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6일 첫 방송 예정인 Mnet 오디션프로그램 ‘아이랜드’의 조연출을 담당했던 CJENM 소속 PD가 장시간 노동과 업무지시로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개인카드 결제 지시에 생활고를 겪었으며 무대 안전문제를 제기했지만 촬영을 강행했고 결국 출연자 골절사고로 이어졌는데 보안서약서 지시까지 받았다고 주장했다. 

미디어오늘은 조연출PD A씨가 회사측에 보낸 메일을 제3자로부터 확인했다. A씨는 메일에서 “제작비와 인력 부족으로 인한 장시간 노동과 운전 업무지시가 이어졌다”며 “며칠간 한숨도 제대로 못 잔 상태에서 새벽까지 위험하게 운전대를 잡는 일들이 촬영 당일에도 있었다. 결국 5월29일 오후 2시경, FD가 내 명의로 렌트 된 차량을 운전하다 인근 공사장 인부를 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제3자 운전으로 인해 차량 보험 적용 여부가 불분명한 FD는 1000만 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피해보상금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A씨는 “장시간 무수면 노동으로 인한 피로를 제작진 모두가 인지하고 있는 상황이었음에도 운전 업무 지시가 내려졌고, 인명피해가 발생했지만 업무지시를 내렸던 안아무개 PD를 포함해 사고 발생 즉시 보고를 받았던 서아무개PD 등은 어떠한 조치도 취해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또한 회사가 소품구매 등을 이유로 법인카드 한도가 막히자 개인카드 결제를 지시했고, 그 결과 개인카드 한도가 막혀 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밝혔다. A씨는 “영수증을 최대한 챙기려고 노력하고 있으나, 개인카드 결제 건수가 너무 많아 정산담당자뿐만 아니라 나조차도 영수 내역을 일일이 확인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주장했다. 

▲오는 26일 첫 방송 예정인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랜드'.
▲오는 26일 첫 방송 예정인 Mnet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랜드'.

 

“출연자 낙상사고 발행하자 보안서약서 받으라는 지시 내려와” 

A씨는 “아이랜드 세트 현장 무대는 이동식으로, 숙달된 댄서들조차 낙상사고를 입을 수 있을 만큼 위험하게 설계됐다”며 “팀 내 내부 회의 당시 이 무대에 대한 안전 문제가 제기된 바 있으나 결국 강행됐고, 심지어는 촬영 3일 전 무대 감독님 한 분이 떨어져 다치면서 피를 심하게 흘리는 사고까지 발생했으나 어떠한 후속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A씨는 “결국 촬영 당일 출연자 한 명(아이돌 지망생)이 똑같이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고 팔에 골절상을 입은 해당 출연자는 응급실로 이송되어 방송 출연이 불가하게 됐다”고 전한 뒤 “내게는 현장에 있는 성우와 프리뷰어들에게 보안서약서를 받으라는 지시가 내려왔다”고 밝혔다. A씨는 “촬영 당일까지 잠도 못 자면서 프로그램을 준비해왔을 출연자는 하루아침에 없던 사람이 되었고, 나는 그런 비인간적 상황에서 사고 묵인을 도와야하는 입장에 놓여 많은 자괴감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밖에도 A씨는 “하루에도 백업 메모리가 적게는 30개에서 많게는 70개가 넘게 쏟아지는 대규모 프로그램 특성상 전문 백업 인력 충원에 대한 목소리를 냈으나, 이 또한 제작비 절감을 이슈로 묵살당했고 외주제작사 조연출PD가 결국 무대 쪽 메인 메모리 1개를 누락 하는 실수가 나왔다”며 “이 또한 예상된 사고였으나 해당PD는 선배들로부터 극도로 심한 욕설과 폭언을 들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CJENM. ⓒ연합뉴스
▲CJENM. ⓒ연합뉴스

A씨는 이 같은 메일을 보내며 회사를 공개비판 한 뒤 현재 대기발령 상태로 알려졌으나 회사측은 재택근무중이라는 입장이다. A씨 입장에선 징계 등 후속조치에 대한 두려움 등으로 현재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상황으로 보인다. 

CJENM 관계자는 “FD 차량사고에 따른 피해보상금은 업무상 발생한 사고이기 때문에 당연히 CJ에서 처리한다. 개인 법인카드는 회사 법인카드 한도를 증액하는 동안 시간이 걸려서 발생한 부분으로 역시 회사가 모든 비용을 처리한다”고 설명했다. 

낙상사고 이후 보안서약서 요구에 대해서는 “사고가 난 건 맞지만 사고를 무마하기 위해 서약서를 받았다는 건 사실과 다르다. 모든 현장에서 녹화 프로그램의 경우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보안서약서를 전 스태프에게 받고 있다. A씨가 입막음이라고 오해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A씨가 제작진과 면담 과정에서 오고 간 내용을 정리한 것인데 외부로 유출되어 당황하고 있다. 공익제보용은 아니었다”고 밝혔다.

한편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17일 성명을 내고 “이번 사건은 CJENM이 사실상 변한 것이 없음을 드러냈다. CJENM은 조작방송 사과 이후 채 6개월도 지나지 않아 다시 아이돌 오디션 프로그램을 방송하기 시작했다. 아이랜드에서 발생한 청소년 아이돌 출연자의 산재 사고는 불행한 사고가 아니라, CJENM의 탐욕이 낳은 필연적인 인재”라고 비판했다. 

한빛센터는 CJENM에 △충분한 제작비나 인력 확보 없이 신입PD나 조연출을 비롯한 방송 노동자들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작태를 중단할 것 △산업안전보건법에 규정된 산업 안전과 보건에 대한 의무를 자사 프로그램 촬영 현장에서 철저하게 이행할 것을 요구했다. 앞서 CJENM 소속 이한빛 PD는 입사 후 tvN 드라마 ‘혼술남녀’의 조연출로 배정받은 이후 과중한 업무를 부여받으며 괴로워하다 2016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당시 그는 내부 정리해고에 문제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불합리한 질책과 언어폭력·따돌림에 시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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