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최근 코로나19 확산사태와 관련해 과거 ‘머지않아 종식’이라 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에 입장 등에 답하기를 꺼리거나 사실상 보도자제를 당부했다가 일부 기자의 반발을 샀다.

이 청와대 관계자는 전날 문 대통령의 대구방문 행사장(회의장)에 코로나19감염이 의심된 대구시 경제부시장이 참석한 내용도 언급되는게 조심스럽다고 당부했다. 반면에 문 대통령이 질병관리본부장의 건강을 염려하는 발언이 기자들의 질문 탓에 가려질 수 있다는 언급도 했다.

이에 일부 기자는 “청와대가 이건 쓰고 저건 쓰지 말라할 권한이 없다” “왜 홍보할 것만 하고 나머지는 질문을 안받느냐, 왜 이것만 쓰라고 가이드를 치느냐”고 따지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26일 오전 평소 청와대 춘추관 2층 브리핑룸에서 하던 브리핑과 달리 돌연 ‘티타임’이라는 형태로 좁은 춘추관장실에서 기자들에게 브리핑을 했다. 이 관계자는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이 최근 정은경 본부장에게 한 발언이라면서 “좀 허탈하지 않을까” “보통 이런 상황이면 맥이 빠지는데, 체력은 어떤지” “어쨌든 계속 힘냈으면 한다” 등의 언급을 소개했다. 이 관계자는 “‘허탈하지 않을까’라는 말은, 코로나19가 31번 확진자의 등장으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어 불길이 잡힐 듯하다가 새로운 상황에 접어들어서 허탈하지 않을까 한 말”이라며 “‘보통 맥이 빠지는 게’, 일이 잘 되다가 안되는 쪽으로 가면, 맥이 풀리는 의미에서 한 말이고, 1달 이상 됐으니 정 본부장의 건강을 걱정한 말”이라고 설명했다.

질의응답에서는 전날 문 대통령이 대구를 방문해 열린 대책회의에 코로나 의심환자로 지목된 대구시 경제부시장이 참석하게 된 경위에 관한 질의가 많이 나왔다. ‘대구 경제부시장이 검사중이었느냐’ ‘청와대는 그가 검사하고 기다리는 상황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느냐’는 질문이었다. 이에 청와대 관계자는 “이미 부시장이 음성으로 나와 원인이 무효가 난 상태”라면서도 검사중인지 알았느냐는 부분은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 관계자는 “대통령님의 자가격리를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건 명확하게 맞지 않다”며 “이격거리가 충분히 유지되고 있었고, 사람들도 다 마스크를 쓰고 있는 상태여서 전혀 그럴 일이 없는 상태고, 대통령이 수칙도 다 따랐다”고 밝혔다. 그는 “이건 부탁드리겠다. 아침에 정리가 된 상황인데, 오히려 이게 나가는 것도 국민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 같다. 이건 백블로 이해해달라”며 “자가격리된 분도 없고, 그분이 음성판정을 받아 모든 원인이 소멸됐는데, 궁금하지 않게 설명 드린 것으로만 해달라”고 말했다.

이후 ‘코로나19가 머잖아 종식될 것’이라고 한 지난 13일 문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정부의 방역실패라는 지적이 나오는데 입장이 뭐냐는 한 기자의 질의가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제가 굳이 내려와서 설명드린 내용이 국민들에게 알려졌으면 해서 한 것인데, 다른 질문이 자꾸 많아지면 걱정이 된다”며 “이것이 가려질까봐”라고 말했다. 그는 “그 입장 설명을 못할 것은 없다”며 “시간을 주시면 조만간 말씀 드리겠다. 제가 드린 말씀과 섞일까봐 그렇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대구를 내려가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특별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대구를 내려가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특별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그러자 다른 기자가 문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시절인 2015년 6월부터 ‘정부가 슈퍼전파자다, 박근혜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하루가 멀다하고 비판하지 않았느냐고 반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저는 야당 이야기를 하지 않았고, 당연히 대통령의 말씀을 소개했다”며 “당시 메르스 상황을 생각해보면, 언론도 많이 비판하지 않았나? 당시 대응이 지금과 많이 달랐다”고 답했다.

이 기자는 다시 “그럼 13일 발언에 대해 얘기할 수 있지 않느냐”며 “(청와대 관계자가) 기사가 가려질까봐 판단을 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지적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당부를 드린 것”이라며 “머지 않아 종식될 것이라는 의미는 ‘질본이 최선을 다하고 있으니’라는 말씀이 앞에 붙어 있고, ‘정부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으니 국민여러분은 안심하고, 일상 생활에 돌아가서 경제활력을 되찾자’는 기조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 뒤에 새로운 상황이 생겼고, 발생자의 상당수가 어느 발생장소에서 어느 분들이 전파되었는지 잘 아실 것”이라며 “국민을 안심시키려는 말씀이고, 경제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라고 해명했다.

브리핑 말미에 청와대 관계자가 위 두가지 사안을 참고만 해달라고 하자 기자의 반발이 나왔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가 “당부드린 것은 부탁드린 것이니까 참고만”이라고 했고, 이 청와대 관계자는 “머지않아 종식될 것이라는 입장은 백블(백그라운드브리핑:익명의 당국자 배경설명)로 말씀드린 것인데, 공식으로 말씀드릴 때가 있다. 그때 다시 코멘트 드리는 게 어떠냐”고 요구했다.

이에 앞에서 계속 논쟁을 주고 받았던 청와대 출입기자는 “이해가 안되는 게, 얘기하면 안 되는 것이냐”며 “(청와대가) 이것을 쓰고 이건 쓰지 말라고 가르마 탈 권한이 없다”고 반박했다. 이 기자는 “저는 쓰겠다”며 “왜 홍보할 것만 하고 나머지는 질문을 안받느냐, 왜 이것만 쓰라고 대변인이 가이드를 치느냐”고 따졌다.

이 관계자는 마음대로 하라면서도 자신은 부탁한 것이지 권한행사를 한 게 아니라고 했다. 그는 이어 “질문도 받았고, 답변도 드렸다”며 “쓰는 건 알아서 하시고, 전 부탁드린다”고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대구를 내려가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특별대책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5일 대구를 내려가 코로나19 방역을 위한 특별대책회의에서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사진=청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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