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청소 용역업체 직원입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악화로 회사가 무급휴가를 강요해 매달 일주일씩 휴가를 가야 합니다. 여기에 일체의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동의서에 사인도 요구합니다.”
“계획한 여행이 있는데 회사에서 일주일 전 코로나 때문이라며 취소하라고 했지만 위약금이 너무 커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코로나 증상도 없는데 회사는 2주를 쉬어야 한다며 전부 연차를 쓰라고 했습니다. 2주 연차를 쓰면 저는 올해 연차를 쓸 수 없습니다.”
“부산 공공기관 직장인입니다. 사장이 자기 위신을 과시하려고 말로는 자율이라면서 많은 성금이 모이면 좋겠다고 회의 석상에서 말했고 부서장 통해 전달되면서 부서장 15만원, 부장 10만원, 팀장 5만원… 이렇게 과도히 성금을 강요합니다.”

코로나19 확진자 증가로 ‘심각’ 단계 위기경보가 장기화되면서 직장인들의 노동상담 사례도 크게 증가하고 있다. 무급휴가 피해 사례가 폭증했고 연차휴가 강요도 빈번히 접수됐다. 학원강사, 대리운전 기사 등 고용계약을 하지 않은 노동자들은 정부의 고용안정 특별조치에서도 배제돼 이들의 생계위기를 보호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구로콜센터 코로나19 집단 발생지 3일째 되는 날인 3월12일 오후구로구 코리아빌딩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검체검사를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구로콜센터 코로나19 집단 발생지 3일째 되는 날인 3월12일 오후구로구 코리아빌딩 선별진료소에서 의료진이 검체검사를 하고 있다. ⓒ민중의소리
▲직장갑질119에 3월1~7일 간 접수된 노동상담 사례 통계표. 사진=직장갑질119 3월15일 보도자료 갈무리.
▲직장갑질119에 3월1~7일 간 접수된 노동상담 사례 통계표. 사진=직장갑질119 3월15일 보도자료 갈무리.

 

15일 직장인들의 노동 관련 상담을 받는 ‘직장갑질119’는 지난 1일부터 7일까지 일주일간 제보 열 건 중 세 건이 코로나19 관련 피해 상담이었다고 발표했다. 코로나19 관련 상담은 전체 773건 제보 중 247건(32.0%)에 달했다.

이 중 109건(44.1%)이 무급휴가 강요였고 35건(14.2%)이 연차휴가 소진 강요, 21건(8.5%)이 해고·권고사직 강요였으며 임금삭감도 25건(10.1%)에 달했다. 기타 불이익 강요는 57건(23.1%)으로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보였다.

회사가 코로나19 사태를 이유로 무급휴가를 강요하는 것은 위법이다. 근로기준법 46조는 회사 귀책사유로 인한 휴직 동안엔 휴직급여로 평균임금의 70%를 지급하게 한다. 고용노동부도 이와 관련 “노동자 의사에 반해 무급휴직을 강요할 수는 없다.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휴직 조치를 할 경우 휴직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밝하고 있다.

그럼에도 무급휴가 강요는 횡행한다. 호텔 청소 용역업체 직원이라 밝힌 A씨는 직장갑질119에 “휴직수당 지급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무급휴가에 일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동의서에 사인하라고 강요받았다”고 밝혔다. “원장 선생님이 다른 학원 강사들도 다 무급휴가로 쉰다는데 맞는 말이냐”고 물어온 학원 강사들도 여럿이다.

한 의료기관 종사자는 휴진 여부를 문의했다가 권고사직까지 당했다. 종사자 B씨는 직장갑질119 카카오톡방에서 “(회사는) 묻는 것 자체가 책임감이 없고 다른 직원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신뢰가 한 번 깨지면 회복이 안 된다는 말을 했다”며 “여기서 정리하는 게 낫겠다며 오늘까지 할 거냐고 물어본 뒤 사직서를 출력해서 서명하면 된다고 건네주더라. 나는 그냥 화도 나고 억울해서 서명을 바로 해버렸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휴직, 해고 위험에 놓은 노동자들이 늘어나자 고용유지지원금을 확대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고용유지지원금은 경영위기 등으로 인력조정이 불가피한 사업주가 휴업, 휴직 등의 조치로 고용을 유지하면 정부가 인건비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다. 정부는 특별조치로 오는 7월까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기업’도 지원 대상에 포함시켰고 지원금액도 휴업·휴직수당 3분의 2 지원에서 4분의 3으로 늘렸다.

그러나 이조차 그림의 떡인 노동자들이 적지 않다. 한 대학병원 주차장 직원 C씨는 “병원이 지점거점병원이 되면서 무급인지 유급인지도 모르는 강제 휴가를 보내고 있다. 우연히 고용유지지원금 제도를 알게 돼 본사에 말했지만 본사는 ‘정부에서 아직 결정이 나지 않은 사항’이라며 지급을 미루고 있다”고 제보했다.

▲3월 1~7일 간 직장갑질119에 제보된 카카오톡 노동상담 사례들. 사진=직장갑질119
▲3월 1~7일 간 직장갑질119에 제보된 카카오톡 노동상담 사례들. 사진=직장갑질119

 

제도 자체의 사각지대도 있다. 고용보험에 가입한 사업장에 한하기 때문이다. 직장갑질119는 “학원강사, 네일 아티스트, 헤어 디자이너, 여행 가이드 등은 고용주가 노동법상 사용자 책임을 피하기 위해 이들을 자영업자로 둔갑시키고 고용보험 취득신고를 하지 않는 일이 잦다”며 “고용주가 고용보험료를 체납했을 경우에도 고용유지지원금을 받기 힘들다”고 밝혔다.

직장갑질119는 ‘위장된 자영업자’라 하더라도 실질적인 노동자 지위가 인정되면 “피보험자의 자격 또한 취득신고 시기와 무관하게 고용 관계가 시작된 때에 소급하여 인정된다”고 알렸다. 또 피보험자에게 고용보험료 체납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경우엔 정부가 고용유지지원금을 지급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학습지 교사, 대리운전 기사, 건설 기계 조종사 등 노동법 사각지대에 있는 특수고용노동자들도 위기에 처했다. 정부는 코로나19 대책에 특수고용노동자에 지원하는 ‘생활안정자금융자’ 재원 확대를 포함시켰지만 지원 가능 대상은 최대 1000명이고 배정 예산도 49억 원밖에 되지 않는다.

이밖에 정부 특별 조치엔 건설노동자, 식당 주방 보조, 백화점 판매원 등 일용직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 대책은 빠져있다.

직장갑질119는 “특수고용노동자는 실질적으로 노동자처럼 노무를 제공하고 코로나19로 비자발적으로 휴업과 실업을 경험하는 만큼 고용유지지원금과 같은 수준의 대책이 이들에게도 마련돼야 한다”며 “고용유지지원금도 사업주에 대한 지원으로는 한계가 있다. 소득 감소분만큼을 직접 보전하여 노동자에게 지원하는 방식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직장갑질119는 정부에 ‘코로나 휴·실직 긴급대책’을 위한 회의도 요청했다. 이들은 “중소기업중앙회, 중소벤처기업부, 고용노동부, 직장갑질119가 긴급회의를 통해 노조 밖 88% 노동자들의 코로나 생계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길 촉구한다”며 “코로나를 악용해 불법을 저지르는 중소기업 사용자들을 규제하고, 무급휴직과 실직의 위험에 처한 중소기업 직장인들을 보호하며, 250만 명에 달하는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등 근로계약관계의 경계에 있는 노동자들을 긴급 지원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하길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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