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가 한국의 코로나키트가 비상용으로도 적절치 않다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밝혔다는 자사 보도에 17일 유감을 표했다.

한국일보는 이날 오전 “독자 여러분께 알립니다”라는 제목으로 논란이 된 지난 15일자 온라인 보도(“미국 FDA ‘한국 코로나키트, 비상용으로도 적절치 않다’”)에 입장을 밝혔다.

▲ 한국일보 15일자 온라인 보도 “미국 FDA ‘한국 코로나키트, 비상용으로도 적절치 않다’”. 사진=한국일보 기사 화면 갈무리.
▲ 한국일보 15일자 온라인 보도 “미국 FDA ‘한국 코로나키트, 비상용으로도 적절치 않다’”. 사진=한국일보 기사 화면 갈무리.

한국일보 홈페이지나 포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알림문 작성자는 이태규 편집국장이다. 이 국장은 지난 16일 통화에서 “내부에서 논의하고 있다”며 “보도 경위 등을 대외적으로 표명하는 게 좋을 것 같아 기자와 논의했고 곧 공식 입장을 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는 지난 15일 오전 온라인에 “‘음성’ 판정을 받은 사람이 확진자로 번복되는 사례가 잇따르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사용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판정키트에 대해 미국 보건당국이 아직은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면서 미 하원 마크 그린 공화당 의원 발언을 미 NBC뉴스에서 인용해 보도했다.

한국일보를 보면, 그린 의원은 “미국 FDA는 서면 답변에서 ‘한국의 (코로나19) 진단키트는 적절(adequate)하지 않으며, FDA는 비상용으로라도 이 키트가 미국에서 사용되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밝혔다”면서 “한국 진단키트는 단일 ‘면역글로블린항체’(immunoglobulin)만 검사하지만 미국 것은 복수의 항체를 검사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린 의원 주장은 ‘엉터리’다. 우리 정부는 그린 의원이 말한 ‘면역글로블린항체 검사법’(항체 검사법)을 코로나19 확진 검사로 인정하지 않는다. 항체 검사법의 정확성이 떨어져서다.

한국일보 보도 후 보건복지부는 공식 입장에서 “우리나라는 정부가 인증한 실시간 유전자증폭 검사법(RT-PCR)에 의한 검사만을 확진 검사로 인정하고 있다”며 “유전자증폭 검사법은 짧은 시간에 쉽게 결과가 나오는 항체검사법과 비교해 검체 채취 어려움, 긴 검사 시간과 고가 장비 등의 어려움이 있으나 가장 정확하다고 판단하기에 코로나19 확진 검사에 사용한다”고 밝혔다. 보건복지부는 “신원 미상의 한국 회사가 미국 FDA에 신청한 면역글로블린항체 검사법은 우리나라의 코로나19 확진검사(RT-PCR)와 무관한 검사”라고도 했다.

이상원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진단검사관리총괄팀장도 16일 브리핑에서 “미국에서 오해가 있던 것으로 본다. 미국 논쟁은 한국 현재 상황과 아무런 관련 없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확인되지 않은 미 의원 주장을 사실로 간주하고 보도했다가 독자들 혼란을 초래했다.

▲ 논란이 된 한국일보 15일자 온라인 기사 제목은 “미국 FDA ‘한국 코로나키트, 비상용으로도 적절치 않다’”에서 “한국 진단키트 신뢰성 논란, 미 의원 ‘적절치 않다’ vs 질본 ‘WHO 인정한 진단법’”으로 바뀌었다.
▲ 논란이 된 한국일보 15일자 온라인 기사 제목은 “미국 FDA ‘한국 코로나키트, 비상용으로도 적절치 않다’”에서 “한국 진단키트 신뢰성 논란, 미 의원 ‘적절치 않다’ vs 질본 ‘WHO 인정한 진단법’”으로 바뀌었다.

이후 한국일보 기사 제목은 “미국 FDA ‘한국 코로나키트, 비상용으로도 적절치 않다’”에서 “한국 진단키트 신뢰성 논란, 미 의원 ‘적절치 않다’ vs 질본 ‘WHO 인정한 진단법’”으로 교체됐다.

리드 문장도 “우리나라가 사용 중인 코로나19 판정키트에 대해 미국 보건당국이 아직은 신뢰하지 않는 것으로 뒤늦게 확인됐다”는 단정적 문장에서 “미국 여론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한국의 코로나19 진단키트의 신뢰성을 놓고 미 의회 일부와 한국 보건당국에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중립적 입장으로 바뀌었다. 당초 기사엔 기사 작성 기자가 두 명이었지만, 지금은 한 명이 작성한 것으로 나온다. 한국일보가 공식 입장을 표명한 까닭이다.

한국일보는 17일 “독자 여러분께 알립니다”를 통해 “지난 15일 온라인에 게재된 첫 기사 ‘미국 FDA ‘한국 코로나키트, 비상용으로도 적절치 않다’’가 한국형 진단키트의 신뢰성과 관련해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한 점에 유감을 표한다”며 “본보는 12일 온라인 및 13일자 신문 2면 ‘美 하원 ‘한국 공격적 검사, 우리의 300배…왜 못 따라가나’’를 통해 코로나 방역과정에서 한국이 미국의 모범사례로 지목된 상황을 보도했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이어 미 하원의 같은 청문회에서 마크 그린 의원이 정반대 발언을 한 사실을 15일 오전 확인하고 보도했다”며 “하지만 그린 의원 발언 이외에는 별도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에서 ‘미국 FDA ‘한국 코로나 키트, 비상용으로도 적절치 않다’’라는 제목을 달아 FDA 공식입장인 것처럼 전달했다. 또한 그린 의원의 발언을 전후 맥락을 검증하지 않은 상태에서 보도해 한국형 진단키트의 신뢰성 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 한국일보가 한국의 코로나키트가 비상용으로도 적절치 않다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밝혔다는 자사 보도에 17일 유감을 표했다.
▲ 한국일보가 한국의 코로나키트가 비상용으로도 적절치 않다고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밝혔다는 자사 보도에 17일 유감을 표했다.

한국일보는 “본보는 첫 보도 이후 청와대와 당국의 해명 및 관련 업계 입장을 기사에 반영했지만 언론으로서 사실 확인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점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작성 기자가 2명에서 1명으로 바이라인이 수정된 데 대해선 “기사 수정 과정에서 주된 작성자가 아닌 기자는 기사의 바이라인에서 빠졌고, 해당 기자는 기사가 작성되는지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바이라인에서 빠진 기자는 기사 가운데 동의할 수 없는 부분에 항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일보는 지난 2월에도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늘어나자 중국 내에서 공안이 한국인을 차별한다고 보도했다가 기사 삭제와 수정을 거친 뒤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한 데 대해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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