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 달여 간 ‘회계부정’ 논란에 관해 집중 취재 대상이었던 시민단체 정의기억연대가 과도한 사실 왜곡이나 선정적 편집으로 명예를 훼손한 7개 언론사를 꼽아 기사 삭제와 정정보도를 요구했다.

정의연은 15일 언론중재위원회에 7개 언론사의 8개 기사에 삭제와 정정보도, 명예훼손에 따른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조정을 신청했다. 대상 언론사는 국민일보, 서울경제, 신동아,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경제, 한국일보다.

먼저 “2018년 12월 방탄소년단 팬클럽의 기부품을 할머니들이 못 받았다”는 오보가 2건 포함됐다. 중앙일보 “[단독] ‘아미’가 기부한 패딩… 이용수·곽예남 할머니 못 받았다”(5월19일) 보도와 한국일보 “‘아미’가 할머니 숫자 맞춰 기부한 패딩… 이용수 할머니 못 받아”(5월19일) 보도다.

▲중앙일보 “[단독] ‘아미’가 기부한 패딩… 이용수·곽예남 할머니 못 받았다”(5월19일) 보도와 한국일보 “‘아미’가 할머니 숫자 맞춰 기부한 패딩… 이용수 할머니 못 받아”(5월19일) 보도
▲중앙일보 “[단독] ‘아미’가 기부한 패딩… 이용수·곽예남 할머니 못 받았다”(5월19일) 보도와 한국일보 “‘아미’가 할머니 숫자 맞춰 기부한 패딩… 이용수 할머니 못 받아”(5월19일) 보도

 

모두 검증 없이 한 유족의 일방 주장을 사실처럼 전했다. 뒤늦게 오보가 확인됐지만 기사는 삭제되지 않았다. 정의연은 당시 곽예남 할머니에게 기부품을 전달하던 영상과 이용수 할머니를 포함한 다른 할머니들에게 기부품을 우편 발송한 영수증을 공개했다.

‘기사를 가공했다’는 비판을 받은 중앙일보 “‘정의연은 운동권 물주’… 재벌 뺨치는 그들만의 일감 몰아주기”(6월10일) 기사와 한국경제 “[단독] 하룻밤 3300만원 사용…정의연의 수상한 ‘술값’”(5월11일) 기사도 조정 신청 대상이다. 중앙일보 기사의 경우 보도에 언급된 단체 ‘정치하는 엄마들’도 언중위에 정정보도 신청을 넣을 예정이다. 

공익법인이 국세청 공시 시스템에 따라 기부금 지출 내역에 '대표 지급처'만 기재했는데도 모두 한 지급처에 지출됐다는 식으로 내용을 왜곡했다. 특정 달에 지출이 3300만원이고 지급처가 A업체일 경우 다수 업체 가운데 A업체가 대표로 공시됐다는 뜻인데 기사에선 A업체에 3300만원을 쓴 것처럼 보도됐다.

 

▲중앙일보 “‘정의연은 운동권 물주’… 재벌 뺨치는 그들만의 일감 몰아주기”(6월10일, 위) 기사와 한국경제 “[단독] 하룻밤 3300만원 사용…정의연의 수상한 ‘술값’”(5월11일, 아래) 기사
▲중앙일보 “‘정의연은 운동권 물주’… 재벌 뺨치는 그들만의 일감 몰아주기”(6월10일, 위) 기사와 한국경제 “[단독] 하룻밤 3300만원 사용…정의연의 수상한 ‘술값’”(5월11일, 아래) 기사

 

중앙일보는 이 보도에서 정의연이 “대기업 일감 몰아주기 뺨치게 일감을 몰아줬다”며 “운동권 물주”라고 했다. 근거는 정의연이 2019년 말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남편이 운영하는 수원시민신문에 소식지 디자인 용역을 맡겨 370여만원을 지출한 사실과 ‘김복동 유지 계승비’ 1억여원 중 7000여만원을 시민단체와 그 활동가 자녀 장학금으로 지출한 점이다. 유지 계승비의 경우 이미 2019년 “여성인권운동가 김복동 시민장 기록집 ‘나는 희망을 잡고 살아’”를 발간해 사용 목적과 용처를 공개했고 당시 중앙일보도 홈페이지에 관련 기사를 실었다.

정의연은 한국경제 보도와 관련 “3300만원은 정의연이 2018년 모금사업 추진 과정에서 140여건에 지급된 모금사업비 지출 총액이다. 위 국세청 제출 서식에 사업비 지출 명세를 위한 지급처명은 대표 지급처 한 곳을 기재하도록 돼 있다”고 밝혔다.

서울경제 “[단독] 정의연이 반환했다는 국고보조금, 장부보다 적은 3000만원 어디로?”(5월21일) 보도도 확인 취재가 부족한 오보였다. 기사는 “정의연이 지난해 여가부에서 받은 국고보조금 중 남은 금액 일부의 행방이 묘연하다”고 보도했다. 정의연이 국고보조금 6억3900만원을 받아 이 가운데 1억7700만원을 사용하지 않았는데 국세청 등에 공개된 기록을 보면 2억614만원이 미사용 금액이라는 점에서 3000만원을 횡령한 것처럼 보도했다.

▲서울경제 “[단독] 정의연이 반환했다는 국고보조금, 장부보다 적은 3000만원 어디로?”(5월21일) 보도 갈무리
▲서울경제 “[단독] 정의연이 반환했다는 국고보조금, 장부보다 적은 3000만원 어디로?”(5월21일) 보도 갈무리

 

실제 정의연이 받은 예산은 6억938만4000원이었다. 서울경제가 밝힌 총액보다 3000만원이 적다. 정의연은 “사실관계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거나 고의로 사실을 왜곡한 채 정의연이 6억 3900만원 상당의 보조금을 지원받았음을 전제로 보조금을 누락하거나 횡령했다는 취지의 허위보도”라고 반박했다.

이 밖에 정의연은 선정적 제목의 보도나 명예훼손에 준하는 표현을 보도한 기사에도 삭제를 요구했다. 제목 문제의 경우 “‘후진국도 아니고, 정의연 장부도 없다니’ 회계사회 회장 한탄”(국민일보 6월9일) 기사와 “정의연 ‘이용수 할머니께 사과… 기부금 사용 내역은 공개 못해’” (조선일보 5월11일) 기사다.

국민일보는 최중경 한국공인회계사회장을 인터뷰한 기사에 “후진국도 아니고 정의연 장부도 없다니”라고 제목을 달았으나 기사 내용엔 ‘정의연엔 회계 장부가 없다’거나 ‘회계 장부를 관리하지 않는다’는 최 회장 발언은 나오지 않는다. 정의연은 “해당 기사 제목은 인터뷰 내용과 다른 허위사실을 제목으로 달아 명예를 훼손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 “‘후진국도 아니고, 정의연 장부도 없다니’ 회계사회 회장 한탄” 보도 갈무리.
▲국민일보 “‘후진국도 아니고, 정의연 장부도 없다니’ 회계사회 회장 한탄” 보도 갈무리.
▲신동아 5월27일 “위안부 비극을 돈과 권력으로 맞바꾼 정의연 파탄記” 보도.
▲신동아 5월27일 “위안부 비극을 돈과 권력으로 맞바꾼 정의연 파탄記” 보도.

 

“정의연이 기부금 사용 내역을 공개하지 못한다”고 보도한 조선일보 경우 정의연은 “지난달 11일 기자회견에서 기부금 현황, 피해자 지원사업 비용을 포함한 지출 내역, 공시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총 자산 현황의 세부구성, 2017~2019년 3개년의 기부금 수입 상세 내역과 지출 내역 등을 문서와 함께 전부 공개해 충실히 설명했다”며 “이후 40여분에 걸쳐 질의응답을 진행했다”고 반박했다.

신동아는 지난달 27일 “위안부 비극을 돈과 권력으로 맞바꾼 정의연 파탄記”라는 보도에서 정의연에 대해 “위안부 문제 해결 운동을 돈 벌기에 급급한 마케팅으로 이용했고 (정의연 운동을) 우상으로서 숭배하게 했으며 반지성적이며 반동적이고, 위안부 운동을 부와 권력으로 환전했다”고 보도했다. “탐욕스러운 변사(辯士)였고 대변자가 아니라 복화술사”라거나 “정의연이 피해자를 이용하다 쓸모없으면 내버렸다”고 썼다.

정의연은 이와 관련 “허위사실을 적시했고 신청인 명예를 훼손하는 표현임이 명백하다”며 삭제와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 기사 수정 : 2020년 6월18일 오후 14시23분 5·6·8문단 일부 표현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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