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여론조사에서 오세훈 후보 45.8%, 제가 28.5%로 보도가 되었습니다. 17.3% 격차입니다. 이 숫자를 꼭 기억해 주십시오. 이것이 왜곡인지 아닌지 제가 증명 보이겠습니다.” 20대 총선 당시 정세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트윗이었다. 정세균 후보는 52.6%를 득표해 39.7%를 득표한 오세훈 후보를 여유 있게 제치고 당선됐다.

20대 총선에서 여론조사는 ‘참패’했다. 더불어민주당 1당, 새누리당 참패, 국민의당 돌풍…여론조사는 이 세 가지 중 어느 것도 예측하지 못했다. 뉴스타파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기준 선거일로부터 4주 이내 국내 여론조사를 분석한 결과 2016년 총선에서 1위와 2위 후보의 득표율 차이를 평균 10.6% 잘못 예측한 것으로 나타났다. 

21대 국회의원선거 여론조사는 어땠을까. 우선 여론조사 방법은 4년 전과 달라졌다. 앞서 20대 총선 이후 충격에 빠진 여론조사업계는 ‘안심번호’ 도입이라는 변화를 시도했다. 안심번호는 조사 대상자의 실제 휴대전화 번호가 노출되지 않는 일회용 가상번호로, 조사업체에서 돈을 내고 성별·연령별·지역별 번호를 통신사에 요청하면 안심번호 형태로 제공받을 수 있다. 

앞서 20대 총선에선 여론조사업체가 휴대전화 사용자의 지역 정보를 알 수 없어 가구 전화(유선전화) 중심 조사가 불가피했다. 254곳의 지역구로 나눠 여론을 조사하다 보니 표본의 대표성에 한계가 있었지만 안심번호는 성별·연령·지역을 정확하게 특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총선 여론조사의 표본 추출 틀은 대부분 휴대전화 가상번호(안심번호)를 통해 구성됐다. 유선전화와 무선전화 비율도 1대9 또는 2대8이 일반적이었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여론조사에선 표본의 대표성이 제일 중요하다. 무엇보다 표본이 지역의 유권자를 고르게 반영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지금은 1인 1휴대폰 시대다. (안심번호가) 가구 전화일 경우 발생하는 대표성의 제한을 해소하고 표본의 대표성을 개선한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관건은 적중률이다. 개표 결과 상황만 놓고 볼 때 더불어민주당의 승리를 예측했던 여론조사기관이 대다수였던 점에 비춰보면 지난 총선에 비해 오차는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리서치뷰의 경우 15일 오후 공개한 총선 예측조사에서 여권 계열 정당(더불어민주당, 더불어시민당, 열린민주당) 의석을 173석 안팎으로 내다봤다. 실제 여권 계열 정당 의석수는 182석이지만 여론조사 깜깜이 기간 여론의 추세를 비교적 정확히 짚어냈다고 볼 수 있다. JTBC·리얼미터도 15일 발표한 총선 예측조사에서 여권 계열 정당 의석수를 최대 183석으로 예측해 정확도가 높았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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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9일자 KBS-한국리서치 여론조사 보도화면 갈무리. 

물론 여전히 지역구별 적중률에는 의문이 남는 상황이다. 4월9일자 KBS-한국리서치 여론조사 보도에 따르면 대구 수성갑에서 김부겸 민주당 후보 43.6%, 주호영 통합당 후보 48.9%로 접전 양상이었으나 실제 개표에선 주호영 후보가 59.8%로 39.3%의 김 후보를 여유 있게 제쳤다. 이 때문에 주호영 당선자는 당선 소감에서 여론조사에 대한 불만을 밝히기도 했다. 여론조사 이후 약 일주일간 ‘변심’한 유권자를 감안하더라도 적지 않은 격차다. 

4월10일자 중앙일보-입소스 여론조사 보도에서 서울 강남을에 출마한 전현희 민주당 후보와 박진 통합당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44.8%와 40.7%로 오차범위 내 전현희 후보의 우위로 나타났으나 개표 결과 박 후보가 50.9%, 전 후보가 46.4%로 나타나기도 했다. 

4월10일자 중앙일보-입소스 여론조사 보도에서 서울 동작을에서 출마한 이수진 민주당 후보는 53.6%, 나경원 통합당 후보는 37.9%로 이 후보가 여유 있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개표 결과에선 격차가 줄었다. 이수진 후보는 52.2%, 나경원 후보는 45%였다. 서울 광진을도 상황은 비슷했다. MBC-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8일 여론조사 보도에 따르면 고민정 민주당 후보가 50.9%, 오세훈 통합당 후보가 40.1%의 지지율을 나타냈으나 개표 결과는 고 후보 50.3%, 오 후보 47.8%였다. 

▲YTN 개표방송 화면 갈무리.
▲YTN 개표방송 화면 갈무리.

종로도 마찬가지였다. 4월10일자 중앙일보-입소스 여론조사 보도에서 서울 종로구에 출마한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58.4%, 황교안 미래통합당 후보는 30.1%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4월9일자 KBS-한국리서치 여론조사 보도에서도 이낙연 후보와 황교안 후보 지지율은 각각 59.4%와 28.8%였다. 그러나 최종 득표율은 이낙연 후보 58.4%, 황교안 후보 40%였다. 

이 같은 경향에 비춰보면 이번 여론조사에서 여론조사에 응하지 않고 숨어있던 미래통합당 지지층이 투표장으로 나오는 것까지 예상하는 데는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오차 범위 내 접전 상황에서 여론조사는 여전히 순위를 예측하기 어려웠다. 4월7일자 MBC-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 여론조사 보도에 따르면 인천 연수을의 경우 정일영 민주당 후보 31.7%, 민경욱 통합당 후보 33.7%, 이정미 정의당 후보 지지율이 24%로 나타났고, 4월10일 YTN-리얼미터 여론조사 보도에서는 정일영 36%, 민경욱 39.2%, 이정미 19%였으나 개표 결과는 정일영 41.8%, 민 후보 39.5%, 이 후보 18.4% 순이었다. 

물론 접전 상황에서 당선자를 예측한 여론조사도 있었다. 4월9일 뉴시스-리얼미터 여론조사 보도에서 경남 양산을 지지도는 김두관 민주당 후보 47.2%, 나동연 미래통합당 후보 42.6%로 나타났으며 개표 결과는 김두관 48.9%, 나동연 47.3%였다. 

비례대표의 경우 한국갤럽 9일 발표에 따르면 더불어시민당 15석, 미래한국당 14석, 정의당 8석, 열린민주당 5석, 국민의당 5석이 예상되었으나 16일 오전 현재 더불어시민당 17석, 미래한국당 19석, 정의당 5석, 열린민주당 3석, 국민의당 3석이 예상되고 있다. 소수정당들이 여론조사에 비해 낮은 의석수를 기록한 셈이다. 이는 “전화가 오기를 기다리는 특정 진영의 응답자가 많은 가능성이 있는 조사”(허명회 고려대 통계학과 교수)라는 ARS의 한계를 보여준 장면이기도 하다. 

다소 정확도가 높아진 듯 보이지만, 이번 선거에서도 여론조사가 완벽할 수 없다는 사실은 증명됐다. 윤희웅 센터장은 “선거결과는 투표한 사람들만의 여론이며, 여론조사는 투표 안 할 수 있는 사람의 여론까지 포함되는 것”이라며 “선거결과와 여론조사의 차이가 발생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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