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텔레그램 성착취 추적 후기 “이제 ‘피해자 보호’를 말하자”
텔레그램 성착취 추적 후기 “이제 ‘피해자 보호’를 말하자”
[아침신문 솎아보기] 국민·한겨레,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 취재 후기…조선일보, 손석희·윤장현 집중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n번방) 가해자 가운데 한명인 조주빈씨가 검찰에 송치되고, 또 다른 가해자들 검거·재판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성착취물 거래방 가입자가 26만명 규모로 추정되는 지금 가담자들을 얼마나 잡고 확실하게 처벌하는지, 작금의 사태를 부른 법·제도 구멍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 여러 관문이 남았다.

여론이 들끓기 전 이 사건을 보도했던 한겨레와 국민일보는 취재 기자들 후기로 남은 과제들을 전했다. 한겨레는 28일자 “n번방 추적, 끝까지 간다”, 국민일보는 “유치원생처럼 보이는 아이 사진 충격…떠올리는 것조차 힘들어”라는 제목이다.

한겨레는 3면에 지난해 11월 사건을 보도했던 김완, 오연서 기자 대담을 통해 “박사만 유일하고 이상한 악마가 아니다”라고 전했다.

김완 기자는 “박사는 유일하고 이상한 악마가 아니다. 그가 잔혹한 범죄를 저질렀지만 대한민국 남성들이 성착취 문화를 어렸을 때부터 익숙하게 접하고 그것에 대한 거부감 없이 자란 것, 그것이 이 범죄를 가능하게 한 토대다. 그것 위에 박사방도, 엔번방도 다 얹혀 있는 것”이라며 “우리가 한번도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서 엄벌주의를 해본 적이 없다. 현행법으로 못 잡으면 특별법이라도 만들어서 회원인 ‘관전자’를 포함해서 과태료 처분이라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연서 기자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대응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블로그를 방문했다가 뒤통수를 맞은 듯했다고 했다. ‘엔번방 기록을 어떻게 지울 수 있나’ 같은 질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다른 곳에서 성착취물을 보던 이들이 엔번방 국민 청원에 동의하라는 글을 올리고 있었다. 엔번방과 자신들은 다르다고 선을 그으며 분리 전략을 쓰는 것”이라며 “형량을 따지지 말고 경찰 조사를 다 받게 해 기록이라도 남게 해야 한다고 본다. 그것부터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겨레는 또 ‘실천하는 여성’들의 첫 자리에 텔레그램 성착취 범죄를 가장 먼저 알린 대학생 취재단 ‘추적단 불꽃’, 지난해 12월 활동을 시작한 텔레그램 성착취 신고 프로젝트 단체 ‘리셋’(ReSET)이 있었다고 강조했다.

▲ 3월28일자 국민일보 5면 기사.
▲ 3월28일자 국민일보 5면 기사.

국민일보는 ‘불꽃’과 취재 기자들의 좌담회 기사를 1면(“유치원생처럼 보이는 아이 사진 충격…떠올리는 것조차 힘들어”)과 5면(“박사·갓갓, 정말 나쁜 사람이지만 관전자도 몹쓸 가해자”)에 실었다. 온라인 기사는 “[n번방 추적기] 오늘은 좀 잤어요, 피해자 문자에 울컥했다”라는 제목이다.

좌담회에서 불꽃의 A씨는 “가해자 얘기는 그만하고 피해자에 대해 말하자”고 촉구했다. “피해자 보호가 필요하다고 대통령도 말하고 언론도 외쳐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는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자가 어린 경우가 많고 피해 사실이 주변에 알려지는 걸 극도로 두려워한다. 그래서 어른들 도움을 받기보다 혼자 해결하려고 하다가 더 큰 피해가 생긴다”며 피해자 보호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불꽃의 B씨 역시 “박사가 누구이고 어떤 인생을 살아왔는지 하나도 궁금하지 않다. 그런 건 그만 쓰고 언론은 피해자들이 어디서, 어떻게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알려달라. 피해자 보호 및 재발 방지책도 절실하다. 정부가 빨리 나서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가해자들에게 어떤 혐의와 처벌이 적용될지도 관심이다. 성착취 거래 텔레그램방 중 ‘박사방’을 운영했던 조주빈은 최근 검거돼 청소년성보호법(아청법)상 아동음란물제작·유사성행위·강간, 형법상 강제추행·협박·사기·강요·강요미수·살인음모, 성폭력처벌법상 카메라이용촬영, 아동복지법 위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12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검찰은 경찰에서 적용되지 않은 형법상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추가할 수 있는지 검토할 예정으로 전해졌다.

▲ 3월28일자 경향신문 9면 기사.
▲ 3월28일자 경향신문 9면 기사.

경향신문은 9면 기사 “조주빈, 아동음란물제작 등 12개 혐의…무기징역도 가능”에서 조씨에게 무기징역 적용도 가능할 것으로 추측했다. “청소년성보호법 제11조는 ‘아동음란물을 제작한 자는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규정”하며 “만일 검찰이 형법상 범죄단체조직 혐의를 적용해 법원이 인정한다면 박사방 공범에게도 무기징역이 선고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겨레는 2면 기사 “n번방에 ‘범죄단체 조직죄’ 적용할 수 있을까”에서 형법상 범죄단체 조직죄 적용 가능성에 주목했다. 형법 114조는 ‘사형·무기 또는 장기 4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 또는 집단을 조직하거나 이에 가입 또는 그 구성원으로 활동한 사람은 그 목적한 죄에 정한 형으로 처벌한다’고 규정한다.

한겨레는 “범죄단체 조직죄가 적용되면 수사기관은 조직원 전원에게 주범과 같은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 또 조직원이 범죄를 실행하지 않았더라도 조직에 가입한 사실만으로 같은 처벌이 가능하다”며 “박사방 회원들이 영상물을 제작하는 데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조씨와 같은 혐의를 적용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종범들의 구형이나 법정 형량이 상승하게 된다”고 밝혔다.

한겨레는 “‘한겨레’ 취재로 드러난 박사방 운영 실태를 보면, 박사방에는 조씨를 따르는 관리자들과 직원들이 있었다. 이들은 조씨의 명령에 따라 여성들의 개인정보를 알아내고, ‘노예’가 된 피해 여성들을 찾아가 협박하고, 회원들이 낸 현금을 수거했다. 법조계에서는 범죄단체로 볼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며 “‘회원’을 조직원으로 볼 수 있느냐는 대목에선 의견이 엇갈린다”고 전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n번방 사건이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계기가 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고 덧붙였다.

▲ 3월28일자 조선일보 10면 기사.
▲ 3월28일자 조선일보 10면 기사.

조선일보는 텔레그램 성착취 사건에 대한 집중 보도 대신 10면에 “경찰, 조주빈 송치하며…손석희·윤장현 사건 뺐다”는 제목의 기사를 배치했다. “조주빈씨가 손석희 JTBC 사장, 윤장현 전 광주광역시장, 프리랜서 기자 김웅씨를 각각 속여 많게는 수천만원을 가로챈 것과 관련, 경찰이 세 명 중 김웅씨 피해 부분만 검찰에 송치했던 것으로 27일 확인됐다”며 “유독 김씨 사건만 송치한 데 대해 ‘친여 성향 손 사장과 윤 전 시장이 희대의 성범죄자에게 사기 당했다는 것을 덮으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같은 지면엔 “‘박사방’ 입금한 40대, 한강 투신” 기사를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앞서 경찰이 조씨 신상공개를 결정한 다음날인 26일자 신문 1면에도 “손석희, 조주빈 협박에 돈 건넸다”, 4면에 “손석희, 조주빈과 무슨일 있었길래…왜 신고 않고 돈 입금했나”라는 기사를 상대적으로 힘줘 게재했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이 기사는 논쟁 중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바람 2020-03-28 12:16:28
매번 말하지만, 법제화가 되지 않으면 유사한 사건은 계속 발생할 것이다. 법에는 지금까지 이들이 사용했던 방법과 공범들을 잡을 수 있는 포괄적인 체계/처벌형량 강화와 2차 피해를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도 포함돼야 한다. 21대 국회에서는 추가적인 범죄 방법과 2차 피해에 대한 세부적인 법 개정을 해야 한다. 느리다고 비판받을 수 있겠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은 법제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