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지 두 달여가 지나며 실물경제 위기가 가시화되는 가운데 정부는 2차 추경 편성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대안을 강구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연 0.75%로 인하했고 문재인 대통령과 각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재난 기본소득 도입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했다.

17일 전국단위 주요 종합일간지 1면은 코로나19 사태 장기화가 낳은 경제적 타격이 장식했다. 경향신문, 서울신문, 세계일보, 한겨레, 한국일보는 한국 기준금리가 처음으로 0%대에 진입했다며 금리를 인하하는 세계적 흐름에 뒤늦게 동참했다고 평했다. 동아일보, 중앙일보, 조선일보는 “세계가 돈을 풀고 있음에도” 세계 증시는 폭락했다고 강조하며 양적완화 정책을 우려했다. 국민일보는 일용직·소상공인 등을 탐사 취재해 “무너지는 밑바닥 경제”의 실태를 전했다.

▲경향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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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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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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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은 16일 임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1.25%에서 사상 최저치인 연 0.75%로 0.5%포인트 인하했다. 한은은 2001년 9·11 테러 직후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고, 세계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10월에는 0.75%포인트 내린 바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모든 수단을 망라해서 적절히 대응할 준비가 돼 있다”며 추가 금리 인하 등의 여지도 남겼다.

이에 따라 기업과 가계의 채무 부담이 줄면서 시중에 유동성이 늘어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동아일보는 “미국이 먼저 0%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대폭 낮췄기 때문에 외국인 자금 유출 우려가 희석된다는 점에서 시기가 나쁘지도 않다”면서 “그러나 금리 인하로 인해 가계부채가 늘어나고 부동산 시장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은 작지 않은 부담”이라고 분석했다.

언론은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정책금리를 1%포인트 전격 인하한 것이 이번 조치의 계기가 됐다고 봤다. 서울신문은 “미국이 4년여 만에 ‘제로 금리’(0.0~0.25%)로 회귀하고 대규모 양적완화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등 ‘헬리콥터식 머니’(무차별 돈 풀기)를 가동한 가운데 우리도 더는 돈 풀기를 미룰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했다”며 “그간 한은이 주요국 중앙은행의 정책 공조를 외면한 채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해 ‘골든 타임’을 놓쳤다는 비판도 거세다”고 평가했다.

▲한국 1면
▲한국 1면
▲서울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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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 14면
▲경향 14면

재난 기본소득에 선 긋던 청와대, 기류 변화

문재인 대통령은 16일 서울시청에서 ‘코로나19 수도권 방역 대책회의’를 주재하며 “코로나19 대책은 이번 추경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수도 있다”며 “상황이 오래갈 경우 제2, 제3의 대책이 필요할 수도 있으니 정부와 지자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2~3조원 가량 증액된 현 추경에 이어 2차 추경 편성 가능성도 시사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박원순 서울시장과 이재명 경기지사로부터 각각 ‘재난긴급생활비’ 및 ‘재난기본소득’ 도입 건의를 받고 이같이 밝혔다. 청와대가 그동안 재난 기본소득 제도와 관련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선을 그어온 것과 다른 기류다.

한국일보는 “청와대는 기본소득의 개념을 반영한 피해 대책을 마련하는 방안에도 가능성을 열어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하며 “재난기본소득 방식의 대책이 유효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여권 핵심 관계자 말을 인용했다.

지자체장 입장은 제각각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나 실업급여 등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중위소득를 대상으로 가구당 60만원씩 재난긴급생활비를 지급할 것을 제안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전 국민에게 일정액을 지급하는 안을 꺼냈다.

반면 양승조 충남도지사는 16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코로나19로 온라인·마스크 업체 등 일부 업종은 호황을 누리며 경기가 더 나아졌다”며 “국민 모두에게 일률적으로 재난소득을 주는 건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 여론조사 결과 서울시민 열에 일곱이 재난 긴급생활비 방안에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가 글로벌리서치에 의뢰해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한 결과, 서울시민 71.4%가 재난긴급생활비 지원 제안에 찬성했다. 24.6%는 반대했고 4%는 모름 또는 무응답이었다. 찬성 응답자들은 ‘취약계층 피해구제 시급’(39.7%), ‘내수경제 활성화 시급’(30.7%), ‘복지 사각지대 지원 필요’(28.5%) 등을 이유로 꼽았다.

▲동아 1면
▲동아 1면
▲조선 1면
▲조선 1면
▲중앙 1면
▲중앙 1면

각국 정부도 국고 풀어… 조선·중앙·동아 '양적완화' 비판

호주, 미국, 싱가포르 등도 재난 보조금을 푸는 경기 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는 지난 12일 176억호주달러(약 13조4000억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냈다. 이 중 67억달러는 임금과 연동돼 현금으로 지급되며 저소득층 6000만명 이상에게 750달러씩 분배된다.

앞서 싱가포르 정부가 낸 경기부양책에도 정부 주도 연기금에서 13억싱가포르달러를 지원해 기업들이 일자리를 줄이거나 임금을 깍지 않도록 했다. 노동자 1명이 오는 7월까지 월 3600싱가포르달러(약 312만원)을 받는 효과가 있다.

미국 민주당 털시 개버드 하원의원은 지난 13일 미국인 모두에게 월 1000달러(약 123만원)를 주는 경기부양 결의안을 냈다. 경제학자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 ‘헬리콥터 돈뿌리기’가 코로아19 위기와 같은 상황에서 침체를 완화할 최선의 방법이라고 지지했다.

경향신문 등이 이를 긍정적으로 전한 반면 동아·조선·중앙일보는 부정적인 평가에 방점을 찍었다. 이 신문들은 16일(현지 시간) 미 뉴욕 증시가 개장부터 “폭락”해 15분간 일시 매매정지(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된 사실을 1면 톱 기사로 실었다. 증시 개장 직후 9.7%%가 급락하며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한 것이다.

▲동아 4면
▲동아 4면
▲조선 3면
▲조선 3면

조선일보는 “(금리인하 등) 중앙은행들의 전격적인 조치에도 시장은 바이러스가 경제를 멈출지 모른다는 공포를 이기지 못하고 이내 미끄러졌다”고 평가했다. 조선일보는 “연준이 코로나로 인한 시장 마비를 걱정하는데 시장이 안도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한 무디스의 마크 잔디 수석 이코노미스트 발언을 전했다.

중앙일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Fed의 금리 인하 직후 ‘매우 행복하다’고 밝혔지만 세계 증시의 움직임은 전혀 딴판이었던 셈”이라며 ‘코로나19가 세계경제에 미칠 파괴력이 어느 정도일지 가늠하기 어렵고 경기침체 위험에 대처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은 2008년과 비교하면 훨씬 제한적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유럽 여행객에 대한 전격 입국 제한 조치, 원유 생산량을 둘러싼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갈등으로 촉발한 유가 전쟁도 시장의 불안을 키우는 요인’이라 분석했다.

한편 AP통신 등에 따르면 16일 기준 이탈리아 코리아19 누적 확진자는 2만4747명, 사망자는 1809명이다. 스페인 경우 누적확진자는 7988명, 독일 5813명, 프랑스 5423명 등이다. 누적 사망자는 스페인 294명, 독일 13명, 프랑스 127명, 네덜란드 20명 등이다. 유럽 누적 확진환자는 약 6만7000명, 누적 사망자는 2300명 이상이다. 15일 CNN에 따르면 미국 코로나19 환자는 3000명을 넘었다.

▲한겨레 5면
▲한겨레 5면

한겨레는 15일(현지시각) 독일 주간지 ‘벨트 암 존탁(Welt am Sonntag)을 인용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독일의 바이오기업 큐어백 연구진에게 수십억 달러의 재정지원을 제시하면서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미국에 넘길 것을 회유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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