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상임위원이 정당 공천을 신청했던 일이 방송통신위원회 설치법상 금지행위인 ‘정치활동 관여’라는 법제처 판단이 나오면서 파장이 일고 있다. 전광삼 상임위원의 해촉을 두고 2라운드 논쟁이 예고된 상태다.
 

공천신청은 ‘정치활동’ 판단

미래통합당 추천 위원인 전광삼 상임위원은 지난 2월 21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에 비공개 공천 신청을 해 논란이 됐다. 미래통합당 추천 이상로 위원을 제외한 다른 위원들은 전광삼 상임위원의 자진사퇴 권고안을 채택했지만 전 상임위원은 거부했다.

내부 갈등이 이어진 끝에 법제처 판단을 의뢰하게 됐고 법제처는 11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심의위원에게는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할 것이 강하게 요구된다”며 “특정 정당의 공천을 신청하고 면접 심사를 받은 행위는 방통위법에 따라 금지되는 정치 활동 관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법제처는 “직무상의 의무를 위반한 정도 등을 고려해 실제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상임위원에 대해 그 의사에 반하여 해촉할 것인지 여부는 별론으로 한다”며 법 위반이라는 사실을 판단했을 뿐 ‘해촉’사유인지는 판단하지 않았다.

▲ 20대 총선 당시 전광삼 후보자 포스터.
▲ 20대 총선 당시 전광삼 후보자 포스터.

 

전광삼 "기업 공채 응하면 경영 활동인가"

전광삼 상임위원은 법제처 결정에 문제를 제기하며 사퇴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1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기업 공채에 응하면 경영활동에 관여한 걸로 보는 건가. 정치활동 관여라고 규정하려면 공천심사위원으로 활동하는 등 깊이 개입한 경우여야 한다”며 “법제처가 내게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과정조차 없었다. 이 법에 처벌조항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전광삼 상임위원은 “총선 당시 공천 신청이 가능한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문의했는데 방통심의위가 민간기구이기에 공무원과 달리 제한이 없었다. 선거법상으로 우리는 민간인 신분으로 정무직 공무원과는 다르다”고 했다.

그러면서 전광삼 상임위원은 “공정성에 대해 자꾸 얘기하는데, 대통령이 3명 여당이 3명 야당이 3명 추천해 구성된 방통심의위가 어떻게 완벽하게 독립될 수 있나. 정당추천받은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자유롭나”라고 지적했다.

▲ 전광삼 상임위원. 사진=박서연 기자.
▲ 전광삼 상임위원. 사진=박서연 기자.

 

시민단체·민주당 ‘해촉’ 촉구

이번 법제처 결정으로 사퇴 권고 의견을 모았던 정부여당 추천 위원 6명과 바른미래당(국민의당) 추천 박상수 위원의 판단에 힘이 실리게 됐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임명권자인 문재인 대통령이 전광삼 상임위원을 해촉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방송독립시민행동은 “행정기관이 법제처의 정부유권해석과 달리 집행할 경우 부적절한 집행으로 인한 징계나 감사원의 감사 등을 통한 책임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은 전광삼 씨를 방심위원 직에서 해촉시키는 데 일말의 주저함도 없어야 한다. 대통령이 결단하지 않는다면 향후 방심위의 모든 결정들의 법적 효력에 대한 논란이 불거질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도 입장을 냈다. 장종화 청년대변인은 14일 논평을 내고 “방심위는 전 상임위원이 방통위법에 따른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이 명백해졌으니 즉각 해임을 요청하고 미래통합당은 전 상임위원의 추천은 물론 공천 신청과 철회에 대한 책임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송장악 하려고 사퇴 압박?

법제처 판단 이후 해촉 요구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공은 청와대에 넘어가게 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해촉을 건의하게 되면 문재인 대통령은 해촉 여부를 검토하게 된다.

아직까지 해촉 건의를 하지 않은 상황이라 문재인 대통령이 어떻게 판단할지는 분명하지 않다. 법제처가 해촉에 대한 판단을 하지 않아 모호한 면은 있지만 임명권자에게 해촉 권한이 있고, 방통위 설치법상 불법이라는 판단이 나온만큼 해촉 가능성이 낮지는 않다. 다만 전광삼 상임위원이 가처분 신청, 소송까지 불사하겠다고 밝힌 만큼 신중한 검토가 이뤄질 전망이다.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회의 전경.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 방송통신심의위원회 회의 전경. 사진=방송통신심의위원회.

해촉 가능성에 대한 판단과 별개로 미래통합당, 보수언론에서는 ‘방송장악’을 위한 행동이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중앙일보는 14일 “익명을 원한 통합당 관계자도 ‘민주당에서 방송 영역까지 완전히 장악하기 위해 야당 몫 방심위 인사를 사퇴 압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조선비즈는 14일 “방심위에 통합당 입지 더 줄어든다”는 표현을 제목에 썼고 본문을 통해 “정부·여당 입맛에 맞는 심의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해촉이 이뤄진다 해도 방송장악을 하거나 특정 정당의 입지와 관련이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 미래통합당 위원이 해촉돼도 당 자체가 얻는 피해는 크지 않다. 방통심의위는 정부여당이 6명, 야당이 3명의 위원을 추천하는 구조다. 현재 야당 추천 위원은 미래통합당 전광삼 상임위원, 이상로 위원, 바른미래당 추천 박상수 위원이다. 전광삼 상임위원이 해촉되면 미래통합당은 후임을 추천할 수 있어 의석이 줄어들지 않는다. 오히려 4기 방통심의위 임기가 끝나는 2021년 초에는 사라진 바른미래당 몫의 추천권을 미래통합당이 행사해 통합당의 영향력은 더 커질 전망이다.

다만 전광삼 상임위원이 해촉된다면 어느 정도 공백기가 불가피한 건 사실이다. 방통심의위가 25일 전체회의를 통해 해촉 건의를 하게 되면 청와대 판단은 일러도 6월 초에 나올 전망이다. 이 시기가 국회 전환기인 데다 정당이 국회의장과 논의해 추천하는 방식이라 국회의장 선출 때까지 공백이 이어질 수 있다. 1~2달 동안 미래통합당의 영향력이 줄어들긴 하지만 정부여당 위원이 절대다수인 방통심의위 구조상 논의에 결정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는 없어 공백기만을 노리고 정치적인 결단을 할 가능성은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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