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일부터 한 달 동안 강재훈 전 한겨레 사진부 선임기자의 사진전 ‘들꽃 피는 학교, 분교’가 서울 종로구 갤러리 사진위주 류가헌에서 열린다. 지난 4월 말 한겨레에서 정년 퇴직한 강 기자는 한겨레21 사진부장, 씨네21 사진부장, 한겨레 사진부장 등을 지낸 베테랑 사진기자다.

강재훈 사진전 ‘들꽃 피는 학교, 분교’와 동명의 사진집은 통폐합되거나 폐교돼 반공소년 이승복 어린이 동상만 남은 전국 수천 여개의 작은 학교, 분교(分校)의 모습을 담고 있다. 1990년대 초부터 30년 동안 기록한 분교들의 ‘아름다운 시절’이다.

▲ 강재훈.들꽃 피는 학교, 분교 – 우음분교. 1997년
▲ 강재훈.들꽃 피는 학교, 분교 – 우음분교. 1997년

이를 테면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자리한 밀양 사자평의 작은 학교 ‘고사리학교’, 국토 최남단에 자리한 마라도의 ‘마라분교’ 등 이제는 흐릿한 기억으로 남은 분교의 모습이 잔잔한 감동을 준다.

강 기자가 분교를 사진으로 기록하기 시작한 해는 지난 1991년. 그는 학생 한 명인 학교가 폐교된다는 소식에 현장으로 달려갔고, 혼자 입학하는 어린이를 만나러 산골도서 벽지도 마다하지 않았다. 분교들은 점차 사라져갔고 지난해 정부 정책이 바뀌기까지 6000여 개 학교가 폐교됐다.

그는 1998년 ‘분교 들꽃 피는 학교’, 2006년 ‘산골분교 운동회’, 2009년 ‘산골분교’ 등 사진집을 내고 전시를 계속했다. 그의 이름 앞에 ‘분교 사진가’라는 수식이 붙게 된 이유다. 전시와 책, 언론 기사를 통해 꾸준히 ‘작은학교 살리기’에 관여한 덕분에 소규모학교 통폐합 정책 일부를 개정해내는 데도 기여했다는 평가다.

▲ 강재훈 전 한겨레 사진부 선임기자. 사진=강재훈 제공.
▲ 강재훈 전 한겨레 사진부 선임기자. 사진=강재훈 제공.

강 기자는 “작은 분교들의 폐교 걱정 없이 아이들을 키워낼 아름다운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참 행복하다. 고맙고 감사한 일”이라며 “나와 분교에서 만났던 수많은 아이들이 우리사회 어딘가에서 제각각 이름에 어울리는 꽃과 나무로 성장해있기를 소망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6월9일부터 7월5일까지로 류가헌에서 열린다. 올해 개관 10주년을 맞은 류가헌의 초대전이다. 사진집과 산문집 2권이 한 세트인 동명의 사진집이 함께 발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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