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생 언론인’들은 보도국·편집국 안에 얼마나 있을까. 2018년 베스트셀러 ‘90년대생이 온다’의 표현을 빌리면 이 세대는 관행을 거부하고 솔직함을 요구하며 조직 구성원으로서 호구가 되기를 거부한다. 레거시 미디어 미래를 책임질 세대로, 조직 혁신을 끊임없이 주문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들 존재는 주목받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방송사 7곳(MBC, SBS, OBS, CBS, TV조선, 채널A, MBN)과 신문사 4곳(중앙일보, 동아일보, 한겨레, 경향신문) 보도·편집국 구성원 가운데 1990년 이후 출생자 비율을 조사했다. KBS, JTBC, 조선일보, 한국일보는 자료 공개 요청을 거부해 조사에서 제외됐다. 

방송사의 경우 채널A 보도본부가 29%로 1990년 이후 출생자 비율이 가장 높았다. 그 뒤로 TV조선이 17%(보도국 164명 중 29명), MBN 16%, SBS 12%, MBC 10%(458명 중 48명), CBS 10%(86명 중 9명), OBS 4%(73명 중 3명) 순이었다. 신문의 경우 동아일보 15%, 중앙일보 12%(282명 중 34명), 한겨레 9%(221명 중 19명), 경향신문 8%순이었다. 

중앙일보 가운데 신문제작 전담부서인 중앙일보A(60명 가운데 전무)는 1990년 이후 출생자가 없었고 디지털콘텐츠 제작 전담부서인 중앙일보M(222명 중 34명)만 1990년 이후 출생자가 15%를 차지했다. OBS의 경우 보도국 신규인력 충원이 원활하지 않아 방송사 가운데 1990년대생 비율과 수가 가장 적었다. 

▲각 방송사와 신문의 1990년 이후 출생자들 비율. 디자인=이우림 기자.
▲각 방송사와 신문의 1990년 이후 출생자들 비율. 디자인=이우림 기자.

지상파보다 종편 보도국의 1990년대생 비율이 높았는데, 지상파의 신규 인력 충원이 더뎠고 종편의 경력직 인력 유출도 빈번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MBC의 한 관계자는 “보도국 458명 중 90년생 이후 출생자는 48명”이라며 “88올림픽을 대비하느라 대규모로 채용한 인력들이 퇴사하지 않았고 지상파 호황기에 대규모 채용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어 “김재철, 안광한, 김장겸 사장 시기 경력직 위주로 채용이 이뤄졌고 최근에는 광고 급락 등 대규모 적자로 신입사원을 대규모로 채용하기 어려운 점이 반영된 수치로 보인다”고 전했다. 

반면 종합편성채널의 한 기자는 “조직이 젊다는 것만으로 뉴스가 젊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그만큼 ‘허리 기수’의 이직이 잦고 구성원들이 ‘정년까지 머물 조직’이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결과일 수도 있다. 실제 종편에서 지상파로 이직이 빈번하다”고 전했다. 1990년대생 비율이 높다고해서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90년대생 장점을 적극 활용할 수 있는 조직 개편도 숙제다. 채널A는 동아미디어그룹 100주년 보고서 ‘레거시 플러스’에서 1990년대생들로 꾸려진 팀 ‘밀레니얼 스쿼드’를 만들어 뉴스룸 업무 관행과 조직문화 개선 과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자고 제안했다.  

중앙일보는 지난해 7월 팀 ‘밀레니얼 실험실’을 꾸리고 채식, 탈연애, 유기견 등 2030의 주요 관심사를 심도 있게 다뤘다. ‘20대 기자들이 밀도 있는, 밀착 취재를 하는 공간’을 표방했다. 

한겨레의 경우 입사 10년차 이하 기자로 구성된 편집국장 직속 ’레드위원회’가 지난해 구성됐다. 1990년대생만의 조직은 아니지만 주니어 기자들과 국장단 사이 가교 역할을 맡고 있다. 

한겨레의 한 기자는 “기자에게 조직문화는 질 높은 콘텐츠를 생산케 하는 동력”이라며 “2030세대들이 뉴스룸에서 성과를 입증한다면 조직 내에서도 목소리의 비중이 커질 것이고, 도리어 콘텐츠 생산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다. 뉴스가 4050세대에서만 소비되는 현상에도 변화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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