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신문협회가 협회보를 통해 한국언론진흥재단이 각종 실정법과 자체 정관을 무더기로 위반해 운영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광고법을 두고 신경전이 치열한 가운데 신문협회가 진흥재단 운영 문제까지 제기하면서 갈등이 예상된다.

신문협회는 1일자 협회보를 통해 ‘공공기관의운영에관한법률’에 따라 언론진흥재단은 준정부기관으로서 선임비상임이사를 둬야 하지만 이사를 뽑지 않아 실정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단이 언론진흥기금관리위원회 구성시 10년 동안 법령에 없는 자격제한 요건을 임의로 설정해 적용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1월 기금관리위원 추천단체에 위원 추천을 의뢰하면서 ‘추천단체 또는 협회 소속 임직원은 추천대상에서 제외’하도록 요구했는데 이에 문제를 제기하자 재단 측이 ‘2010년 제1기 언론진흥기금관리위원회 구성시부터 내부결재를 통해 해당 자격제한을 추가해 적용해 오고 있다’고 답을 했다는 것이다.

신문협회는 또한 다음 연도 사업계획서와 예산서도 11월 30일까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제출하도록 규정돼 있는 법을 거의 매년 어기고 2020년 예산안도 지난해 12월 26일 열린 이사회에서 의결한 이후 장관에게 제출했다고 밝혔다. 신문협회는 재단 정관에 사업계획서와 예선 편성 절차를 규정하고 있는데도 2020년 예산안에 사업 계획서를 제출하지도 않았다고 주장했다.

신문협회는 재단의 위법은 비상임이사의 활동이나 비상임이사 등이 정보에 접근하는 것을 차단하는 행위가 공통으로 발견된다고 주장했다. 신문협회는 “법제도가 정하고 있는 견제, 감시 기능을 방해하는 것으로, 이는 이사회 등을 ‘거수기’로 전락시킨다”며 “의도성을 의심치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실수 혹은 기관 운영의 난맥상 정도로 보아 넘기기 힘든 사안들”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언론진흥재단은 3일 입장문을 통해 신문협회 주장을 일일이 반박했다. 재단은 선임비상임이사 1인을 두고 있지 않다는 주장에 대해 “이사회 회의시 항상 비상임이사의 활발한 의견개진과 토론이 진행돼 비상임이사 별도 회의체 운영에 대한 공감대가 부족했다”고 반박했다.

▲ 사진=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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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은 기금관리위원회 구성시 신문법 시행령상 제한 요건 이외에 임의로 추천단체 및 협회 소속 임직원을 추가로 제한 대상자로 넣은 것에 대해서도 “기금관리위원 중 4명은 언론관련 단체가 추천하는 인사 중 문제부장관의 승인을 받아 위촉하고 있어 각 단체 및 회원사의 이익만을 대변하는 방향으로 회의가 진행될 우려가 있어 추천 단체에 협조를 요청한 취지”였다는 입장이다.

재단 측은 사업계획 및 예산안 제출 기한을 지키지 않았다는 지적에 제출 수개월 전부터 문체부와 수시로 협의하고 있었고, 정부 예산 등과 맞물려 협의 과정 중 예산안 제출 연기를 공식 문서로 요청했다고 반박했다.

재단 측은 예산 및 사업계획 승인시 제출서류를 누락한 게 아니라 요약 자료를 이사회에 보고한 것이고, “의결안건 이외에도 다양한 보고안건을 상정해 재단 사업과 경영에 대한 정보를 비상임이사들과 공유하고 있고, 비상임이사들의 추가 자료 요구에도 불응한 경우가 없었다”며 비상임이사 활동을 제한하거나 정보접근을 차단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신문협회와 재단의 갈등은 정부광고법 운영과 깊숙이 연관돼 있다. 정부광고법은 정부기관 및 지자체가 정보광고 집행시 문체부장관에게 모든 사항을 신고하도록 하고 있고, 정부광고를 대행해 발생하는 수수료를 언론재단이 가져가고 있다. 이에 신문협회는 “재단이 특별한 역할 없이 수수료 10%를 가져가면서 배를 불리고 있다”며 정부광고법 운영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재단 측은 “수수료는 광고주인 정부가 재단에 지급하는 것이고 수수료는 언론진흥, 정부광고 발전을 위해 쓰이고 있다”며 “19년 기준 수수료 중 250억원을 기금에 출연하고 언론진흥사업, 정부광고진흥사업에 지출했다. 정부 지침을 넘어 임의로 지출한 금액은 없다”고 주장했다.

신문협회가 법 위반 사항을 거론하며 문제 제기를 본격화하자 재단 측도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재단 측은 신문협회 비판은 지난해 협회가 운영 중인 인쇄광고전송시스템에 대한 비용 문제와 연관돼 있다고 주장했다. 신문협회가 인쇄광고전송시스템을 재단이 운영 중인 정부광고통합지원시스템을 연계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시스템 업그레이드 비용(1억원)과 사용료 인상(4천8백만원)을 예산에 반영해달라고 했는데 재단 측이 시스템 안정화 이유를 들어 요구 사항을 수용하지 않자 일방적인 비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재단 쪽 관계자는 “인쇄광고전송시스템 예산 요구 이전엔 재단 운영이나 정부광고법과 관련해 특별히 요구하거나 이의를 제기한 적이 없다”며 “저희 쪽 정부광고시스템 정비가 우선인 상황에서 신문협회 쪽 시스템 예산을 주라는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하자 보복을 한 것으로 저희는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협회에서 지난달에도 문제가 해결되면 (신문협회보에)기사를 싣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협회가 신문업계 큰 단체이기도 하고 이에 대응하는 것도 모양새가 좋지 않아 무대응했는데 이번에 도가 지나치다고 판단해 입장을 밝히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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