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으로도 교육을 할 수 있다. 지난 7일 미디어 교육 교사 모임인 KATOM(전국미디어리터러시교사협회)이 서울 성수동에서 진행한 컨퍼런스에서 ‘게임 리터러시’ 교육 사례를 발표했다.

이귀영 양현고 교사는 고등학생들과 게임 잡지를 직접 만드는 수업을 실험적으로 진행했다. 그는 “교육은 자신의 삶과 가장 밀접한 요소를 진지하게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 여기에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고민하는 능력이 리터러시 역량을 기르는 데 시작점이 될 것”이라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 게임을 접목하게 됐다고 밝혔다.

교육은 ‘게이머 소개하기’ ‘게임 분석하기’ ‘게임 리뷰하기’ ‘게임 잡지 만들기’ 활동으로 나뉜다. ‘게이머 소개하기’는 각자 자신의 닉네임은 무엇인지, 경력은 얼마나 되는지, 좋아하는 장르는 무엇이고 플레이 유형은 어떤지 소개하면서 게임 이용 습관을 파악하게 했다.

▲ 이귀영 양현고 교사가 7일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게임 리터러시 교육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 이귀영 양현고 교사가 7일 서울 성수동에서 열린 컨퍼런스에서 게임 리터러시 교육 사례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게임 분석하기’ 활동은 재미, 몰입, 상업성, 재현 등 4가지 요소를 기준으로 한다. 이귀영 교사는 “핵심은 게임을 진지하게 얘기하는 거다. 게임을 하면서 재밌었던 순간과 짜증 나는 순간은 언제인지, 게임 회사가 몰입을 위해 어떤 요소와 장치를 활용하는지 등을 분석하게 하고 서로 피드백하게 했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확률형 뽑기 아이템’ ‘랭킹’ ‘출석보상’ ‘푸시 알림’ 등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게임 리뷰 및 문화 비평’은 게임 하나를 리뷰하는 과정에서 이해를 넓힌다. 문화 비평은 중독, 욕설 등 이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쓰는 내용이다. 교육 때 만든 콘텐츠들을 모아 조별로 게임 잡지를 제작하고 공유하면서 교육을 마무리했다.

‘게임’으로 교육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귀영 교사는 “아이들과 사진을 찍자고 했을 때 ‘생기부에 들어가요?’라고 묻더라”며 “생기부에 게임과 관련된 내용이 들어가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거다. 게임을 부정적으로 보는 관점을 극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김광희 서촌초 교사는 초등학생들과 게임 제작 교육을 했다. 그는 “게임을 만들면서 이야기를 좀 더 섬세하게 만들고, 만들어진 이야기를 두고 친구들과 소통했으면 하는 생각”이라며 취지를 설명했다.

교육은 액션 게임 제작하는 내용이다. 액션 게임은 비교적 스토리 구조가 단순해 만들기 쉽다. 게임을 만들기 위해 아이들은 ‘캐릭터 설정’부터 고민한다. 그는 “좋아하는 색, 좋아하는 음식, 성격 등을 하나씩 정하게 한다. 학생들이 하나씩 설정을 말하되 앞서 나온 설정과 충돌하지 않게 했다”고 설명했다. 초등학생들이 만든 캐릭터가 불완전하기에 교사가 돕는다. “얘는 왜 보석을 찾으러 가야 돼?” 등 질문에 아이들이 대답하면서 캐릭터가 탄탄해진다.

▲ 비디오 게임 패드. 사진=gettyimagesbank
▲ 비디오 게임 패드. 사진=gettyimagesbank

이어 박한철 덕성여고 교사가 미디어 교육의 재구조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는 “과거 미디어 교육은 종교단체, 시민단체의 운동적 관점에서 이뤄졌다. 그러다 정부 및 공공기관이 2000년대 초반부터 큰 축이 됐다. 교재개발과 연수지원을 하다가 최근에는 강사 파견을 하고 있다”며 현황을 설명했다.

그는 “지금까지는 외부에서 미디어 교육을 주도했지만 앞으로는 학교에서 교사들이 중심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여전히 교육의 정의, 핵심 내용, 성취 기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합의를 마친 다음 학교 등 여러 기관이 특화된 프로그램을 하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

김아미 경기도교육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미디어를 잘 활용하는 게 21세기 역량이 되면서 선생님들이 보호주의에 대한 고민이 있다”며 “미디어 자체를 못 쓰게 막기보다는 함께 지켜보면서 어떤 걸 지원해야 할지 생각해야 한다. 나쁘니 쓰지 말고 피하라는 게 아니라 함께 고민해보는 방향의 보호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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