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방송이 긴급 이사회를 열어 방송허가권을 반납하기로 결정해 파장이 예상된다.

경기방송은 2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경기방송지부장을 수신자로 정한 ‘긴급 이사회 결의 통보의 건’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통해 “경기방송 이사회는 방송통신위원회에 방송허가권을 반납하고, 지상파방송사업을 폐업하기로 결정했음을 통보한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기방송의 미디어분야 사업을 포기하는 것으로, 경기방송 구성원의 미래까지 불투명하게 만든 결정이다.

경기방송 이사회는 “회사가 주주총회 등을 거쳐 완전한 폐업이 결정되는 기간까지는 단체협약 제84조 등 규정 및 민형사 법에 따른 시설물 파손 및 업무방해 등 행위가 발생할 경우, 법적초치가 뒤따르오니, 신변에 불이익이 없도록 이점 유념해 주시길 바라며 최종적인 결정이나 절차가 이뤄질 경우 추후 귀 노조에 통보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단협 제84조는 쟁의행위의 제한 내용을 규정한 조항이다. 이사회 결의에 따라 폐업 결정을 한 것에 대한 반발이 있을 경우 법적 대응을 하겠다고 경고한 셈이다.

경기방송의 이 같은 결정은 지난해 8월 현준호 전무이사의 ‘일본제품 불매운동 폄하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키고 내부 갈등으로 확산된 것과 관련이 있다.

경기방송은 현준호 전무이사의 발언을 폭로한 노광준 PD와 윤종화 기자를 해고하면서 논란을 키웠고,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연말 현 전무이사를 방송사 경영에서 즉시 배제하고 3개월 이내 대표 이사를 공개 채용하라는 조건을 부과해 조건부 재허가 조치를 내렸다.

논란의 발언 당사자이며 경영권을 전횡했다는 지적에 따라 현준호 전무이사를 경영에서 배제하라는 조치를 내리면서 경기방송 사태는 일단락되는 듯했다. 하지만 경기방송은 이후 노동조합과 인사 및 프로그램 개설 문제로 갈등을 일으켰다.

▲ 경기방송 로고.
▲ 경기방송 로고.

PD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2일 노조 사무국장을 비롯한 3명의 기자를 출입처·거주지와 먼 곳으로 발령을 내서 노조탄압 의혹이 제기됐다. 노조 사무국장을 수원 본사에서 인천시로 발령냈고, 경기도청 북부청사 출입 기자를 세종시로 발령냈다.

경기방송 분회장인 장주영PD에 대해서는 2시간짜리 데일리 생방송의 연출과 진행을 지시했다. PD연합회는 “입사 11년차, 공개방송 경력 8년, 프로그램 진행 경력 6개월의 장주영 PD에게 진행까지 맡기는 것은 제대로 된 업무 분장이 아니”라며 노조 탄압 성격의 인사라고 비판했다.

프로그램 개편안 관련해선 보도제작국장과 보도·제작부장이 PD들이 제안한 개편안을 거부하고 일방적으로 정한 개편안을 통보했다. 경기방송 PD협회는 “담당 프로듀서 등 현업제작자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며 단체협약 22조 3항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PD연합회는 “충분히 노조 탄압이라고 의심할 만한 이 조치가 누구의 지시인지도 의문이다. 이러한 석연치 않은 의사결정구조 또한 ‘경영투명성 제고’라는 방통위 재허가 조건에 미달하는 게 아닌지 검증할 필요가 있다”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경기방송 이사회가 전격 폐업 결정을 내리면서 엄포성 결정인지 아니면 실제 폐업을 염두에 둔 사전작업인지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현준호 전무이사의 발언이 한창 논란이 벌어질 당시에도 경기방송 경영진은 폐쇄를 언급한 적이 있다는 얘기도 돌았다. 현준호 전무이사 발언을 계기로 사내 개혁 움직임이 일자 경기방송이 만지작거리던 폐업이라는 극단적 카드를 꺼내들었다는 것이다.

실제 폐업 절차에 돌입하면 경기방송 구성원 정리해고 문제가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주주총회 전까지 구성원들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끝내 이사회의 폐업 결정이 주주총회를 통과하면 경기방송이 갖고 있었던 전파 재공모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방송 전파를 원하는 사업자가 계획서를 제출하고 방송통신위원회가 이를 심사하는 절차다.

경기방송 분회는 갑작스런 통보에 당황한 모습이다. 분회 측은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런 통보를 했는지 해석조차 하기 힘들다”며 “당황스럽다. 중지를 아직 모아보지 못했다. 일단 폐업 결정에 대한 절차와 향후 어떤 절차를 밟을 건지 파악해 대응계획을 세우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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