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가 채널A의 검언유착 논란과 관련해 9일 오후 채널A로부터 의견 청취 자리를 가졌다. 이날 자리에는 채널A 진상조사위원장인 김차수 채널A 대표이사와 김재호 대표이사를 비롯해 채널A 경영총괄팀장과 심의실장이 참석했다. 

앞서 MBC는 지난달 31일 채널A 법조기자가 현재 감옥에 있는 신라젠 전 대주주 이철씨 측에 접근해 ‘유시민의 혐의 내용을 내놔라, 그렇지 않으면 검찰이 가혹하게 수사할 것’라며 검찰 고위관계자와의 녹취를 들려주고 가족의 신상을 언급하는 등 사실상 협박취재를 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채널A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했고, 언론시민단체는 채널A의 재승인을 취소해야 한다고 나섰다. 

의견청취는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약 2시간 동안 비공개로 진행됐다. 다만 방통위는 의견 청취 일부 내용을 이날 오후 7시경 보도자료로 배포했다. 방통위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날 의견 청취 자리를 두고 “최근 언론을 통해 채널A 기자의 취재윤리 위반 문제 등이 제기됨에 따라, 방송의 공적책임 및 공정성 등과 관련해 채널A의 의견을 청취하기 위해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날 김재호 채널A 대표이사는 “취재과정에서 (해당 기자가) 부적절한 행동으로 취재윤리를 위반했다”고 인정했다. 이어 “인터뷰 욕심으로 기사 제보 등을 하면 유리하게 해주겠다고 해 스스로 윤리강령을 거스르는 행동을 했으며 보도본부 간부들은 사전에 확인하지 못했다”며 송구스럽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기자 개인의 일탈로 정리하는 대목이다. 

채널A는 “기자가 이철씨에게 편지를 보내고, 그의 대리인으로 주장하는 취재원을 만나는 과정에서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 가능성을 언급하고 제보하면 검찰 수사의 선처를 받을 수 있다는 논리로 취재원을 설득한 것은 사실”이라며 이동재 기자의 취재윤리 위반을 사실상 인정했다. 다만 “보도본부 간부가 지시하거나 용인한 것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윗선의 지시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디자인=안혜나 기자.
▲디자인=안혜나 기자.

채널A는 이날 “보도본부 간부들은 부적절한 취재 과정을 사전에 확인하지 못했다”고 주장하면서 “2월 초 신라젠 등에 대한 검찰 재수사 이후 해당 기자는 취재를 시작하겠다고 법조팀장과 사회부장에게 보고했으나, 법조팀장은 이철씨에게 편지를 보낸 사실 등 구체적 내용은 보고받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후 김차수 대표이사는 3월23일 보도본부장으로부터 취재윤리를 위반한 기자가 있다는 사실을 보고 받았고, 김재호 대표이사는 3월31일 보도본부장으로부터 MBC가 채널A 관련 보도를 할 것이라는 사실을 보고 받았다는 게 채널A 측 설명이다. 

앞서 채널A 사회부장 또는 그 윗선으로부터 취재지시를 받고 움직인 정황이 드러난다면 이는 회사 차원의 조직적 보도 움직임으로 봐야 하며, 이 경우 재승인 중점심사사항에 해당하는 ‘방송의 공적 책임’ 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전망이 있었다. 하지만 이날 의견 청취 자리에서 채널A는 윗선의 개입은 전혀 없었다며 명확히 선을 그은 모습이다. 

방통위는 이날 의견 청취 내용과 관련해 “진상조사위원회가 구성된 지 10일이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조사된 내용이 부실하다”고 평가했다. 예컨대 취재윤리 문제가 불거진 취재 녹취와 관련해 채널A는 “기자로부터 받은 녹취록은 A4 반 페이지로 정리되어 있으나, MBC에서 보도된 내용과 일부 다른 부분이 있어 조사 중”이라고 밝혔는데, 10일간 조사한 것 치고는 부실하다. 

채널A는 검언유착 논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녹취록의 ‘검사장’ 존재여부와 관련해서도 “녹취록에 있는 검찰관계자가 언론에 나온 검사장인지 여부는 특정하기 곤란하나, 김차수 대표가 해당 기자를 조사할 당시에는 해당 기자는 검사장이라고 진술했으나, 다른 조사에서는 녹취록의 내용이 검찰관계자나 변호사 등 여러 법조인으로부터 들은 것이라고도 진술한 바 있어, 현재로서는 녹취록의 상대방을 특정하기 곤란하다”는 애매한 답변을 내놨다. 방통위 입장에선 만족스럽지 못한 답이다. 

채널A 진상조사위는 이날 MBC가 보도한 녹취록이 특정인의 것인지 아직 객관적으로 확인하지 못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같은 채널A 입장에 방통위는 “진상조사의 객관성·신뢰성 확보를 위해 진상조사위원회에 외부 전문가 등을 포함할 필요가 있으며, 신속하고 투명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내부 인사들로 구성된 6인의 진상조사위는 공정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채널A는 외부인사를 포함한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는 방통위원의 질의에 “신중히 검토해보겠다”고 답했으며 “향후 검찰 조사 등이 있을 예정이므로 사실이 왜곡되지 않도록 최대한 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한 진상조사위 조사는 종료 시점을 특정하기 어렵고, 무엇보다 채널A의 방송사업 승인 유효기간인 오는 21일까지는 조사를 종료하기 어렵다고 못 박았다. 조사결과는 대외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했다.

방통위는 “오늘 의견 청취 내용 등을 토대로 추가 검토절차를 거쳐 채널A의 재승인 여부에 대해 최종 결정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재승인 심사 결과 총점 1000점 중 650점 미만이거나, 또는 중점심사사항이 배점의 50% 미달인 경우 재승인 거부가 가능하다. 당분간 채널A를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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