안 해소를 위한 선명한 대답을 원했던 북한의 의도와는 달랐다는 지적이 나온다”고 평가했다.

▲18일 한겨레 1면
▲18일 한겨레 1면
 
 

“김여정, 사리분별 못해” 청와대 강경대응 조명

남·북은 17일 서로를 비난하는 강경한 메시지를 냈다. 김여정 제1부부장이 문 대통령을 맹비난하는 담화를 내자, 청와대도 “사리분별 못하는 행위를 더 이상 감내하지 않을 것”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김 제1부부장은 문 대통령의 6·15 남북공동선언 20주년 축사를 두고 “뻔뻔하고 추악함이 남조선을 대표하는 최고 수권자의 연설에 비낀 것은 참으로 경악스러운 일”이라며 “마디마디에 철면피함과 뻔뻔함이 매캐하게 묻어나오는 궤변”이라고 비난했다. “혐오감을 금할 수 없다”, “철면피하고 뻔뻔스럽다”는 원색적 비난도 나왔다.

청와대는 ‘김여정 담화’에 “매우 무례한 어조로 폄훼한 것은 몰상식한 행위이며 신뢰를 근본적으로 훼손하는 행위”라며 “사리분별 못하는 행위를 우리로서는 더 이상 감내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경고한다”고 밝혔다. 국방부와 통일부도 북측이 9·19 군사합의를 파기하는 언급을 내놓자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고 “응분의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북한이 정부의 비공식 대북 특사 제안을 폭로한 것이 청와대 강경 대응을 촉발했단 분석도 있다. 세계일보는 “우리 정부는 남북관계가 경색된 국면에서도 특사 접촉를 통해 돌파구를 모색해왔지만 북측이 대북 특사 제안 사실을 공개하면서 남북접촉의 마지노선을 무너뜨리자 단호한 대응으로 선회했다”고 분석했다.

▲18일 세계일보 1면
▲18일 세계일보 1면

 

▲18일 조선일보 4면
▲18일 조선일보 4면

 

남북이 대치국면으로 치달으면서 문재인 정부 대북정책의 화해·협력 기조도 흔들리게 됐다고 관측이 짙다.

조선일보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 우려를 가장 강조했다. 북한군 총참모부는 17일 개성공단과 금강산 지구에 군부대를 재주둔시키는 ‘4개 군사 분야 지침’을 공개했다. 철거한 전방지역 감시초소(GP)를 복원하고 군사훈련을 재개하겠다고도 예고했다. (18일 4면 “北 3년만에 ‘서울 불바다’… 최전방軍 착검”)

조선일보는 “북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2017년 8월 이후 처음으로 '서울 불바다'를 또다시 거론했다. 북한군 병사들이 최전방 지역에서 철모를 착용하고 착검(着劒)한 모습도 포착됐다”며 “북한군은 우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지구 내 병력 이동을 위한 준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18일 동아일보 5면
▲18일 동아일보 5면

 

동아일보는 “9·19 남북군사합의가 1년 9개월 만에 폐기 수순을 밟게됐다”며 “파기 위협을 ‘행동’으로 옮길 경우 우리 군도 ‘맞대응’이 불가피하다. 우선 육상 완충구역(MDL 기준 남북 5km)에서 포병사격 및 기동훈련과 MDL 인근 공중 완충 구역 내 무인기 정찰을 재개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예측했다. 9·19 남북군사합의는 “지상,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의 근원으로 되는 상대방에 대한 일체의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한다”는 9·19 남북공동선언 부속합의서다.

서울신문은 현 정부 대북정책 기조는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신문은 “북측이 연락사무소를 폭파한 것 등엔 비례적 대응을 해야 하나, 위기가 군사 충돌로 이어지지 않도록 자제해야 하는 매우 힘들고 역설적인 상황에 있다. 우선 국방부·외교부·통일부와 청와대가 엇갈린 반응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김정 북한대학원대 교수 발언을 전했다.(“특사 제안 일방적 공개에 격분한 靑… 물밑 접촉까지 끊어지나”)

▲18일 서울신문 1면
▲18일 서울신문 1면

 

“김여정 사실상 전권 행사, 후계자 굳히기”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진다며 17일 사의를 표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은 이에 “대통령이 오늘은 재가 여부를 결정하지 않을 것이다. 금명간 재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후임 통일부 장관 후보로는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 등이 거명된다.

외교·안보 라인 쇄신론도 거론된다. 동아는 “여권에서조차 ‘외교·안보 라인이 무엇을 하는지 알 수 없다’며 쇄신론이 터져 나왔고, 결국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17일 사의를 표명했다”며 “정치권과 외교가 관심은 대북 라인 투톱인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서훈 국가정보원장의 거취에 쏠리고 있다”고 전했다.

▲18일 한겨레 2면
▲18일 한겨레 2면

 

한겨레는 일련의 사태에서 김여정 제1부부장의 “후계자 굳히기” 움직임이 보인다 분석했다. 북한 통일전선부가 5일 대변인 담화에서 김 제1부부장이 ‘대남사업을 총괄한다’고 밝혔는데, 북한의 대남사업 최고 책임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다. 또 당 기관지 ‘노동신문’엔 김 제1부부장 지시가 여러 차례 공개됐고, 최근 13일 간 하루도 빠짐없이 김 부부장 지시에 따른 각계 반향과 대응이 비중있게 보도되고 있다.

한겨레는 “최근 대남 강경 기조의 포문을 연 김 제1부부장의 4일 담화 이후 북한 당국과 ‘노동신문’ 행보는 내용과 형식 면에서 전례를 찾기 어렵다. ‘김여정 담화’를 ‘김정은 담화’급으로 대하는 ‘증거’는 너무 많다”고 분석했다. 김 제1부부장의 특사 거절을 두고도 “북한의 ‘신성한 최고존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아니다. 김 제1부부장이 사실상 전권을 행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전례없는 일로, 각별히 주목할 대목”이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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