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권 침해 논란’에 휩싸였던 한국기자협회가 협회 차원의 논의와 합의로 마무리되는 모양새다. 김동훈 한국기자협회장이 6일 노조(전국언론노조 한국기자협회분회)의 사과 요구를 받아들였고 노조도 이를 수용했다. 기자협회 편집위원회 역할을 강화하고 인원을 보강키로 하는 등 재발 방지 대책도 수립됐다.

이번 편집권 침해 논란은 기자협회보 지난달 29일자에 회원사인 한국기자협회 TV조선지회(TV조선 기자협회) 입장을 싣는지를 두고 갈등이 빚어지며 시작됐다. TV조선 기자협회는 전주인 지난달 22일 보도된 기자협회보 기사와 만평 등이 “TV조선 재승인을 취소했어야 한다는 인상을 준다”고 주장했다.

당초 기자협회보 편집국은 TV조선 기자협회 입장문을 싣지 않기로 했지만 김 회장이 마감 당일인 지난달 28일 저녁 김성후 기자협회보 편집국장을 불러 다그치는 등 편집국을 압박하고 편집권을 침해했다는 것이 노조의 문제의식이었다. 이 과정에 김 회장이 김 국장에게 욕설을 했다는 주장도 나와 갈등의 파고가 높아졌다. 김 회장 의견대로 기자협회보는 TV조선 기자협회 입장문을 전문 게재했다. 노조는 김 회장의 공개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요구했고, 김 국장에게도 편집권을 지켜내지 못한 것에 입장을 요구했다.

▲ 기자협회보 4월22일자 1면. TV조선 기자협회는 이 보도 등이 “TV조선 재승인을 취소했어야 한다는 인상을 준다”며 문제를 삼았다.
▲ 기자협회보 4월22일자 1면. TV조선 기자협회는 이 보도 등이 “TV조선 재승인을 취소했어야 한다는 인상을 준다”며 문제를 삼았다.

김 회장을 포함해 기자협회 사무국, 편집국 구성원 15명은 6일 두 차례 논의 끝에 합의를 도출했다. 김 회장은 이 자리에서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불미스러운 일이 협회 내에서 일어난 것에 기자협회를 이끄는 책임자로서 굉장히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일을 성찰의 계기로 삼겠다. 과격한 언행에 대해선 맹세코 국장을 향한 욕설이 아니었지만 그럼에도 비속한 표현이 있었다면 속상해서 나온 말로 이해해 주면 좋겠고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밝혔다.

김 회장은 “일련의 과정에서 취한 발언의 내용과 방식 등에 적절하지 못한 점이 있었음을 인정하며 그 부분도 유감을 표명한다”고 공식사과했다. 노조는 사과를 수용했다.

기자협회는 재발 방지 대책도 마련했다. 기자협회보 제작 과정에 회장과 회원 등 다양한 의견을 반영하고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 회의 체계를 강화·보완한다는 방침이다. 또 매주 월요일 오후 회장과 국장, 편집국 기자 1명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제작 회의를 열 계획이다.

아울러 기자협회보에 대한 회원사 또는 회원의 문제 제기가 있을 시 “모든 간행물 제작에 관한 주요 사항은 편집위원회 의결을 거쳐 처리해야 한다”는 기자협회 운영규정에 따라 편집위 논의를 거쳐 결정하고 이를 위해 편집위 역할을 강화하고 인원을 보강하기로 했다. 편집인 임명 등도 추후 논의하기로 했다.

김성후 편집국장은 앞서 열린 편집국 회의에서 기자들에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김 국장은 “지난주 화요일 (TV조선 기자협회) 입장문을 내기까지 (기자들과) 1시간 정도 회의해서 결정한 사항을 결과적으로 번복하고 입장문을 실은 것에 대해 기자들에게 사과한다”며 “앞으로 유사 사건이 발생할 경우 직을 걸고서라도 막아내겠다. 재발 방지 시스템을 만드는 데 머리를 맞대고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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