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한 사회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방송과 관련된 정책을 결정하고 심의하는 방송기구에 성별 균형 참여가 중요하다.” 2018년 12월 국가인권위원회는 방송통신위원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공영방송 이사회의 성별 균형을 갖출 수 있는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미디어오늘이 각 정부에서 미디어 규제기구(방통위·방통심의위), 양대 공영방송 이사 등 미디어 기구 인사 선임 남녀 비율을 조사한 결과 ‘남초’ 현상이 뚜렷이 나타난 가운데 문재인정부 집권기 여성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정부 시절 정부여당 추천 양대 공영방송 이사 성비는 3:1(남성 24명, 여성 8명) 비율이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 남성 29명·여성 3명, 박근혜 정부 때는 남성 14명·여성 2명으로 격차가 벌어졌다. 그러다 문재인 정부 들어 남성 14명·여성 6명으로 격차가 다시 좁혀졌다. 여전히 남성이 2배 이상 많지만 역대 정부 가운데 여성 비율이 가장 높다.

▲ 역대 정부별 미디어규제기구, 공영방송 이사 출신 및 성비 분석. 노무현 정부 때는 현재와 같은 규제기구 설립 이전이라 제외.
▲ 역대 정부별 미디어규제기구, 공영방송 이사 출신 및 성비 분석. 노무현 정부 때는 현재와 같은 규제기구 설립 이전이라 제외. (클릭하시면 확대된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디자인=이우림 기자.

미디어 규제기구 역시 문재인 정부의 여성 비중이 가장 높았다. 이명박 정부 때는 남성 22명·여성 3명, 박근혜 정부 때는 남성 11명·여성 0명인 반면 문재인 정부 들어 남성 9명·여성 4명으로 격차가 개선됐다.

 

다만 문재인 정부에서도 여야 불문하고 방통위원은 전원 남성으로 유지되고 있다. 반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경우 정부여당 추천 몫 6석 가운데 3석이 여성 위원 몫으로 돌아갔다. 박근혜 정부 때 여야 모두 남성을 추천해 전원 남성으로 구성됐던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만한 변화다. 특히 고 윤정주 위원은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 출신으로 여성, 소수자 이슈에 주목하며 심의했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은 고 윤정주 위원의 보궐 몫으로 여성인 강진숙 중앙대 교수를 추천했다. 당시 민주당 주관 면접에서 최종 후보자 3명 모두 여성으로 알려졌다. 

공영방송 이사, 미디어 규제 기구 위원의 출신 분야를 분석한 결과 문재인 정부 들어 언론·미디어 학자 비율은 62%에 달했다. 문재인 정부 집권 후 처음으로 임명한 이효성 방송통신위원장, 강상현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모두 언론학자 출신이다. 고삼석 전 방통위원, 연임한 김창룡 방통위원도 학자 출신이다. 방통심의위에서는 심영섭, 김재영, 강진숙 위원이 언론학자 출신이다. 

반면 박근혜 정부 때는 미디어규제기구에 추천한 11명 가운데 언론·미디어분야 학자가 1명뿐이었다. 대신 공안검사 등 보수성향 법조인과 뉴라이트 학자가 두각을 나타냈다. 방통위원장에 보수성향 판사 출신인 최성준 위원장, 방통심의위원장에는 뉴라이트 학자 박효종 위원장, 방통심의위원에는 국정원과 연관 의혹이 제기된 북한학과 교수 조영기 위원, 공안검사 출신 함귀용 위원 등이 임명됐다. KBS 이사회에는 뉴라이트 학자인 이인호 이사장이, 방송문화진흥회에는 영화 ‘변호인’의 소재인 부림사건의 실제 공안검사였던 고영주 이사장이 임명됐다.

▲ 방송문화진흥회 전체회의. 사진=이치열 기자.
▲ 방송문화진흥회 전체회의. 사진=이치열 기자.

박근혜 정부 당시 정부여당 추천 공영방송 이사 가운데 언론인(12%)과 언론학자(6%) 비중은 미미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의 경우 공영방송 이사 정부여당 몫에 언론인과 언론학자는 각각 20%씩 차지해 40%를 기록했고, 이명박 정부 때는 정부여당 추천 언론인·언론학자 비율이 53%로 나타났다. 같은 보수 정부임에도 이명박 정부가 유재천, 김우룡 등 보수성향 언론학자와 언론인을 이사로 선임했다면 박근혜 정부는 언론 전문성 자체가 없는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과 공안검사·정치인이 강세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미디어 규제기구 정부여당 추천 위원 가운데 정치인 출신은 박근혜 정부 27%, 이명박 정부 16%인 반면 문재인 정부는 한 명도 없다는 점도 특징이다. 방통위 1기 최시중 위원장은 이명박 대통령 멘토이자 측근이었고 2기 이경재 위원장은 한나라당 국회의원 출신이다. 박근혜 정부 당시 방통위 여권 추천인 허원제·김석진 위원도 미래통합당에서 국회의원을 지내거나 공천을 신청했던 인사들이다. 미래통합당은 야당이 된 후에도 국회의원 출신 안형환, 출마 이력이 있는 청와대 춘추관장 출신 전광삼 등 정치권 인사를 미디어 규제기구에 전면 배치했다.

이 외에도 각 정권마다 특성이 반영되는 인사가 있다. 이명박 정부 때는 KBS 이사장에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을 역임한 손병두 이사장, 방문진 이사장에 벽산 대표인 김재우 이사장 등 공영방송 이사장에도 ‘비즈니스 프렌들리’한 모습을 보였다. 문재인 정부는 KBS 이사에 네이버 출신 뉴미디어 사업가 김경달 네오터치포인트 대표를 선임했고 방문진 이사에 문효은 전 다음 부사장을 선임했다.

이번 조사에서 정당, 대선 캠프, 인수위원회에서 직을 맡은 인사들은 정치인으로 분류하고 청와대 출신은 비서관급 이상을 정치인으로 분류했다. 여당의 이사 추천 인원은 임명 횟수를 기준으로 해 동일 인물이 연임한 경우 2회로 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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