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청해부대 작전 반경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중동 호르무즈 해협 파병을 결정하자 언론은 “미국과 이란과 관계를 절충한 고육책”이라며 이번 파병에 원칙적 동의하는 평가를 냈다.

정부는 지난 21일 중동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 청해부대를 독자 파병하기로 했다. 새로운 부대를 파병하지 않고 아덴만에 파견된 청해부대 작전 지역을 호르무즈해협까지 넓힌다. 미국이 요구한 국제해양안보구상(IMSC)엔 참여하지 않고 한국군이 독자로 한국 국민과 선박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22일 서울신문 사설
▲22일 서울신문 사설
▲22일 세계일보 사설
▲22일 세계일보 사설

9개 전국단위 종합일간지는 모두 “미국 파병 요청을 수용하면서 이란과 관계도 고려한 절충안”이라고 평가했다. 서울신문은 “남북협력 사업과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에서 미국의 협조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며 “다만 한미 동맹을 고려하면서도 이란과의 관계가 악화되거나 이란이나 친이란 무장세력의 공격 목표가 될 우려를 감안해 미국이 주도하는 호위 연합체(IMSC)에 참여하는 대신 독자 파병이라는 ‘절충안’을 선택했다”고 지적했다.

서울신문과 세계일보는 한·미동맹을 개선하는 등 정부가 실리를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지부진한 방위비 분담협상과 소강상태인 북미 대화에 긍정 영향을 줄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신문 22일 사설은 “북미대화가 소강상태인 만큼 북한 개별관광 등 남북협력 사업을 추진하려고 하지만, 미국은 마땅치 않다는 기색이고 방위비 분담 협상도 지난 14~15일 열린 6차 회의에서도 접점을 찾지 못했다”며 “최근 불거진 두 가지 문제에 대해 미국으로부터 전향적인 반응을 얻어내야 한다. 따라서 정부는 파병 결정으로 얻게 될 외교적 레버리지를 극대화하길 바란다”고 지적했다.(사설 “호르무즈 독자 파병, 명분과 실리 모두 챙기는 계기 돼야”)

세계일보도 사설에서 “정부는 호르무즈 파병을 한·미동맹 균열 봉합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며 “무엇보다 미국은 무리한 방위비 증액 요구를 접어야 옳다. 한국이 미국 요구를 사실상 수용했으니 미국이 성의를 보일 차례”라 짚었다. (사설 “호르무즈 파병, 한·미동맹 균열 봉합하는 계기 삼길”)

▲22일 국민일보 2면
▲22일 국민일보 2면
▲22일 국민 사설
▲22일 국민 사설
▲22일 중앙일보 사설
▲22일 중앙일보 사설

국민일보는 이번 파병이 한국 경제에 미치는 리스크가 적을 것이라 분석했다. “지난해 이란으로의 수출액은 전년 대비 90% 가까이 급감했고 전체 수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에 못 미치며 한국은 지난해 5월부터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지 않고 있다”는 게 근거다. 다만 국민일보는 “국과 이란의 긴장관계가 이어지면 한국 기업의 중동지역 진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며 파병 장기화 가능성을 우려했다.

한국일보는 “이란은 미국과의 갈등 속에서 호르무즈 해협을 ‘하이브리드 전쟁’ 옵션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봤다. “직접적인 물리적 충돌은 피하되 글로벌 원유수송로가 막힐 가능성을 부각시키며 경제적ㆍ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것”이라며 “우리 정부가 ‘독자 파병’을 택한 만큼 이란이 당장 직접적으로 반발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호르무즈 해협을 ‘긴장 지대’로 두려는 자신들의 전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할 경우 좀 더 공세적인 메시지를 보내올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가 파병 결정에 국회 동의를 구하지 않은 점은 논란으로 남았다. 한겨레는 “호르무즈 파병, 국회 동의 구하는 게 ‘정도’다”란 제목의 사설에서 “청해부대의 임무는 아덴만 일대의 해적들로부터 우리 선박과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는 일이었다”며 “미국-이란 간 충돌 위험이 높은 호르무즈해협 부근에서의 활동은, 단순한 작전범위 확대라기보다는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높은 별도의 파병으로 보는 게 타당하다”고 비판했다.

▲22일 경향 사설
▲22일 경향 사설
▲22일 한겨레 사설
▲22일 한겨레 사설

정부는 청해부대 임무 확대가 국회 동의를 구할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기존 파병안에 ‘유사시 그 외의 해역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는 게 이유다. 한겨레는 정부가 ‘유사시’란 문구를 지나치게 포괄적으로 해석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도 “이번 결정으로 청해부대의 작전구역이 3.5배로 늘어나고 작전의 성격도 근본적으로 달라진다”며 “새로 국회의 동의를 구하는 것이 옳다는 지적이 많다”고 밝혔다. (22일 사설 “국군의 호르무즈 파병을 우려한다”)

한겨레도 “베트남전 이후 처음으로 우리 전투부대가 분쟁지역에 투입되게 됐다. 우리 군은 현재 레바논, 남수단 등 12개 나라에 파견돼 있지만, 모두 평화 유지나 재건, 교육을 위한 지원임무를 맡고 있다”며 “2003년 이라크에 파병했을 때도 전투부대는 아니었다. 정부의 이번 결정이 ‘위험한 선택’이라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했다.

동아일보는 정부의 정치적 셈법을 이유로 “국회 동의를 구하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이날 “청해부대 호르무즈 파병, 당당히 국회 동의 구하라” 사설에서 “제1야당도 반대하지 않는 사안을 두고 국회를 건너뛰는 것은 총선을 앞두고 지지층 내 논란을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다”며 “파견 장병에게도 자신들의 임무에 당당한 자부심을 갖도록 해야 하지 않겠는가”가 물었다.

지역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여전히 남은 상황에서 우려 목소리도 있다. 경향신문은 사설에서 “분쟁이 일고 있는 해역에 국군을 파병한 것은 처음”이라며 ”1990년 이후 초기 파병이 주로 의료지원이나 재건의 성격이었던 데 비해 최근에는 전투 부대를 보내는 점도 우려스럽다. ‘이번 파병이 역사상 가장 위험한 파병이 될 것’이라는 정의당 등의 평가는 일리가 있다“고 밝혔다.

▲22일 한국일보
▲22일 한국일보
▲22일 한국 사설
▲22일 한국 사설

한국일보는 이란 정부의 입장은 정부가 전한 것 ‘원칙적 우려’ 보다 강경하다고 밝혔다. 한국일보는 세예드 압바스 무사비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 20일 주간 브리핑에서 밝힌 ”미국의 모험주의에 동조하는 것은 오랜 양국 관계에 맞지 않고 받아들일 수 없는 결정“이란 발언을 전했다.

청해부대가 독자적으로 작전을 수행한다고 하지만 실질적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호르무즈호으연합과 협력이 불가피하다. 오만만에서 아라비아만으로 진입하려면 사실상 이란군이 통제하고 있는 호르무즈해협을 지나야 한다.

정부는 “청해부대는 한국 선박만 호송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나 미국 요청이 있을지 지원작전 참여를 배제할 순 없는 상황이다. 한국일보는 ”정부는 한국 국민과 선박 보호를 위해 필요할 때는 호르무즈호위연합(IMSC)과 협조할 방침“이라며 ”따라서 미국이나 일본 등이 요청할 경우 지원 작전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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