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PD수첩’ 진행자인 한학수 PD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의 공개비판에 입장을 밝혔다. 진중권 전 교수는 지난 23일자 한국일보 지면에 실린 기고에서 “조국 국면에서 MBC는 노골적으로 당파적 입장에서 피의자에 유리한 대안적 사실(허구)을 창작했다. 특히 PD수첩은 그 목적을 위해 야바위에 가까운 날조도 서슴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나꼼수 스타일’이 레거시매체로 옮겨간 문제를 지적하며 “황우석 사태의 저널리즘 영웅이 일거에 제2의 김어준으로 전락했다”고 진행자 한학수 PD를 공개 비판했다. 

앞서 PD수첩은 지난해 10월1일 ‘장관과 표창장’ 편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당일 검찰이 조국 후보자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를 사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한 사건을 다뤘다. 이후 JTBC 신년토론에서 진 전 교수는 “동양대 교수 중 (조민) 표창장이 위조되지 않았다고 본 사람은 두 명이다. 모든 사람은 위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PD수첩은 두 명에게만 인터뷰를 시도했다. 우연의 일치인가. 나한테는 연락해야 했는데 연락이 없었다. 처음부터 (방향을) 정해놓고 갔다”고 주장했다.

이어 “PD수첩은 직인을 만들어주는 주물공장을 찾아가 똑같이 만들 확률을 물어봤다. 인주 묻은 표창장이 없는데 하나 마나 한 보도를 했다. 프린트 금박지의 위조가 불가능하다고도 했는데, 그건 그냥 (학교에) 남아서 돌아다닌다”고 비판했다. JTBC 토론 이후에도 진중권 전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지속적으로 PD수첩을 비판했다. 결국 한국일보 지면을 통해 공개비판이 이뤄지자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1일 방송된 PD수첩 '장관과 표창장'편에서 진행 중인 한학수PD.
▲지난해 10월1일 방송된 PD수첩 '장관과 표창장'편에서 진행 중인 한학수PD.

한학수 MBC PD는 30일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입장문을 올리고 “검찰은 정경심 교수가 딸의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했다면서 이례적으로 소환 조사 없이 기소했다. PD수첩은 검찰이 당시 제시한 기소장이 어디까지 사실에 기초한 것인지 그리고 그 뒤에 이어진 검찰발 기사 가운데 논란이 되는 쟁점은 무엇인지 살폈다”고 방송 취지를 설명하며 “정경심 교수의 무죄를 입증하거나 혹은 표창장 위조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단언하는 프로그램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어 진중권 전 교수가 한국일보 지면에서 “PD수첩이 전문가를 내세워 존재하지 않는 원본 표창장에 실제 인주가 묻었음을 증명(?)한 것”이라고 주장한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한학수 PD는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은 ‘자신이 결재를 하지 않으면 표창장이 나갈리 없고, 일련 번호도 동양대 것과는 완전히 다르다’고 주장했지만 동양대에서 근무한 다수의 전직 직원, 조교들, 졸업생, 교수들에 따르면 사실과 달랐다”고 밝혔다.

한 PD는 “PD수첩 방송에선 현재 동양대학교에는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위조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현직 직원의 증언과 정황을 밝혔고 복수의 위조판별 전문가들로부터 표창장의 원본이 없는 상태에서 수사 기관이 그 위조 여부를 가리는 것이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총장 직인 파일을 이용해’ 표창장을 위조했다는 검찰발 기사에 대해서도 여러 각도로 검증했다”고 자평했다. 

한 PD는 “PD수첩은 ‘부모가 교수로 있는 대학에서 받은 봉사상을 입시자료로 사용했다는 사실만으로도 도덕적 논란이 될 수 있습니다’라고 명확하게 지적했다. 다만 정경심 교수에 대한 도덕적 비난과 별개로 이 사건은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당일, 후보자의 부인을 기소한 사상 초유의 사건으로 언론이라면 당연히 검찰의 기소 행위에 대해서도 검증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0월1일 방송된 PD수첩 '장관과 표창장'편.
▲지난해 10월1일 방송된 PD수첩 '장관과 표창장'편.

한 PD는 “이 사건은 검찰이 문제의 1차 기소장에서 밝힌 ‘위조 방식, 시간, 공범여부’ 등 주요 내용을 변경하려다 재판부가 불허하면서 큰 이슈가 되었다. 앞으로 재판 과정을 통해 검찰의 1차 기소장에 대한 판단이 조만간 내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중권 전 교수를 향해서는 “진 교수 또한 PD수첩의 시청자”라며 “겸허하게 성찰하는 계기로 삼겠다”면서도 “PD수첩을 야바위라고까지 말하며 조작 방송이라고 할 때에는 논거와 사실이 정확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 PD는 “PD수첩은 지난 2년여 동안 미디어의 위기를 ‘신뢰의 위기’로 보았고 ‘따옴표 저널리즘’이나 ‘검증 없는 경마식 보도’를 지양해 왔다”며 “‘진영이나 국익이라는 논리에 갇혀서 진실을 가려서는 안된다’는 것은 저의 신념일 뿐 아니라, PD수첩 제작진들이 지난 30년간 지켜가려고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원칙”이라고 밝힌 뒤 “PD수첩에 성역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입장을 두고 진중권 전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시간 나는 대로 PD수첩의 ‘야바위’를 꼼꼼히 분석하겠다. PD수첩은 거대한 사기극의 작은 일부일 뿐”이라고 응수했다. 이어 “PD수첩에서 모르고 그랬을 거라 믿지 않는다”며 PD수첩이 고의적으로 조국 전 장관에게 유리한 방송을 내보냈다는 뉘앙스의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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