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이용수 할머니와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문제 등 위안부 현안에 처음으로 입장을 내놓았다. 위안부 운동이 지켜져야 하며, 이를 부정하려는 움직임과 대의를 손상시키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는 게 문 대통령의 견해다.

문 대통령은 8일 오후 청와대 여민1관 3층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수서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이같이 밝혔다. 대통령은 “위안부 운동을 둘러싼 논란이 매우 혼란스럽다”며 “제가 말씀드리기도 조심스럽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위안부 운동의 대의는 굳건히 지켜져야 한다”며 “위안부 운동 30년 역사는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여성 인권과 평화를 향한 발걸음이었다. 인류 보편의 가치를 실현하려는 숭고한 뜻이 훼손되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이 이 같은 입장을 내놓은 것은 지난달부터 위안부 운동 논란에 한달여간 침묵해오다 처음으로 목소리를 냈다는 의미가 있다. 위안부 운동 자체가 훼손되는 지경에 이르는 것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판단으로 보인다.

위안부 운동의 역사와 관련, 김학순 할머니의 역사적 증언에서부터 시작된 위안부 운동은 피해 당사자들이 침묵의 벽을 깨뜨리고 “내가 살아있는 증거다”라고 외쳤으며 거리에서 법정에서 국내와 국제사회에서 피해의 참상을 알리고 정의로운 해결을 호소했다. 대통령은 전쟁 중 여성에 대한 참혹한 성폭력 범죄가 세계에 알려졌고, 한일 간의 역사 문제를 넘어 인류 보편의 인권과 평화의 문제로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이 운동이 세계 곳곳의 전시 성범죄 피해자들에게 큰 용기를 주었고, 유엔을 비롯하여 국제사회의 공감과 지지를 이끌어내며 전세계적인 여성인권운동의 상징이었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스스로 운동의 주체가 되어 당당하고 용기 있게 행동하였기에 가능했다고도 했다. 문 대통령은 많은 분들이 세상을 떠나고 열일곱 분의 할머니만 우리 곁에 남아 있다며 너나없이 위안부 진실의 산증인들이라고 평가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8월14일 위안부 기림의날 기념식에서 이용수 할머니와 손을 잡고 행사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8월14일 위안부 기림의날 기념식에서 이용수 할머니와 손을 잡고 행사장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용수 할머니를 직접 언급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이용수 할머니는 위안부 운동의 역사”라며 “위안부 문제를 세계적 문제로 만드는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이용수 할머니는 미하원에서 최초로 위안부 문제를 생생하게 증언해 일본 정부의 사과와 역사적 책임을 담은 위안부 결의안 채택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점, 프랑스 의회에서 최초 증언, 연세 90의 노구를 이끌고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등재를 촉구 등의 활동을 했다고 대통령은 소개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우리는 위안부 할머니가 없는 위안부 운동을 생각할 수 없다”며 “위안부 할머니들은 참혹했던 삶을 증언하고, 위안부 운동을 이끌어 오신 것만으로도 누구의 인정도 필요 없이 스스로 존엄하다”고 강조했다.

한편으로 대통령은 위안부 운동이 민간의 자발적 참여와 연대로 성장해온 운동이라는 점도 함께 강조했다. 그는 “피해자 할머니들 스스로 여성인권운동가가 되어 세계 곳곳의 전시 성폭력 피해자들과 손을 잡았다”며 “시민사회의 많은 활동가들이 연대했고, 시민들도 다 같이 힘을 보탰으며 어린 학생들까지도 수요집회에 참여했고, 위안부 문제를 숨겨진 과거로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30년간 줄기차게 피해자와 활동가들, 시민들이 함께 연대하고 힘을 모은 결과 위안부 운동은 세계사적 인권운동으로 자리매김했다”며 “결코 부정하거나 폄훼할 수 없는 역사”라고 해석했다. 그는 그럼에도 시민운동이 시민의식과 함께 발전해왔으며 이번 논란이 시민단체의 활동 방식이나 행태에 대해서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1월4일 투병중이던 고 김복동 할머니를 병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1월4일 투병중이던 고 김복동 할머니를 병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대통령은 “그러나 일각에서 위안부 운동 자체를 부정하고 운동의 대의를 손상시키려는 시도는 옳지 않다”며 “피해자 할머니들의 존엄과 명예까지 무너뜨리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반인륜적 전쟁 범죄를 고발하고, 여성인권의 가치를 옹호하기 위해 헌신한 위안부 운동의 정당성에 대한 근본적 도전”이라고 규정했다.

위안부 운동을 두고 문 대통령은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라며 피해자들의 상처는 온전히 치유되지 못했고, 진정한 사과와 화해에 이르지 못했다고 거론했다. 역사적 진실이 숨김없이 밝혀지고, 기록되어 자라나는 세대들과 후손들에게 역사적 교훈으로 새겨져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는 말처럼 지금의 논란과 시련이 위안부 운동을 발전적으로 승화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대통령은 정부가 이번 논란을 계기로 △기부금 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해 기부금 또는 후원금 모금활동 투명성 근본적 강화 △정부와 지자체의 보조금도 투명하게 관리 등을 약속했다. 대통령은 “자신이 낸 기부금이나 후원금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투명하게 알 수 있다면 국민들의 선의가 바르게 쓰이게 되고, 기부문화도 성숙해질 수 있다”며 “시민단체들도 함께 노력해주고, 국민들도 시민운동 발전을 위해 생산적인 논의가 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아달라”고 호소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