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올림픽둥이(1988년)가 IMF(1997년)를 거쳐 88만원세대(2007년)가 되어 ‘스카이캐슬’(2019년)을 살아가는 한국은 한 세대 만에 특권사회, 세습사회로 전락하고 있다. ‘아빠찬스’와 ‘엄마찬스’가 당연한 사회에서 ‘공정과 노력’은 헛된 것이었다. 산업화세대 30년, 민주화세대 30년을 거치며 대한민국은 이념과 진영으로, 서초동과 광화문으로, 정규직과 계약직으로, 수도권과 지역으로, 대기업과 자영업으로, 건물주와 세입자로, 공무원과 민원인으로 갈라져 20대80 사회가 됐다.” (김소희 미래당 공동대표)

선거제 개혁으로 작은 정당의 국회 진입 가능성이 높아진 가운데 ‘청년정당’을 표방하는 미래당이 ‘정치세대교체’를 위한 총선 출사표를 던졌다. 이들은 정치권의 ‘3대 꼰대’를 교체하겠다고 주장한다. 탄핵세력과 586정치기득권을 ‘이념꼰대’, 기득권 국회의원을 ‘국회꼰대’, 불평등·불공정을 합법화하는 갑질 문화·제도를 ‘갑질꼰대’로 규정했다. 이를 위해 새로운 ‘2040 정치세력화 연대’를 추진하고, 정당득표율 3%를 기록해 ‘새로운 의회개혁연대’를 구성한다는 게 이들의 총선 목표다. 3%는 비례대표 의석을 낼 수 있는 최소한의 정당득표율이다. 미래당은 22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맞은편의 한 공유공간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총선을 앞둔 포부를 밝혔다.

김소희 공동대표는 한국 정치의 문제와 관련 “좋은 정책, 제도가 없어서가 아니다. 60년 묵은 기득권 야당정치가 쌓이고 쌓여 썩고(부패) 낡고(꼰대) 특권(갑질)화되어서다. 오직 해법은 ‘정치세대교체’”라고 주장한 뒤 “‘펭수의 정치’가 뭔지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그는 “‘펭수’ 인터뷰 보신 분들 많을 거 같은데, 남자냐 여자냐 몇 살이냐 어디서 왔냐 정체성이 없다. 펭수 그 자체”라며 “나이를 떠나 소통할 수 있어야 한다. 소유하지 않고 공유하는 문화, 누가 와도 ‘펭하’ 인사할 수 있는 문화가 정치에 들어와야 한다”고 답했다. 그는 “세대교체 없는 정치개혁은 믿을 수 없고 세대교체 없이 평화시대와 4차산업혁명, 기후위기 미래 설계는 한계적”이라 주장했다.

▲ 22일 서울 여의도 인근에서 미래당의 '2020 총선 응답하라 세대교체' 기자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 22일 서울 여의도 인근에서 미래당의 '2020 총선 응답하라 세대교체' 기자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노지민 기자

미래당 첫 공약도 기성 정치인·고위공직자 이름을 딴 ‘특권세습 타파’ 법안이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자녀의 KT 채용비리 의혹에서 착안한 ‘김성태법’은 고위공직자의 가족·지인 채용 청탁을 제보한 공익신고자에게 최고 20억원까지 보상금을 지급하고 공익신고자 보호를 강화하는 ‘채용비리 파파라치법’이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자녀 입시특혜를 계기로 드러난 합법화된 차별·불공정을 해결하자며 고위공직자 관련 입시 특혜를 의무화하는 이른바 ‘조국법’을 제시했다. 거액 대출을 받아 건물을 매입한 뒤 시세차익을 낸 김의겸 전 청와대 대변인 사례에 비춰 고위공직(예정)자가 실제 거주하지 않는 부동산은 국고에 백지신탁하도록 하는 ‘김의겸법’도 제안했다.

세 법안 모두 새롭지만은 않다. 우인철 정책위원장은 ‘조국법’을 예로 들어 “이미 자유한국당 신보라 의원,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 정의당 여영국 의원,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관련법을 발의했다. 사실상 비쟁점법안인데 국회를 수월하게 통과할 수 있음에도 발의 이후 소식이 없다. 개혁입법을 발의했다고 그 시점에 기사용으로만 발표하는 이런 부분에 문제를 제기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기득권 장년층이 많은 기존 국회에서 개혁법안이 늘 후순위로 밀리는 현실을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정치세대교체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다만 정치권이 너도나도 ‘청년 정치참여’를 강화하겠다고 나선 지금, 청년정당으로서 미래당의 대표성이나 비전·경쟁력에 대한 의문의 시선도 있다. 비례대표에 도전하는 손주희 후보는 “저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오랫동안 청년들을 조직하고 정치를 함께 하는 역할을 해왔다. 청년 정치는 그냥 청년이 하는 정치라 생각한다. 미래당에서 20대를 영입해 지역 활동을 해왔고, 새로 들어오는 친구들도 굉장히 평범한 친구들이다. 대구의 경우 고등학생도 있다”며 “청년정치 핵심은 얼마나 평범한 청년을 지속적으로 품어내고 함께 공부해나가느냐에 해답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우 정책위원장은 “골자는 청년에게도 독립적인 예산권·사업권·인사권이 부여되는 구조와 시스템을 통한 세대교체”라며 “더불어민주당을 예로 들면 장하나, 김광진 의원을 영입한 뒤 어떤 기회가 주어졌나. 청년을 연속성 없이 영입하고 방치하는 게 아니라 독립적 기구로서 권한을 부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손상우 후보는 “환경 문제 대응에 있어서도 기성세대와 청년세대 대응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레타 툰베리(스웨덴의 10대 환경운동가) 같은 이들이 등장하는 것도 기성세대와 전혀 다른 환경인식에서 나왔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현실적인 국회 진입 가능성도 관건이다. 미래당은 “현재 2040세대가 주축이 돼 정당을 만들었거나 창당을 진행하거나 총선을 준비하는 정당이 최소 10개 이상 된다. 교류와 연대가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오태양 공동대표는 “정당득표 3%로 의석배당률이 높아졌기 때문에 이 공간과 기회를 어떻게든 열어야 한다는 게 목표다. 미래당은 독자선거를 준비하면서도 ‘좋은 연대’, ‘세대교체를 위한 선거연대’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정의당 연대 가능성엔 말을 아꼈다. 오 대표는 “정의당에서 청년 할당공천제나 개방형 명부 등 제도적 개방을 통해서 새로운 세대에게 선거개혁을 함께 추진하고, 성과를 나누겠다는 취지를 말씀해주셨다. 그것이 과연 진짜 세대교체의 길인지 대한민국 정치를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지 아직은 의문점을 갖고 있다”며 “구체적인 요구와 약속과 합의가 오가진 않았다”고 밝혔다.

▲ 22일 서울 여의도 인근에서 미래당의 '2020 총선 응답하라 세대교체' 기자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미래당
▲ 22일 서울 여의도 인근에서 미래당의 '2020 총선 응답하라 세대교체' 기자간담회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미래당

오 대표는 한편 “국민 열망과 선거법 개정 결과물이 낡은 정치의 결과를 가져가면 안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예를 들면 자유한국당 위성정당과도 같은 ‘미래한국당’ 등 ‘가짜정당’, 말도 안 되는 이념논리를 펼치는 ‘극우정당’ 등이 (기회를) 가져가선 안 된다”며 “열린 기회와 공간은 대한민국의 새로운 정치세력이 반드시 가져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날 “저희는 줄 서는 정치 하지 않는다. 기성정치에 의지해 꽃꽂이로 팔려가는 정치를 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결의로 창당했다”고 거듭 밝혔다.

실제로 총선을 앞두고 생겨나는 정당들에 비하면 미래당 역사는 짧지 않다. 2012년 제19대 총선에 도전했던 ‘청년당’ 출신이 합류해 2017년 ‘우리미래’가 창립됐다. 2018년부터는 지금의 ‘미래당’이라는 약칭으로 정당 활동을 하고 있다. 당시 바른미래당 전신인 국민의당·바른정당 통합신당도 ‘미래당’이라는 이름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해 당명을 잃을 위기에 처한 적도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우리미래 손을 들어주면서 지금까지 ‘미래당’이라는 이름으로 청년정당 명맥을 유지했다.

우 정책위원장은 2012년 청년당 국회의원 비례대표 후보, 2018년 미래당 서울시장 후보로 낙선한 경험을 딛고 이번에 세 번째 도전에 나선다. 그는 “3년 전 창당할 때 ‘2030 정치세력화’를 말했는데 그때 20대가 30대, 30대는 40대 초반이 돼 청년정당을 할 수 있을지 위기감이 느껴진다. 청년운동하다 중년이 되게 생겼다”며 멋쩍게 웃었다. 미래당 비례대표 후보는 우 위원장(34세)을 비롯해 김소희(35세)·오태양(44세) 공동대표, 손상우(38세), 손주희(33세) 후보 등 5명이다. 김소희 공동대표는 “미래당은 대한민국 최초의 청년주도정당으로서 2012년 청년당 역사성을 계승하고 세대교체의 창당정신을 국민 앞에 약속했다. 반드시 원내진출을 이루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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