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안이 국회 심사과정에서 기존 정부 제출안보다 6조원 이상 많은 규모로 의결됐다. 지난 5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추경안은 약 11조7000억원 규모다. 예산증액에 난색을 표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두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불만을 표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13일자 전국단위 종합일간지들이 관련 소식을 전했다.

민주당은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겨레(추경, 상임위서 6조7천억 증액…이인영 “반드시 반영돼야”)는 “여당에서는 이 수준의 증액 규모로는 코로나19 사태 대응에 충분치 않다고 보고, 추경 규모를 20조원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까지 논의되고 있다”며 “공장 가동 등 생산까지 멈추고, 사람들의 이동이 제한되는 등 이제껏 보지 못한 상황”이라는 한 민주당 의원 의견을 전했다.

한겨레는 “(국회) 심사자료를 보면 여당 예결위원들은 이미 상임위에서 큰 폭으로 증액된 사업에 대해서도 대규모 증액을 추가로 요구했다.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의 경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가 정부안(9200억원)에서 2조8800억원을 증액하기로 의결했지만, 강훈식 의원 등 민주당 소속 일부 예결위원은 6조990억원을 늘려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 3월13일자 한겨레 8면 기사.
▲ 3월13일자 한겨레 8면 기사.

반면 미래통합당은 “선심성 현금 뿌리기 예산은 다 깎고, 피해를 입은 주민들에 대한 실질적 지원을 늘리자는 입장”(김재원 정책위의장)이다. 한겨레는 “미래통합당은 ‘현금성 지원’에 대해 전액 삭감을 요구했다. ‘저소득층 한시 생활지원’과 ‘아동양육 한시지원’ 사업의 경우 소관 상임위인 보건복지위가 각각 3160억원과 1조2117억원을 증액하기로 의결했지만 예결위 소속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편법 현금화 가능성’ 등을 이유로 전액 삭감을 요구했다”고 했다.

정부는 난감해 한다. 한국일보(‘코로나 추경’ 6조 더? 무작정 늘릴 수 없어 난감한 정부)는 “정부로서는 사태 악화 분위기만을 이유로 무조건 추경 확대에 동의할 수 없기 때문”이라며 “추경안 편성을 재촉했던 여당이, 추경안이 국회에 제출되자마자 곧바로 증액까지 요구하는 데 야속한 감정도 내비치고 있다”고 정부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일보는 “통상 정부가 제출한 추경안은 야당의 반대로 불필요한 사업을 축소해 감액되는 게 보통이었다. 2008년 이후 지난해까지 8차례 추경 중 국회를 거치면서 예산 총액이 늘어난 경우는 없었다. 여기에 국가재정법 35조에는 ‘부득이한 사유로 정부 예산안을 수정할 때에는 국무회의를 거쳐 대통령 승인을 얻은 수정예산안을 제출할 수 있다’고 명시돼 정부 차원의 동의도 얻어야 한다”며 “이런 현실을 감안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추경 총액을 유지하면서 지출 규모를 늘리는 우회로도 거론되고 있다. 이미 제출된 추경안에 코로나19로 인한 세수 감소 영향이 반영돼 있지 않음을 내세워 향후 추가 추경을 전제로 지금보다 세입경정 규모를 줄이는 것”이라 전망했다

▲ 3월13일자 한국일보 16면 기사.
▲ 3월13일자 한국일보 16면 기사.

이런 가운데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경질 가능성을 시사했다고 전해져 논란이다. 한국일보(이해찬·홍남기 추경 증액 갈등…“洪 해임 할수도” “굳은 심지로”)는 “이(해찬) 대표는 전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기재부가 재정건전성 악화 등을 이유로 추경 확대에 부정적’이라는 보고를 받고 크게 화를 냈다. 이 대표는 ‘홍 부총리를 물러나게 할 수도 있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고, 이는 부총리 해임 건의 가능성을 거론한 것으로 해석됐다”고 보도했다. “여당 대표가 국무위원, 그것도 경제 사령탑의 해임 건의를 언급한 것 자체가 이례적으로, ‘이 대표가 정부를 길들이려고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는 것이다.

서울신문(이해찬, 추경 확대 난색에 격노 “홍남기 물러나라고 할 수 있다”)은 “홍 부총리에 대한 경질설이 불거졌는데, 이를 해명하는 과정에서 또 한 번 해임 논란이 일었다”고 지적했다. 김성환 당대표 비서실장이 이 대표 발언에 대해 “비상상황에서 너무 보수적으로 (재정정책을) 하는 것에 대해 문제제기한 것”이라며 “경질하겠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우리는 경질 권한이 없고, 우리 당이 나서서 해임 건의를 할 수 있다”고 말했는데, 이를 두고 ‘해임 건의’ 논란으로 번졌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후 “홍남기 부총리에 대해 해임건의할 수도 있다고 한 발언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진화에 나섰다.

중앙일보(2조 추경안, 상임위서 6조 늘려…선관위선 총선 마스크 예산 501억 요청)는 “정부가 ‘초(超)스피드’로 내놓은 추경안 자체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며 “국회에 제출한 코로나19 추경안은 워낙 준비 시간이 짧았다 (…) 각 부처가 기재부에 낸 추경 사업 중 상당수가 최종 추경안에 반영되지 못했다”는 익명의 경제부처 관계자 발언을 전했다.

▲ 3월13일자 중앙일보 3면 기사.
▲ 3월13일자 중앙일보 3면 기사.

이어 “발등의 불이 급하기는 하지만 이번 추경 재원 대부분이 빚이라는 점이 문제로 남아 있다. (…) 정부의 실질적인 재정 상황을 볼 수 있는 관리재정수지 적자 비율이 외환위기 수준에 가까워지고,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도 처음으로 40%를 넘게 된다. 추경 확대 필요성이 거세지만 나라금고에 돈이 없다는 얘기”라 밝혔다.

조선일보는 사설(與가 “경제부총리 해임할 수도” 선거에 이성 잃었나)에서 “코로나 사태로 생존 기로에 놓인 영세 자영업자 등 취약 계층을 국가가 돕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11조7000억원의 추경안엔 취약 계층 580만명에게 2조6000억원의 현금과 상품권을 제공하는 등의 소득 보전 대책이 포함돼 있다. 세금을 쓸 땐 낭비 없이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그런데 민주당은 무조건 뿌릴 돈부터 늘리라고 한다. 염불 아니라 잿밥(표)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 주장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재정 건전성도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조선일보는 이 대표 발언에는 “추경 증액에 소극적이라는 이유로 경제 수장이 여당으로부터 ‘해임’ 협박을 받는 나라가 정상인가”라 비판했다.

▲ 3월13일자 조선일보(위)와 국민일보 사설 제목.
▲ 3월13일자 조선일보(위)와 국민일보 사설 제목.

반면 국민일보 사설(추경 증액 포함 가용 자원 총동원해야 한다)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기업과 가계의 피해를 보전해 주고 일시적 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도산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는 “추경 증액으로 국가의 빚이 늘어나게 되지만 지금은 그런 걱정에 머뭇거릴 정도로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며 “제때 적절한 지원이 이뤄져야 연쇄적인 피해를 줄일 수 있고 추후 복구에 들일 재정을 최소화할 수 있다. 미래통합당의 협조가 중요하다. 여야가 합의 가능한 범위 내에서 신속하게 추경안을 통과시키고, 미진할 경우에는 2차 추경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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