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23일 “송병기 울산부시장 업무일지에서 ‘대통령에게 임동호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과 그의 동생(임동욱)은 용서받지 못할 사람들’이란 취지의 메모가 나와 검찰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하자 청와대가 이날 “짐작과 추측에 의존했다는 점을 조선일보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며 “전형적인 허위 보도”라고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임 전 최고위원이 지난해 6월 울산시장 선거에서 송철호 울산시장의 경쟁자였는데 민주당이 지난해 4월 임 전 최고위원을 탈락시키고 대통령과 가까운 송 시장을 민주당 울산시장 단독후보로 공천한 사실을 언급하며 “검찰이 최근 확보한 송 부시장의 '업무 일지' 중 2017년 10~11월의 한 메모엔 'VIP(대통령), 임동호·임동욱은 용서할 수 없는 자들'이라고 적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송 부시장은 2017년 하반기부터 송 시장의 ‘선거 준비팀’에 합류해 송 시장과 함께 청와대 인사들을 접촉한 내용 등을 업무 일지에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이 때문에 송 시장이 단독 공천받는 과정에 청와대나 문재인 대통령 의중이 개입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고도 했다. 

▲ 조선일보 23일자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 관련 보도
▲ 조선일보 23일자 검찰이 수사 중인 사건 관련 보도

조선일보는 “송 부시장이 2017년 11월 초 업무 일지에 ‘중앙당과 BH, 임동호 제거→송 장관(송철호) 체제로 정리’라고 적은 것도 그런 해석을 뒷받침한다”며 “민주당과 청와대(BH)가 임 전 최고위원을 정리하고, 노무현 정부 때 장관급인 국민고충처리위원장을 지낸 송 시장을 울산시장 단독 후보로 세우려 한다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큰 부분”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조선일보는 해당 보도가 의혹 수준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이 신문은 “하지만 아직 이 메모 내용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단정할 순 없다”며 “송 부시장이 최근 검찰 조사에서 이런 메모의 의미에 대해 어떻게 진술했는지 확인되지 않았고 대통령 뜻과 상관없이 청와대 인사들이나 송 시장 측이 ‘대통령은 이런 마음일 것’이라고 추측한 것을 적은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라며 선을 그었다.

또 조선일보는 “임 전 최고위원은 2017년 대선에서 민주당 사무부총장으로 문 대통령을 도왔고, 자서전에도 ‘문 후보님을 모시면서 인격적으로 많은 감동을 받았다’고 썼다”며 “이 때문에 대통령에게 임 전 최고위원 형제가 ‘용서받지 못할 자’라는 메모 내용은 송 시장 측의 일방적 주장일 뿐이라는 해석도 있다”고 덧붙였다.

▲ 조선일보에 따르면 검찰은 송철호 울산시장이 지난해 선거에서 단독 공천받는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개입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 조선일보에 따르면 검찰은 송철호 울산시장이 지난해 선거에서 단독 공천받는 과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개입했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사진=연합뉴스

청와대는 이날 보도를 “전형적인 허위 보도”라며 검찰이 수사 중인 내용이 어떻게 알려졌는지 그 경위를 지적했다.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조선일보는 문 대통령이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한 것처럼 보도했지만 근거는 제시하지 않았다”며 “송 부시장 업무일지에 어떤 내용이 있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이어 “현재 업무일지는 검찰이 가지고 있다”며 “조선일보가 어떻게 검찰이 확보한 업무일지 내용을 알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윤 수석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 등이 조사과정에서 업무일지를 봤다고 주장하지만 검찰이 이들에게 어떤 부분을 왜 보여줬는지 알 수 없다”며 “실제 VIP라는 단어가 있었는지, 있다는 걸 검찰이 이들에게 알려줬는지, VIP라는 단어가 있다는 게 다른 경로로 언론에 알려졌는지 역시 알 수 없다”고 했다. 

언론이 최종 확인한 보도가 아니란 점도 지적했다. 

윤 수석은 “조선일보에 따르더라도 ‘이 메모 내용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 단정할 수 없다’며 짐작과 추측에 의존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며 “VIP라는 단어를 언론에 노출해 대통령을 공격하겠다는 의도가 성공했는지 모르겠지만 빈약한 논리와 단어 몇 개로 진행하고 있는 대통령 선거개입 여론몰이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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