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악 대법관 후보자가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피의사실공표 금지’에 원론적으로 동의한다고 밝혔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피의사실공표와 언론보도 관련 질의를 집중 던졌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장관 사례를 들며 “(피의사실공표는) 사실상 사법권에 심각한 도전이고 침해인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권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후보자 지명 이후 매일 같이 ‘속보’나 ‘단독’이란 이름으로 수사상황이 실시간으로 생중계된 사실을 많은 국민이 알고 있다. 인사청문회 중에도 그런 일이 벌어졌다”며 “주로 수사기관을 진원지로 언론을 통해 이뤄지는 피의사실공표가 인권침해를 넘어 일반 대중에게 피의자에 대한 유죄 심증을 심화시켜서 재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법원은 피의사실은 정당한 목적 하에 권한이 있는 자에 의해 공식 절차에 따라 발표해야 한다. 발표할 때도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하는 표현은 피해야 한다고 엄격하게 규정한다”며 “공판이 시작도 전에 한쪽 주장이 담긴 공소장이 공개되면 사실상 시점 차이가 있을 뿐이지 피의사실공표와 본질적 차이가 없어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 노태악 대법관 후보자가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 노태악 대법관 후보자가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김용욱 기자

노 후보자는 “국민 알 권리 측면 등 여러 견해가 있는 걸로 알지만 질의한 부분에 충분히 공감한다. 일반적으로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거 같다”며 ‘대체로 동의한다’는 태도를 유지했다.

같은 당 박범계 의원도 “무죄추정 원칙을 떠나서 국민에게 이 사람은 죄를 지었구나라는 규범적 단정, 일종의 낙인효과라는 측면에서 수사와 기소 과정, 특히 1심 공판이 열리기 전에 낙인효과가 있는 건 민주주의 법치사회에서 굉장히 위험하다”며 “1심 공판 열리기 전에 공소장이 다 공개되고 그에 대해 알뜰살뜰한 분석까지 있다. 공판 중심으로 언론이 보도해야 하고 상급심으로 갈수록 강화돼야 한다”며 노 후보자 의견을 물었다.

노 후보자는 “전적으로 동감한다. 현재 일부 언론이 처음 수사 발표 때 범행 발표에 스포트라이트를 집중하고 유무죄 다투는 데 관심이 덜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했다. 향후 보완 방안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판결을 통해 법원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는지 면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강효상 미래통합당(구 자유한국당) 의원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수사 사례를 들어 현 정부의 피의사실공표금지 방침이 ‘내로남불’이라 표현했다. “(박 전 대통령 관련) 일일이 확인되지도 않은 수사상황을 생중계하고, 전 정권의 비위·비리는 낱낱이 언론에 공표해 지지율 떨어지게 하고 이 정권은 치부를 덮기 위해 공소장 공개 안 하는 게 합리적이고 상식적이라고 생각하느냐”는 것이다.

노 후보자는 “법리적으로는 여러 견해들이 가능할 거라고 본다”고 답하자 강 의원은 “일반론을 말했다고 보지만 국민 상식이 있고 알 권리가 있고 정의가 있다“고 받아쳤다. 강 의원은 노 후보자에게 “전 정부 인사들 수사하지 말라는 여론을 극복하기 위해 언론에 (피의사실을) 공개하고 공소장 공개하면서 정의 세워왔던 거 아니냐”며 “피의사실공표죄로 처벌된 검사 누가 있나. 사문화된 법 갖고 대법관 후보자가 그렇게 말하면 추미애 (법무부장관) 편드는 것밖에 안 된다. 후보자 명예도 더럽히는 것”이라 주장했다.

이날 인사청문회를 진행한 국회 대법관 임명동의에 관한 인사청문특별위원회는 질의가 끝난 뒤 노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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