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기사 삭제 다룬 신문 없어

경향신문에서 대기업과 기사를 거래·삭제하는 ‘편집권 침해’ 사태가 벌어졌지만 이 소식을 전한 23~24일자 신문은 없었다.

경향신문 기자가 지난 13일 중국에서 상표 등록 위기에 처한 SPC그룹의 파리바게뜨 소식을 1면 등에 보도할 계획이었으나 SPC 측이 기사 삭제를 대가로 5억원을 제안하자 경향신문이 해당 기사를 삭제한 일로 알려진 내용이다.

이는 지난 22일 경향신문이 자사 기자협회 성명으로 독자에게 사과를 구하는 등 온라인 파장이 컸던 사안이었다. 신문 언론들 침묵은 이 사건이 더 이상 놀랄 만한 것이 아닌, ‘신문의 일상’임을 방증하는 것일 수도 있다.

▲ 지난 22일 경향신문 사과문.
▲ 지난 22일 경향신문 사과문.

조선·중앙과 동아의 차이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골자인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23일 오후 상정됐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선거법 개정안 상정을 앞당겼다.

자유한국당은 본회의에 앞서 선거법 개정안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했다. 23일 오후 9시50분 첫 토론자로 나선 주호영 한국당 의원은 24일 새벽 1시50분까지 약 4시간 반대 발언을 이어갔다.

주 의원 바통을 받은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찬성 발언’을 4시간 넘게 쏟아냈다. 오전 6시30분 현재 권성동 한국당 의원이 필리버스터 중이다.

▲ 조선일보 24일자 3면.
▲ 조선일보 24일자 3면.

 

▲ 동아일보 24일자 3면.
▲ 동아일보 24일자 3면.

조선일보 3면 사진은 국회 본회의 선거법 개정안 상정 모습이다. 여타 신문과 비교하면 의도가 담긴 사진으로 볼 만하다. 문희상 의장이 목소리를 높이고 귀를 막는 사진과 이를 비웃는 듯한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사진을 배치했다. 사진 제목은 “항의하는 한국당, 귀막은 文의장… 그걸 보며 웃고 있는 심상정·정동영”이었다.

중앙일보도 4면에서 심 대표와 정 대표가 크게 웃는 사진을 썼는데, 선거법 개정안 합의에 동참한 두 사람이 국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극한 대립을 즐기고 있는 느낌을 주기 충분하다.

두 신문 사진에는 의장을 둘러싸고 거칠게 항의했던 한국당 의원들 행동은 담기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3면 사진으로 문 의장의 법안 상정에 항의하는 한국당을 담았다. 타 신문들도 동아일보와 대동소이했다.

손석희 하차에 대한 언론 해석

손석희 JTBC 대표이사 사장이 JTBC ‘뉴스룸’ 앵커에서 물러난다. 2013년 9월 첫 뉴스를 진행한 이래 6년 4개월 만. 내달 2일 신년 토론까지 진행한다. 후임은 서복현 기자.

언론들은 ‘최순실 태블릿 PC’ 보도를 꺼냈다.

경향신문은 “손석희 사장은 2014년 세월호 참사 보도와 2016년 국정농단 사태의 스모킹건이 된 ‘태블릿 PC’ 보도 등을 이끌며 대중적 신뢰와 영향력을 얻었다”고 평했다.

국민일보는 “국정농단 사태 당시 태블릿PC 보도를 진두지휘하며 채널 신뢰도를 높이는 데 큰 공을 세웠다”며 “다만 무혐의 처분을 받은 2017년 뺑소니 의혹과 프리랜서 기자 폭행 논란 등에 휩싸이면서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손 사장 하차를 두고 현재 방송가에선 내년 총선 출마설 등 소문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일보는 “손 사장의 앵커 하차 소식에 방송가 등에서는 내년 총선 출마설, MBC 사장 지원설 등 다양한 소문이 돌고 있다”고도 했다.

조선일보는 “손 사장의 하차 결정은 최근 ‘뉴스룸’의 시청률 하락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고 했다.

이 신문은 “조국 사태 보도 등에 대한 불만으로 일부 친여 성향 시청자들이 MBC 뉴스데스크로 옮겨갔고, 자신을 장자연 사건 증인이라 주장해온 윤지오씨의 근거 없는 주장을 집중 소개하는 등 선정적인 보도 방식도 시청률을 하락시킨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한국기자협회 JTBC지회는 성명에서 “JTBC의 보도 원칙을 세우고 이를 지켜온 앵커의 갑작스러운 하차에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번 앵커 하차는 보도국 구성원들이 배제된 채 결정됐다. 우리는 보도 자율성 침해를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사측의 책임 있는 설명을 요구했다.

▲ 조선일보 24일자 25면.
▲ 조선일보 24일자 25면.

윤석열에 다른 시각

윤석열 검찰총장 관련 2개의 칼럼(24일자). 하나는 박래용 경향신문 논설위원이 썼다. 제목에서 논지가 확 드러난다. “윤석열은 여포다.”

“윤석열의 검찰은 청와대와 여당의 반박에 실시간 대응하고 있다. 마치 야당 같다. 제동을 거는 참모 기능은 작동되지 않고 있다. ‘수사는 결과를 가지고 말한다’는 법언과 정반대다. 업무일지 등 압수한 증거물은 검찰만이 가지고 있다. 그 안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피의사실이 쏟아지고 있다. 그 자체가 정치행위다. 설사 그게 공소사실이 된다 하더라도 재판에 가면 검찰 측 일방의 주장일 뿐이다.”

“윤석열은 조국 수사를 정당화하기 위해 부인과 동생, 5촌조카를 구속하고, 조국은 탈탈 털어 별건으로 영장을 청구했다. 인디언들이 기우제를 지낼 때마다 비가 온다고 한다. 비가 올 때까지 기우제를 지내기 때문이다. 조국 수사가 인디언 기우제와 똑같다. 한 가족을 이렇게 판다면 누군들 온전할 수 있을까. 윤석열은 ‘수사권을 갖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냐’고 했다. 지금 검찰은 깡패 아니면 인디언이다.”

박래용 논설위원은 추미애 법무부장관 후보자에게 조언했다.

“윤 총장 임기는 2021년 8월(2년)까지다. 그가 마음만 먹으면 앞으로 ‘선택적 수사’ ‘선택적 정의’는 얼마든지 재연될 수 있다. 지금의 윤 총장에겐 그런 막강한 힘이 있다. 압수수색 한 방이면 오늘의 이슈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검찰총장 한 사람에 따라 온 나라가 요동치는 건 정상이라 할 수 없다. 추미애 법무장관 후보자의 임무는 이런 검찰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것이다. 그 첫 번째가 인사의 정상화다.”

▲ 경향신문 24일자 박래용 칼럼.
▲ 경향신문 24일자 박래용 칼럼.

윤 총장에 대한 비난 강도가 높은 칼럼이다. 그러나 조강수 중앙일보 사회에디터 생각은 다르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라고 한다. 공정한 경쟁이 요체다. 그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 윤석열 검찰총장이다.”

“윤 총장은 추호의 망설임 없이 수사로 대응해야 하는 범죄의 1순위로 ‘권력기관의 정치·선거 개입’을 꼽았다. 국민의 정치적 선택과 정치활동의 자유가 권력과 자본의 개입 때문에 방해받지 않아야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질서의 본질을 지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해당 대목엔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서의 체험이 그대로 녹아 있다. 또 청와대·여권과 대립각을 세워 집중포화를 맞으면서도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사건 수사를 밀어붙이는 이유도 담겨 있다.”

조강수 에디터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을 제대로 규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추미애 신임 법무부 장관이 취임 직후 ‘살아있는 권력’에 칼을 겨눈 수사팀 교체를 추진한다면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조언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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