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19 확산 피해가 심각한 관광·항공 업종을 중심으로 특별지원하기로 했지만 인천공항 현장에선 대책이 무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다수 항공사가 지상조업과 출입국 등록, 항공기청소 등 관련 업무를 외주화한 상황에서 지원 대상이 오히려 일부에 그친다. 이들 업체는 이미 정리해고와 권고사직, 희망퇴직과 무급휴직 등을 시행 중이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23일 인천국제공항 1여객터미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간항공 사업장은 이미 무급휴직과 강제연차를 실시하고, 계약해지와 정리해고가 업종을 가리지 않고 속출하고 있다”며 “현장 적용이 불가한 대책이 발표될수록 시간만 지체되고 고용위기는 가속화 될 것이다.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16일 “코로나19로 인해 관광·공연업 등 고용상황이 급격하게 악화됐다”며 ‘관광ㆍ공연업 등 특별고용지원 업종 지정 고시’를 제정했다. 항공사 등 관광운송업과 관광숙박업, 공연업에 고용유지지원금 수준을 휴업ㆍ휴직 수당의 최대 66%에서 90%까지 확대하는 게 골자다. 

그러나 현장에선 사각지대가 광범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항공여객운송업’으로 등록한 업종만 지원해, 지상조업 등으로 등록된 업체들은 지원 대상에서 배제됐다. 항공사의 기내청소와 수하물운반, 출입국 등록과 보안검색, 항공정비, 식음료 공급 등을 맡는 자회사나 하청업체들이다. 이들 업체는 한국표준산업분류 코드상 △기타 항공 운송지원 서비스업 △기타 업종 △임시․일용 인력 공급업으로 등록돼 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23일 인천국제공항 1여객터미널에서 ‘인천공항 특별고용지원 사각지대 해결, 영종도 고용위기지역 지정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공공운수노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23일 인천국제공항 1여객터미널에서 ‘인천공항 특별고용지원 사각지대 해결, 영종도 고용위기지역 지정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공공운수노조

인천공항 노동자들은 이미 해고를 겪거나 생계위협에 놓였다고 밝혔다. 공공운수노조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 탑승권 발급과 라운지서비스 등을 맡는 아시아나 하청업체 ‘㈜케이에이’는 코로나19 확진 승객과 접촉한 노동자들을 무급 자가격리 조치했다. 이달 초부턴 전직원에 5월까지 무급휴직을 시행한다. 아시아나항공 수하물과 기내청소를 맡는 ‘㈜케이오’는 지난16일 휴업수당 지급 의사를 밝혔다가 현재는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다고 공고한 상태다. 아시아나의 기내식 납품, 항공기 정비 등을 수행하는 ‘㈜샤프에비에이션케이’는 기업노조와 4월까지 무급휴가에 합의했다.

대한항공 지상조업 노동자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대한항공 기내 청소를 맡는 ㈜이케이맨파워 노동자 50여명은 오는 4월24일부로 정리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들은 대한항공 자회사 한국공항의 하청업체 소속이다. 한국공항비정규직지부는 “회사가 고용유지나 해고회피를 위한 노력 없이 일방으로 정리해고를 통보했다”고 했다. 한국공항의 경우 전직원을 상대로 강제연차 뒤 ‘희망 무급휴직’을 실시하고 있다. 대한항공과 진에어 출입국 지원업무 등을 맡는 ‘에어코리아’도 마찬가지다.

면세점과 호텔 등 인천공항 여객실적의 영향을 받는 사업장도 비정규직 불법해고가 만연하다. 인천공항 인근에 위치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의 경우, 운전을 담당하는 도급업체 ‘서빅’이 지난 12일 전직원에 당일 해고를 통보했다. 이 업체는 불법해고 논란이 일자 일부 직원들에게만 해고를 철회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카카오톡 익명 채팅방 등을 통해 대기업 면세점의 하청 업체 소속 판매직 노동자들의 강제 무급휴가, 권고사직 강요 상담이 3월에만 10차례 이상 들어왔다”고도 밝혔다.

기자회견에 참가한 한국공항․인천공항공사․서빅 등 노동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사업주들은 고용유지지원금 신청에 난색을 표하고, 지원받는 휴업수당 외에 비용 부담마저 거부하고 있다. 더군다나 특별고용지원 업종에 포함되지 않는 사업장이 파악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상황”이라며 “현장 상황을 오판한 정부발표가 고용위기 가속화를 낳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23일 인천국제공항 1여객터미널에서 ‘인천공항 특별고용지원 사각지대 해결, 영종도 고용위기지역 지정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공공운수노조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는 23일 인천국제공항 1여객터미널에서 ‘인천공항 특별고용지원 사각지대 해결, 영종도 고용위기지역 지정요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공공운수노조

공공운수노조는 “정부는 특별고용지원 업종 범위를 현장 상황에 맞게 확대해야 한다. 특히 인천공항-영종 지역은 핀셋지원으로 해결할 수준을 넘어섰다. 인천시가 고용위기지역 지정에 나서고, 고용유지지원금 등을 인천공항-영종지역 전체업종으로 넓혀야 한다”고 밝혔다. 또 면세점·식음료·숙박업 등 인천공항 상주 직원에 대한 한시적 해고금지 조치도 촉구했다.

고용노동부 지역산업고용정책과 관계자는 “코로나19로 당장 타격받은 업종에 시급히 지원하다 보니 지상조업 업종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추이를 더 지켜보고 추가 지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고용위기지역 지정의 경우 “신청이 들어오면 지정을 검토해보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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