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성착취(소위 ‘n번방 사건’) 사건이 ‘추적단 불꽃’의 보도로 처음 알려진 지 7개월이 지나고 있다. 한겨레가 지난해 11월 ‘텔레그램에 퍼지는 성착취’ 기획보도를 시작했고, 국민일보도 올해 3월 ‘n번방 추적기’로 사건의 심각성을 전했다. 시민들이 이 사건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고 재발을 막으라며 입법 청원을 제기한 것도 이미 두달 전 일, 졸속 처리로 입법 기회를 놓친 국회는 다음 국회의원선거를 준비하느라 법안 처리를 미루고 있다.

소라넷, 웹하드, 다크웹, 텔레그램에 이어 이제 또 다른 메신저까지 가해자들의 범행 공간은 갈수록 넓어지고 진화하고 있지만 입법부의 답변은 여전히 ‘나중에’다. 총선 전에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관련 법안을 처리하는 ‘원포인트 국회’를 열자는 제안에 의원 95%가 응답하지 않고 있다(정의당 청년선대본 조사, 6일 기준). 절대다수 현역 의원들의 외면 속에 마지막까지 ‘총선 전 국회’를 요구하고 있는 소수정당 청년 후보 4명의 이야기를 들었다. -편집자주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에 대한 국민적 분노는 이례적인 판사 교체를 불렀다. 과거 고 장자연씨 성추행 혐의를 받은 조선일보 기자에게 무죄, 고 구하라씨를 불법촬영하고 협박한 최종범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오덕식 판사가 조씨 사건을 담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판사를 교체해달라는 청와대 청원이 올라와 40만명 넘는 동의를 얻었다. 녹색당은 그간 지속적으로 오 판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 등을 요구했다.

성지수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는 “국민이 청원 등을 통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하라’고 의견을 전했는데 국회는 왜 나중으로 미루는지 이해할 수 없다. 디지털 성범죄가 갑자기 나타난 문제도 아니고 할 수 있는 일이 없는 상황도 아니다”라며 “진보, 보수, 좌파, 우파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사회의 뿌리 깊은 가부장제 문화에 찌들어 있는 ‘성(性)적폐 세력’이 국회에 많이 있구나 생각했다”고 비판했다. “피해자 입장에서 디지털 성범죄가 실제 삶에 위협이 된다는 걸 인지하지 못하고, ‘어른’들이 주로 하는 ‘어릴 때 그런 거 다 보는 거야’라는 식의 강간문화 용인 인식으로 법을 만드는 게 가장 문제”라는 것이다.

법조인 출신 일색의 국회도 지금의 문제를 야기했다고 주장했다. 성 후보는 “성폭력 문제가 심각해도 국회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회, 기후위기 속에서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배제가 일어날 수밖에 없는 사회가 돼 버렸다. 더 많은 존재들을 품을 수 있느냐가 어느 학교를 나왔고 뭘 공부했는지보다 중요해져야 한다”며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등으로 한국사회에 만연한 강간문화와 이를 용인하는 남성연대 문제가 드러났다. 미투 운동을 통해 많은 여성들이 말하기 시작했다. 2020년 총선은 많은 ‘페미니스트 국회의원’들이 나와야 하는 시점”이라 강조했다.

▲ 성지수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 성지수 녹색당 비례대표 후보. 사진=중앙선거관리위원회

국회의원이 선출되는 과정에서 성인지감수성을 평가하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했다. 성 후보는 “오 판사 건과 관련해 ‘법관 평가제’로 성인지감수성을 평가해서 법관 임명 시 점수를 매기는 시스템을 도입하라고 요구한 적이 있는데 국회의원에게도 필요하다고 생각이 된다. 국민을 대변하는 사람으로서 본인이 여성이 아니더라도 얼마나 성인지감수성이 있는지, ‘있는 척’이라도 할 수 있고 공부할 수 있는지 (유권자가) 알 수 있어야 생각한다”고 밝혔다.

성 후보는 “녹색당이 환경·자연 문제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목소리 낼 수 없는 약자들을 위한 것이라는 의미다. 말할 수 없는 동물, 자연·환경을 대변하는 만큼 사회적 약자에 대한 성폭력 문제도 마찬가지다. 대의민주제 안에 있는 정당으로서 목소리 내기 어려운 분들과 조금 더 나은 세상을 그려나가기 위해 함께 나아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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