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우 천안함 유족회장이 27일 천안함 침몰사건 10주년을 맞아 그동안 제기된 재조사 요구와 관련, 공정하게만 이뤄진다면 유족들도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고 민평기 상사의 모친인 윤청자 여사가 던진 “천안함이 북한 소행인지 말해달라”는 돌발 질문을 두고 유족들 역시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정부 입장에 변함없다”고 답변한 문 대통령에게 감사하다고도 했다.

천안함 희생자 고 이상희 하사의 부친인 이성우 천안함 유족회장은 이날 밤 미디어오늘과 전화통화에서 이같이 밝혔다.

천안함 침몰이 북한 소행이라는 정부의 주장을 불신하고 전면 재조사를 통해 진상규명을 해야 한다는 일각의 목소리에 어떤 견해인지 묻자 이 회장은 국회에서 합의해서 위원회를 결성해 조사하기로 한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지 않느냐고 밝혔다.

그는 “우리가 신뢰하는 것은 지난 정권(이명박 정부)에서 민군 국제조사단(민군 합동조사단) 발족으로 조사한 결과가 진실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서도 “(새로 구성되는 일종의 천안함 재조사위원회에서) 다른 원인으로 조사 결과를 내놓아도 이를 받아들일 수 있다”고도 했다. 이 회장은 공정하고 평등하고 정확하게만 (조사를) 해준다면 조사 결과가 반대로 나와도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반대로 재조사에서 정부 발표와 동일하게 북한 소행으로 결론이 나오면 정부 발표를 믿지 않았던 사람들이 과연 수용하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재조사에 들어간다면 엄청난 국론 분열을 일으킬 수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정부 발표의 오류와 부실함, 부정확성을 지적하는 견해에 이 회장은 사건 초기엔 국민들과 언론에서 설왕설래가 있었다면서도 “하지만 건국 이래 처음있는 사건이었고, ‘한밤중에 잠수함이 와서 쏘고 간 증거를 어떻게 찾느냐’는 김태영 전 국방장관 인터뷰 내용에 공감하고, 조사단이 조사한 결과를 신뢰한다”고 말했다.

여전히 의문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으니 최소한 재조사를 할 필요가 있지 않느냐는 반론에 이 회장은 “정부 발표에 반대하는 생각이 있는 것을 알지만, 그럴 때 유족들은 상처를 입는다”며 “정부나 진보에서 재조사하자고 하면 우리도 거부할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정부가 국정조사라도 하자고 하면 우리는 동의한다”며 “공정하고 평등하게 재조사한다면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성우(오른쪽) 천안함 유족회장이 지난해 6월4일 청와대에 열린 국가유공자 초청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성우(오른쪽) 천안함 유족회장이 지난해 6월4일 청와대에 열린 국가유공자 초청 간담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와 함께 이성우 회장은 고 민평기 상사의 모친 윤청자 여사가 27일 서해수호의 날 행사에 처음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분향하던 중 불쑥 다가와 “천안함이 북한 소행인지 누구 소행인지 말해보라”고 따져 물은 데 대해 전혀 예상못한 일이었지만 이해한다고 답했다.

이 회장은 “그분이나 저나 자식을 가슴에 묻고 사는데, 진영논리에 의해 북한 소행이 아니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고, 정부 발표를 부정했던 분이 현 정부에서 장관을 하기도 했다”며 “2년 전 김영철이 방남했을 때 우리가 기자회견하고 대통령에 보낸 서한의 내용은 ‘대통령이 천안함 사건을 북한의 폭침이라고 말해달라’는 요구였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은 “그것(북한의 폭침)이 아니고, 좌초 등을 주장하면 가족들이 상처를 많이 받는다”며 “유족 대표들이 함께 분향하러가다 가슴에 맺힌 게 있어 돌발적으로 나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에게 따져 물은 윤 여사의 요구에 공감하냐는 질의에 이 회장은 “공감한다”며 “돌발적 방식이 예의(를 갖추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속마음에 있는 얘기를 대통령에게 하고 싶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북한 소행이라고 확실히 인정해주기 바라는 것이 유족들 심정이냐는 질의에 이 회장은 “그렇다”고 했다.

‘정부 방침에 변함이 없다’는 문 대통령 답변에 만족하는지를 두고 이 회장은 “이왕 말씀하실 거 직접 ‘북한 소행 맞다’고 하길 바랐지만 오늘 그런 말씀은 고맙다”고 답했다.

이명박 정부가 구성한 천암함 침몰사건 민군 합동조사단은 2010년 5월20일 중간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합조단은 2010년 3월26일 밤 9시22분 백령도 연화리 서방 2.5km 지점에서 경비작전 중인 천안함에 침투해 들어온 북한 연어급 잠수정에서 발사한 어뢰가 천안함 아래에서 비접촉 수중 폭발해 침몰했고, 46명이 희생했다고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서해수호의날 행사 후 천안함 묘역에 안장된 고 민평기 상사의 비석 앞에서 모친 윤청자 여사를 위로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서해수호의날 행사 후 천안함 묘역에 안장된 고 민평기 상사의 비석 앞에서 모친 윤청자 여사를 위로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이성우 천안함46용사유족회 회장이 지난 2018년 2월24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북한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이성우 천안함46용사유족회 회장이 지난 2018년 2월24일 오후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북한 김영철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의 방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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