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마이클 조던: 더 라스트 댄스’가 지난 8일 10화로 막을 내렸다. 이 다큐멘터리는 지난달 11일부터 매주 2편씩 공개됐다. 미국에서 1회 기준 630만 명이 시청했고 한국에서도 ‘톱 콘텐츠’ 10위권에 오르는 등 큰 인기를 끌었다. 

조던의 대학 시절과 NBA 데뷔 당시 영상 공개부터 NBA 첫 우승, 계속되는 우승 행진 속 1993년 아버지의 죽음으로 은퇴하고 야구선수가 된 조던, 다시 돌아와 6번의 NBA 우승이라는 신기록을 만들기까지. 다큐멘터리는 조던의 경기 모습은 물론이고 경기 뒷모습, 그의 리더십과 삶의 철학, 주변 인물 평가 등을 속속들이 조명한다. 

일거수일투족이 관심사였던 대스타인 만큼 언론에 시달렸던 조던의 모습을 보여주는 일화도 있다. 6~7화를 보면 당시 언론은 조던을 괴롭혔고, 선을 넘은 보도도 적지 않았다. 

조던을 괴롭힌 대표적 기사는 △마이클 조던이 도박 중독에 빠졌다는 보도 △조던의 아버지가 살해당하고 난 후 그 죽음이 마치 조던의 도박 중독과 관련 있는 것처럼 내보낸 보도 △아버지를 잃은 슬픔 등으로 은퇴한 조던에게 NBA 총재가 ‘비밀 징계’를 내린 것처럼 전한 보도 등이다. 

▲넷플릭스 '더 라스트 댄스' 예고편 캡처.
▲넷플릭스 '더 라스트 댄스' 예고편 캡처.

조던이 언론에 완전히 입을 닫게 한 보도는 그가 도박 중독에 빠졌다는 보도였다. 조던은 승부욕이 엄청나게 강했다. ‘승부 중독’에 빠질 정도로 모든 종류의 내기를 좋아했다. 그는 경기하지 않는 시간에는 경비원, 선수들과 동전 굴리기, 카드 게임 등 여러 종류의 도박을 하기도 했다. 1993년 동부 콘퍼런스 결승에서 그는 경쟁팀과 승부에서 패배하는데 언론은 패배 이유가 조던의 ‘도박 중독’이라고 보도했다.

조던이 경기 전날 애틀랜틱시티의 호텔에서 도박을 해서 경기 중에 피곤해 보였다는 보도는 유명하다. 이에 조던은 “아버지와 함께 카지노에서 놀았고, 늦게 돌아가지도 않았다. 제가 그곳에 갔던 이유는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라고 해명한다. 그럼에도 언론은 조던을 “우승을 향한 의지가 부족하다”고 논평했다. 

당시 ‘문제적’ 기사를 썼던 기자들은 나름의 논리를 내세웠다. 다큐에 등장하는 앤드리아 크레이머 ESPN 기자는 “당시 조던과 골프 도박을 했던 사람은 마약과 돈세탁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마이클 조던이 그에게 5만7000달러짜리 수표를 줬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도박으로 잃은 돈인 게 드러났다”며 “이런 마이클이 애틀랜틱시티에서 밤새 도박을 했다니 1차전 패배 후 대중적으로 쟁점이 될 수밖에 없었다”고 술회했다. 

그의 도박 중독 이슈는 ‘승부 조작 논란’으로 번져 언론의 공격을 받았다. 이때 조던은 매일같이 쏟아지는 ‘도박 중독이냐’는 기자들 질문을 받고 지쳐버려 ‘침묵’을 선택한다. 조던은 기자들에게 입을 닫고, 경기 이후 자신을 쫓는 기자들을 피했다. 심지어 동료들을 향한 기자들의 인터뷰에도 반감을 보인다. 한 기자가 동료 선수를 인터뷰하려 하자 차에 탑승해 경적을 계속 누르는 조던의 모습도 인상적이다. 
 

▲넷플릭스 '더 라스트 댄스' 예고편 캡처.
▲넷플릭스 '더 라스트 댄스' 예고편 캡처.

첫 번째 ‘언론의 괴롭힘’이 나름대로 논리가 있었다면 두 번째 괴롭힘은 선을 넘은 것이다. 1993년 8월 조던 아버지가 강도에게 살해당하는 일이 벌어졌다. 조던은 아버지와 사이가 돈독했고 조던 부모님은 조던의 거의 모든 경기에 참석했다. 그런 조던에게 아버지의 죽음은 1차 은퇴를 불러올 정도로 큰 충격이었다. 그러나 언론은 조던을 가만두지 않았다. 심지어 조던의 ‘도박 중독’ 때문에 아버지가 죽었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조던은 다큐멘터리에서 “내가 저지른 실수로 인해 아버지의 죽음이 초래됐다고 썼다고요. 의도적으로 상처를 들쑤시는 그들을 저는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밥 코스타스 NBC 스포츠 캐스터는 “그 끔찍한 사건을 조던의 도박 습관과 엮을 수 있는 증거는 단 한 톨도 없었다”며 “경찰은 살해 동기가 그저 잔인함이라고 했고 제임스 조던(조던의 아버지)이 아닌 그 누구도 당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말했다. 조던의 도박 중독과 아버지 죽음은 상관이 없었으나 언론은 이를 무리하게 엮어 조던의 상처를 들쑤셨다. 

▲넷플릭스 '더 라스트 댄스' 예고편 캡처.
▲넷플릭스 '더 라스트 댄스' 예고편 캡처.

결국 조던은 은퇴를 선택했다. 당시 기자들은 조던의 1차 은퇴에 ‘뉴스 모먼트’라고 표현할 정도로 ‘빅뉴스’였다고 입을 모았다. ‘뉴스 모먼트’란 사람들이 “너 ‘그 뉴스’가 나왔을 때 뭐 하고 있었어?”라고 말할 정도의 강렬한 빅뉴스를 말한다. 모든 이들이 조던의 1차 은퇴 이유에 대해 궁금해했다. 

조던의 은퇴가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 때문이라는 건 쉽게 생각할 수 있었지만, 기자들은 “데이비드 스턴 NBA 총재가 조던에게 도박 중독과 관련해 ‘비밀 징계’를 줘서 은퇴했다”는 음모론을 보도했다. 다큐멘터리에 등장하는 한 인물은 “얌전히 표현한다고 하더라도 ‘완전 개소리’(total bullshit)”라고 비판했다. 실제 다큐멘터리에서 데이비스 스턴 총재는 “어처구니없고 아무런 근거가 없는 보도”라고 당시 보도를 비판했다. 스턴 총재는 “몇 번을 물어봐도 같다. 1993년 은퇴는 조던의 선택이었다.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은퇴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언론 보도에 시달리던 조던을 조명한 다큐멘터리 6화 오프닝에서 조던은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은 딱 하루나 딱 한 주만 마이클 조던이 되고 싶다는데, 하루만 살아서는 제 인생을 알 수 없어요. 그리 재밌지 않다는 걸 모르는 것 같아요. 이건 부러워할 인생이 아니에요. 이렇게 방 안에 갇혀 지내잖아요.” 그를 방안에 갇히게 한 것 중 하나는 분명 언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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