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KBS보다 빠르고 베트남어 자막까지 ‘특별한’ 재난방송
KBS보다 빠르고 베트남어 자막까지 ‘특별한’ 재난방송
[유료방송 집중점검 ②-1] LG헬로비전 윤경민 담당 “지역SO 국지적 재난에 적극 대응, 이후 상황도 취재해야”

정부가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를 승인하면서 유료방송 지각변동이 시작됐다. 통신 중심의 시장 변화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유료방송 업계의 현안을 점검하고 대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두 번째 순서로 ‘지역성’ 문제에 주목했다. 케이블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는 통신사와 달리 직사채널을 통해 지역 단위의 방송을 송출해왔다.  ‘지역성’을 지키고 발전시켜야 한다는 목소리와 함께 케이블이 ‘지역성’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했다는 냉정한 평가가 공존한다. 케이블의 ‘지역성’이라는 가치가 추상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케이블의 지역 콘텐츠 현황을 살펴보고 과제를 점검하기 위해 주목할만한 시도를 해온 3명을 인터뷰했다. - 편집자주

[관련기사: ‘케이블’도 한때는 ‘뉴미디어’였다]

지난 4월 강원도 산불은 ‘전국적인 재난’이 됐다. 당시 ‘재난’을 가장 먼저, 가장 적극적으로 알린 방송사는 지상파나 보도전문채널이 아닌 CJ헬로(현 LG헬로비전)였다. 오후 7시30분 고성 산불 발생 직후인 오후 8시 속보자막을 내보냈고 9시5분에 뉴스특보 체제로 전환했다. 이후 3일간 총 46시간 동안 재난방송을 진행했다. CJ헬로는 ‘지역밀착형 재난방송’으로 2019 행정안전대상 최우수상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을 수상했다. 

반면 재난주관방송사였던 KBS는 산불 후 4시간이 지나서야 특보 방송을 시작했다. 밤 10시53분 재난 방송을 8분간 내보낸 다음 다시 정규편성인 ‘오늘밤 김제동’을 방영했다. 기자가 고성이 아님에도 고성인 척 보도해 심의 중징계를 받기도 했다. 당시 한 지역 지상파 기자는 미디어오늘에 “강원지역 케이블SO는 정말 신속하게 대응한다. 강원도민들은 재난 발생 시 지상파 3사 안 본다. 너무 늦다. 케이블SO가 훨씬 낫다”며 CJ헬로를 평가했다.

CJ헬로의 재난방송은 지역 콘텐츠를 만들어온 SO 가운데서도 독보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CJ헬로 인수합병 당시 ‘지역성’ 이슈가 불거진 것도 IPTV의 첫 케이블 SO 인수합병 사례인 점과 동시에 CJ헬로가 가장 적극적으로 재난방송 등 지역방송을 해온 점이 영향을 미쳤다.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긴 하지만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역시 ‘재난방송’을 포함한 지역 콘텐츠와 관련한 승인 조건을 부과했다.

▲ 윤경민 LG헬로비전 보도 담당. 사진=LG헬로비전 제공.
▲ 윤경민 LG헬로비전 보도 담당. 사진=LG헬로비전 제공.

CJ헬로의 재난방송은 윤경민 지역채널본부 보도 담당이 이끌어오고 있다. 그는 1994년 YTN에 입사해 기자생활을 시작해 채널A에서 국제부장, 문화과학부장을 지냈다. CJ헬로에는 2017년 입사했다. 동일본 대지진, 일본 구마모토 지진 등 재난 때마다 현장에서 취재를 하는 등 재난 뉴스 경험이 많다. 

그는 재난방송을 적극적으로 하는 이유로 “다른 방송사들은 광고주 때문에 편성을 깨기 힘들지만 우리는 비교적 자유로워 유연하게 편성할 수 있다”며 “지역 규모 방송이기에 국지적인 재난에 신속하고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강원 고성 산불 때 상황을 재구성하면 어떤 식으로 대응했나.
“고성 산불 당일 인제에서 먼저 산불이 났다. 별개의 불이었다. 2시50분에 발생한 걸 인지하고 3시10분에 속보 자막을 냈다. 이후 4시52분에 1차 특보를 하고 6시10분에 2차특보를 했다. 당시 건조주의보, 강풍주의보가 동시에 내려진 상황이라 산불이 크게 번질 가능성이 있어 강원 미디어국, 본사 보도인력들이 대기하면서 상황을 지켜봤다. 그러던 차에 오후 7시30분 고성에서도 산불이 났다. 산불 보고를 받자마자 8시에 첫 자막을 냈다. 재난주관방송사보다 빨랐다.”

▲ 강원 고성 산불 당시 CJ헬로 재난방송.
▲ 강원 고성 산불 당시 CJ헬로 재난방송.

 

- 당일 현장 방송은 어떻게 진행했나.
“저녁 상황을 보니 경험적으로 이전에는 없던 규모였다. 국가재난사태가 선포되기 전이었는데 우리는 왼쪽 상단 자막에 ‘국가재난급 산불’이라고 자막을 냈다. 각 지역에 있는 취재진을 강원도로 파견했다. 기자들 뿐만 다큐멘터리 제작진도 관련 촬영을 중단하게 하고 파견했다. 온라인 인력 3명도 보내 유튜브, 페이스북 등 온라인 콘텐츠를 제작했다. 당일 강원도 현장 인력 16명과 다른 지역에서 급파한 21명 등 총 37명이 곳곳에서 유기적으로 움직였다. ”

- 재난방송 시간이 길었던 점도 호평을 받았다.
“재난방송을 가장 먼저 했고, 지속적으로 했다. 강원 산불 때는 46시간 동안 재난방송을 했다. 우리는 재난방송 그 자체에만 주목하지 않는다. 중요한 건 재난 이후다. 이재민들이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불탄 곳은 어떻게 됐는지, 불이 다시 붙을 가능성은 있는지, 원인규명은 어떻게 되는지, 이재민들이 보상을 받는지 배상을 받는지 등을 계속 취재했다. 다시 집을 지어서 이재민들이 돌아가면 그 후 상황도 취재할 계획이다. 다른 재난방송은 재난이 끝나면 신경쓰지 않지만 우리는 지속적으로 다룬다.”

- 한정된 인력으로 방송하기 힘들 것 같다.
“전국적 재난임을 인지하고 CJ헬로 소속 전국 SO에 재난방송을 일괄적으로 송출했다. 사실 이렇게 하는 건 강원도에 집중하면 다른 지역 제작에 차질이 빚어지기에 불가피한 면도 있다. 전국에 시민기자 제도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지역 미디어국마다 20~30명의 시민기자를 확보하고 있다. 우리가 현장에 다 갈 수 없으니 시민기자들의 힘을 빌려 현장상황을 전한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영상을 찍어도 방송하는 데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며칠 동안 재난방송을 연속으로 하기 위해 방송사가 돌아가면서 중계하는 시스템도 있다. 강원 산불 당시 첫날 강서 미디어국에서 진행하면서 밤을 샜고, 이어 경북에서 진행하는 식으로 교대했다.”

▲ 태풍 링링 당시 CJ헬로 재난방송. 시민기자와 협업했다.
▲ 태풍 링링 당시 CJ헬로 재난방송. 시민기자와 협업했다.

 

- 당시 시청률은 어느 정도로 집계됐나.
“강원 산불 특보 당시 시청률은 전국 평균 0.734%가 나왔다. 최고 시청률은 충남 지역 방송 기준으로 두 번째날 새벽 5시 기준 최고 2.483%를 기록했다. 피해지역인 영동에는 평균 0.766%를 기록했다. 태풍 링링 때인 9월7일에는 호남 지역에서 최고 시청률 4.258%가 나오기도 했다. 강원산불 당시 온라인에서는 15만명이 재난방송을 시청했다. 지상파만큼은 아니지만 우리로서는 의미가 있는 숫자다.”

- 구호활동도 직접 한다고 들었다.
“재난방송이 방송에 그치는 게 아니라 구호활동도 병행한다. 당시 영동방송 구성원들이 캠프를 차려놓고 물품을 지원하고 이재민들에게 보내온 신발 등 물품을 분류하는 식으로 봉사활동을 했다. 산불 발생 후 6일 차에는 모금 운동을 하고 개그맨 이홍렬씨의 진행으로 강원도청, 고성군청, 강릉시청, 속초시청 등에서 동시 생방송을 진행했다. 그 결과 하루에 17억원을 모아 기탁했다. 이후에는 지역살리기 캠페인을 했다.”

- 외국어 자막을 재난방송에 내보냈다.
“우리 재난방송은 계속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을 고려해야 한다. 2017년 11월 포항지진 때 처음으로 영어자막을 내보냈다. 지난 여름 태풍 때는 영어 뿐 아니라 영어권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국가의 언어인 중국어, 베트남어로 외국인에게 대피해야 한다는 내용을 속보자막, 하단 스크롤 자막을 통해 고지했다.”

▲ 태풍 '미탁' 당시 CJ헬로 재난방송. 외국어 자막을 송출했다.
▲ 태풍 '미탁' 당시 CJ헬로 재난방송. 외국어 자막을 송출했다.

 

- 재난방송에 집중하는 이유는.
“우리는 지역 사업자로서 지역 주민들로부터 요금을 받아서 사업하기에 환원하는 차원이라고 생각한다. 지역 이슈 가운데 주민의 안전, 생명과 재산 보호만큼 중요한 게 어디 있겠나. 빨리 대피할 수 있도록 하고 경각심 불어넣고 유사한 재난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 촉구해야 하고,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하는 게 우리 역할이다. 특히 국지적 재난이 발생했을 때는 방송사들이 적극적으로 보도하지 않기에 우리의 역할이 중요하다. 사기업이기에 이윤을 추구하지만 동시에 공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의식도 갖고 있다”

- 재난방송 시스템은 어떻게 마련했나.
“입사하기 전인 2014년 때부터 재난 매뉴얼이 이미 만들어져 있었다. 지역 재난·재해 발생 직후 대응 방식, 산불·지진·화재·태풍·홍수 등 상황별 특보 가이드, 전국 통합뉴스 시스템, 주요 사회공헌활동 등으로 이어지는 내용이다. 2017년 강원도 산불 때는 100시간 생방송도 했고 이후 각 지역의 화재 사건 등 이슈에 대응하면서 재난방송을 발전시키고 있다.”

- 재난방송 훈련도 따로 한다고 들었다.
“우리는 ‘라잇나우’라고 부른다. 유형별로 재난을 가정하고 시뮬레이션을 한다. ‘도심 20층 건물 화재 발생’을 전제로 구성원들에게 특보 계획과 조치사항을 1시간 내에 적어내라고 하는 식으로 실시한다. 속보 자막을 어떻게 깔고, 현장은 어떻게 연결하고 스튜디오에서는 어떤 전문가에게 무엇을 물을지 대응하게 한다. 현장 돌발상황에 대비해 중계차에 연결하는 훈련도 여러번 했다.” 

- 소셜미디어는 어떻게 운영하나.
“TV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사람들이 모바일 디바이스로 콘텐츠를 소비하기에 모바일 콘텐츠에 승부를 걸 때가 됐다. 그렇다고 한 번에 바꿀 수는 없다. 올해는 유튜브 채널 만들고 정착시키는 데 노력했다. SO별로 채널을 만들어서 수익구조를 만들고 있다. SO 직사채널 콘텐츠를 유튜브로 내보내기도 하고 온라인 전용 콘텐츠를 만들기도 했다. 일본 불매운동 여파로 한국 관광객이 끊긴 대마도 현지 상황을 다룬 영상은 100만 조회수를 넘겼다. 앞으로 갈수록 디지털에 힘을 실을 계획이다.”

- SO와 재난방송이 어떤 관련이 있을까.
“전국 단위 지상파 방송이나 뉴스전문채널, 종합편성채널 등은 다수의 관심사인 전국적인 규모의 재난에 주목한다. 반면 우리는 SO 단위로 국지적인 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점이 다르다. 다른 방송사들은 광고주 때문에 편성을 깨기 힘들지만 우리는 비교적 자유로워 유연하게 편성할 수 있다.”

- 정책적으로 건의할 사안은 어떤 게 있을까.
“지원이 부족하다. 재난주관방송사는 관공서로부터 정보를 실시간으로 받는데 우리는 그러지 못한다. 재정적인 지원이 있으면 더욱 업그레이드된 재난방송을 할 수 있다. 지역방송발전지원특별법을 통해 지원하는 지역방송에 ‘지상파’만 포함돼 있어 ‘케이블 SO’는 관련 지원을 받을 수 없는 문제가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시청자미디어재단과 연계가 강화돼 시민기자 육성, 수어방송 제작 지원, 다문화가정 위한 외국어 자막 제작 지원 등을 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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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19-12-26 13:35:06
세상은 거대기업으로 개편되고 있다.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 알리바바, 텐센트. 서로가 시장을 지배하기 위해 공격적인 인수합병을 한다. 각 나라의 독점만 피한다면, 이는 피할 수 없는 세계적 흐름이다. 나는 독점을 반대하지만, 한 사업을 20~30개 기업이 경쟁하는 것도 국가적 손해라고 본다. 앞으로는 독점을 피하면서, 선택과 집중 그리고 인수합병을 잘하는 회사가 살아남는다고 본다. 일본 도시바는 미국 원전회사 웨스팅하우스를 인수해서 거의 망했고, 일본 손정의 비전펀드는 위워크와 우버에 투자해서 조 단위 손실을 보고 신뢰를 계속 잃어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